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자회사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다섯 번째 자체 브랜드 호텔을 선보인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8년 자체 호텔 브랜드 레스케이프를 선보인 이후, 그래비티·그랜드 조선·조선 팰리스 같은 독자 브랜드를 내놓으며 호텔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25일 처음 선보이는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이하 조선 팰리스)은 조선호텔앤리조트가 내놓은 최고급 호텔 브랜드 조선 팰리스의 첫 번째 호텔로, 서울 강남권 고급 호텔들의 경쟁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회장의 동생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그룹 백화점 부문도 자체 호텔 브랜드 ‘오노마'를 내놓으며 호텔 운영에 뛰어든다. 신세계그룹 백화점 부문은 오는 8월 대전에서 171실 규모의 오노마 호텔을 열 예정이다.

◇최고급 브랜드로 강남 입성한 정용진 호텔

조선 팰리스는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서 있던 르네상스 호텔을 허물고 2조1000억원을 들여 신축한 빌딩의 17개 층을 사용한다. 하룻밤 숙박에 최대 1600만원인 스위트룸 44개 실을 포함한 254개 객실에, 수영장·연회장·레스토랑 등이 들어가 있다. ‘최고급’을 표방한 탓인지 뷔페 레스토랑 가격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책정됐다. 일요일 점심 뷔페 가격이 1인 15만원으로 동급 호텔 뷔페 레스토랑 중 가장 비싸다. 이전 최고가는 JW메리어트 서울의 주말 점심 뷔페(13만원)였다.

지난 1년간 르네상스 호텔, 르 메르디앙 서울,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 등 강남 특급 호텔이 잇달아 폐업을 하면서 조선 팰리스는 문을 열기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지난 3~4일 보증금 2억5000만원, 연회비 1000만원(5년권, 부부 기준)짜리 호텔 피트니스 회원권 판매를 위한 예약을 받았는데, 250명 모집에 600명 이상의 고객이 신청해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폐업한 호텔에 회원권을 갖고 있던 강남 부유층이 조선 팰리스로 몰린 것이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강남에 있는 특급 호텔이 줄어든 상황에서 고급 피트니스와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강남 부유층의 수요가 넘쳐났다”면서 “게다가 강남의 랜드마크이자 유서가 깊었던 ‘르네상스 호텔’이 있었던 자리에 조선 팰리스가 들어선 데에도 호텔업계의 관심이 컸다”고 했다.

정 부회장의 동생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그룹 백화점 부문도 자체 호텔 브랜드 ‘오노마’를 오는 8월 대전에서 선보인다. 자회사 센트럴시티를 통해 서울 반포 JW메리어트를 소유하고 있는 정 사장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첫 번째 호텔 브랜드가 될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호텔 레스토랑은 직접 운영하고, 호텔 건물과 연결된 백화점 등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 시설을 강점으로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총괄사장

◇각각 호텔 사업 벌이는 신세계 남매

신세계 그룹의 호텔 사업은 조선호텔과 신세계 백화점 부문 두 군데에서 각각 벌이고 있다. 호텔 사업에 먼저 뛰어든 것은 정유경 총괄사장이다. 1996년 조선호텔에 입사해 2009년 신세계 부사장을 맡기 전까지 그룹의 호텔 사업을 지휘했다. 하지만 신세계가 남매 분리 경영 체제를 강화하면서 조선호텔이 정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부문으로 편입됐고, 정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 백화점 부문은 서울 반포에 있는 JW메리어트만 소유하고 있었다.

2018년 레스케이프를 시작으로 독자적인 호텔 브랜드를 내놓은 정 부회장은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지 호텔 다섯 개를 새로 오픈하는 등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조선호텔이 보유한 호텔은 총 9개다. 서울 강남에 조선 팰리스를 오픈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동생이 운영하는 JW메리어트와 경쟁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신세계 측은 이에 대해 “서울 반포에 있는 JW메리어트 호텔은 직접 경영을 하는 게 아니라 메리어트에 운영을 맡기고, 수익을 받는 구조”라며 “정 총괄사장이 이끄는 호텔은 오는 8월 대전에 여는 오노마가 첫 사례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