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새벽 월스트리트에서는 3대 지수가 혼조세를 보이다 소폭 상승 마감했습니다. 다우 지수는 0.03%, S&P500은 0.19%, 나스닥은 0.59% 상승했습니다. 오늘 눈에 띄는 건 금값인데요.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3.2달러, 0.2% 오른 1901.2달러에 마감해 심리적 저항선인 19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1월7일 이후 가장 높고, 이달 들어 8%나 올랐습니다.

27일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에서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월가, 소형주서 보석 찾기’, ‘불붙는 집값 거품 논란’, ‘칼 빼드는 겐슬러’를 꼽았습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월가, 소형주서 보석 찾기

월가에서 최근 러셀2000 지수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26일의 경우 월가 3대 지수로 불리는 대형주 30개로 구성된 다우지수, 상위 500대 기업으로 구성된 S&P500지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모두 상승은 했지만, 상승폭은 크지 않고 비실비실댔습니다. 하지만 이날 러셀2000지수는 2%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러셀2000은 연초 이후 14.9% 상승해, 12.1% 오른 다우, 11.7% 오른 S&P500, 6.6% 오른 나스닥을 모두 상승률면에서 앞서고 있습니다. 1년간 상승률을 봐도 56.6%로 작년 한해 기술주 랠리를 벌인 나스닥 상승률 46%보다 높습니다.

러셀2000은 미국의 상장 상위 3000개 기업 중 상위 1000개를 뺀 나머지 2000개의 중소형주 주가를 따지는 지수입니다. 월가가 중소형 가치주를 주목한다는 것입니다. 중소형주라지만 이는 전형적으로 미국 경기 회복의 수혜를 얻는 주식들입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가브리엘라 산토스 글로벌 마켓 스트래지스트는 이날 야후 파이낸스에 “작년 3월~11월은 스테이 앳 홈 주식(집콕 주식)의 회복을 봤고, 11월에서 지난 3월까지는 경재 재개 국면을 봤다”며 “우리는 지금 4월 초 이후 횡보 국면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제 경기 회복을 넘어서는 확장이 있는지 주목하고 있지만, 최근 나오는 경기 지표가 충분하지 않아 횡보 국면을 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월가 3대 지수가 횡보하는 가운데 새로운 스토리를 찾는 와중에 러셀2000지수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일단 당장 경기 회복의 수혜를 받는 소형주에서 보석을 찾으려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회사 오펜하이머의 아리 왈드 기술적 분석 담당 헤드는 러셀 2000지수를 주시해야 한다며, 3월에 기록했던 저점인 2085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올 여름에 증시 강세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26일 러셀2000은 2249선입니다.

다만 소형주들은 인플레이션이 커지면 대기업과 달리 상승하는 원자재 비용을 전가하지 못하기 때문에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31일 메모리얼 데이까지 이어지는 미국 연휴를 앞두고 월가의 거래량이 주는 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 불붙는 집값 거품 논란

25일 3월 미국 집값이 2005년 12월 이후 15년만에 가장 높은 13.2% 상승했다는 소식이 나온데 이어 미국에서는 집값 거품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2007년 미국 부동산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겪은 기억이 아직 생생하기 때문입니다.

26일 미국 상원은 월가 은행들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개최했습니다. 여기서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부동산 가격에 약간의 거품이 있지만, 2008년이나 2009년과 같지 않다”고 했습니다. 당시는 레버리지가 매우 높았고, 부실 모기지를 인수했던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렇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버블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미 연준이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걸 막기 위해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집값 거품이 없지만 미국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행동을 했으면 하는 뉘앙스입니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전국적으로 주택 시장에 버블이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일부 시장에는 거품이 상당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변했습니다.

월가 대형 은행들의 CEO들은 아직 집값 거품이 명확히 보이지는 않는다는 얘기를 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대비할 필요는 있다는 신호를 줬습니다.

하지만 이날 온라인 전문 증권사 찰스 슈왑이 500명의 트레이더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80% 이상의 트레이더들이 주택 시장과 주식 시장에 버블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찰스 슈왑의 랜디 프레데릭 부사장은 “모든 곳에 버블이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면서도 “가격이 최소 20% 오른 곳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피닉스 같은 지역의 집값은 20%가 뛰기도 했습니다. 한편 비관론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이날 야후 파이낸스에 나와 “집값은 떨어질 것이이고, 일부 고통을 수반할 것이다”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주택 시장도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집값이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나, 장기적이냐는 논란과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만약 미국 집값에 거품이 생겨나고 거품이 터진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이 증시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놓쳐서는 안 되는 이슈입니다.

◇ 칼 빼드는 갠슬러

지난달 17일 취임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개리 겐슬러 위원장이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겐슬러가 ‘월가의 저승사자’가 될 지 주목됩니다. 겐슬러는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인수합병(M&A) 부문 파트너를 거쳐 2009~2014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을 지냈습니다. 골드만삭스에서 일할 때는 정부의 규제 철폐를 강조했지만, CFTC 위원장 재직 당시에는 파생상품 규제 강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슬론경영대학원에서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화폐를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겐슬러는 26일 미 하원에서 SPAC과 가상화폐에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가능성을 얘기습니다. SPAC은 우회 상장 통로로 쓰이는 껍데기 회사를 우선 상장시키는 제도입니다.

겐슬러는 “SPAC 투자자들이 적절하고 보호되고 있나? 개인 투자자들이 적절하고 정확한 정보를 얻고 있나”라며 SPAC이 전통적인 기업공개(IPO) 보다는 더 비효율적으로 규제되고 있다며 새로운 가이드 라인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미국에서 이미 SPAC으로 1000억 달러가 조달돼 기록을 세웠습니다. 4월에만 약 30개 기업이 SPAC과 합병해 상장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는 2~3월의 69개보다 많은 것입니다.

겐슬러는 가상화폐를 암호화 토큰이라고 부르며, “암호화 토큰은 매우 변동성이 크고 투기성이 큰 자산군이고, 투자자들이 사기와 시세 조정 등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미 겐슬러는 지난 7일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2조달러에 달하는 가상화폐 시장은 투자자 보호를 통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의원들에게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직접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또 SEC에 승인 요청이 들어온 가상화폐 ETF 승인 여부 결정을 당초 이달 초 할 예정이었지만, 다음 달로 미루기도 했습니다. 겐슬러가 어느 정도까지 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지, 그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이제 오늘의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악해 보겠습니다. 첫째, 월가 주식 시장이 혼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소형 가치주에 주목하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소형 가치주를 찾는 건 상당히 어려운 작업입니다. 그래도 빛을 내는 작은 보석들을 찾아내기를 바랍니다. 둘째, 월가 대형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이 미국 집값이 아직 전반적인 거품은 없지만 일부 거품이 보인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점점 거품 얘기가 늘어나는 건 위험 신호입니다. 주목해 보시기 바랍니다. 셋째, 미국 증권가 규제를 맡고 있는 증권거래위원회의 개리 겐슬러 위원장이 시장 규제를 강화할 것이란 말을 하고 있습니다. 투기는 막고 투자자를 보호하되, 시장의 돈이 잘 흐르게 물꼬는 터주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