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증시는 지난 한 주간 다우지수 0.9%, S&P50 1.2%, 나스닥 2.1% 오르면서 3대 지수가 모두 상승했습니다. 5월 월간으로 보면 다우지수와 S&P500은 각각 1.9%, 0.6%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고, 나스닥은 1.5% 하락했습니다.

31일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번 주 주목해야 할 세 가지 포인트로 ‘일자리 없는 인플레 수수께끼’, ‘바람 빠지는 리스크 자산’, ‘월가의 새 테마 메타버스’를 꼽았습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문하시면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와 짐로저스 로저스홀딩스 대표가 출연한 영상도 보실 수 있습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일자리 없는 인플레’ 수수께끼

4월 미국의 고용과 물가 지표는 월가에 수수께끼를 남겼습니다. 일자리 증가는 26만6000개로 월가 전망 100만개의 4분의1 에 불과했지만, 소비자 물가는 4.2%나 됐습니다. 일자리 증가가 더딘 게 경기 회복이 생각보다 느리다는 증거일 수 있지만, 물가가 뛰는 건 경기 회복의 신호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헷갈리는 지표가 나온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인플레 우려 지표는 계속 나옵니다. 지난 28일 발표된 4월 개인소비지출(PEC) 물가상승률은 전년보다 3.6% 올라, 2008년 9월(3.7%) 이후 13년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이날 다우지수가 0.2%, S&P500 0.08%, 나스닥 0.09% 올라 물가 충격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시장은 일단 소비자 물가 쇼크의 충격을 흡수했고, 조금 더 지켜보자는 것으로 보입니다. PCE물가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보다 0.6%포인트 낮게 나와 전망과 크게 어긋나지 않은 것도 큰 충격이 없는 이유로 보입니다. PCE물가는 소비자 물가보다 포괄하는 품목이 많아서 통상 0.3~0.5%포인트 낮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을 누르는 이슈는 맞습니다.

이번 주 월가 관심은 5월 고용 지표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6월4일 고용 지표가 발표됩니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시장 평균 전망은 67만4000개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월가가 기대치를 많이 낮춰 잡은 겁니다.

월가는 ‘일자리 없는 인플레’ 수수께끼를 푸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왜 물가는 오르는데 고용이 같이 늘지 않는지라는 수수께끼 말입니다. 일단 코로나로 인해 봉쇄가 풀리고 있지만 일자리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 잡지 못하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3월말 현재 구인 자리는 810만개에 달합니다. 그러나 코로나 부양책으로 실업수당을 9월 초까지 주당 300달러를 얹어주고 있어 일터를 찾아 나서지 않는다는 말이 나옵니다.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로 실제 고용이 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런 해석에 따르면 일자리 증가가 더딘 것은 노동 공급 병목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고 원료 공급 병목 현상에 따른 인플레와 동시에 일어나는 게 설명이 됩니다.

만약 5월 고용 지표 발표에서 시장 전망보다 많은 고용이 일어났으면, 일시적인 일자리 공급 부족이 해소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실직자들이 적절한 일자리를 제안 받고도 이를 거부하면 연방 실업 수당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대책도 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용이 적으면, 일자리 수급 미스매치는 장기간 지속될 수 있고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가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시장 일각의 우려가 더 우세해질 것입니다.

◇ 바람 빠지는 ‘리스크 자산’

나스닥 종합지수가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월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5월에 -1.5%를 기록한 것입니다. 반면 대형주 30개로 구성된 다우지수는 1.9% 상승해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더 포괄하는 기업 범위가 넓은 S&P500도 0.6% 올라 역시 4개월째 상승세입니다.

대표적인 코인인 비트코인도 5월에 28일 기준으로 월간 40%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4월 6만4000달러로 정점을 찍고 크게 출렁이고 있는 것입니다. 4월에 3.6% 소폭 떨어지기는 했지만, 역시 5월에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큰 폭으로 떨어진 것. 월간 기준으로 2011년 8월 이후 가장 낙폭이 큽니다.

이에 따라 테크주와 코인 등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즉 위험은 높아도 수익이 좋은’ 리스크가 큰 자산부터 바람이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신 투자처를 찾지 못해 불어나는 달러 현금을 어떻게 할 수 없는 미국 금융회사들은 미 연준에 돈을 맡겨 놓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금융회사가 미 연준에 국채 등을 담보로 해서 하루를 맡겨 두는 ‘역 레포’라는 금융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금리가 제로(0)인데도 사상 최대로 불어나고 있습니다.

연준에 따르면 지난 27일 은행 등 금융회사가 연준에 맡긴 역 레포는 4853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28일도 4795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전 최대치인 2015년 12월 31일의 4746억 달러를 넘어선 것입니다. 이 자금은 4월 중순까지만 해도 1000억 달러가 되지 않았습니다. 시장 대기 자금이 초단기 금융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레피니티브 리퍼에 따르면 26일 기준 한 주간 MMF로 660억 달러가 들어와 작년 4월 이후 가장 많은 돈이 MMF로 들어왔습니다.

◇ 월가의 새 테마, 메타버스

생활, 게임형 가상세계인 메타버스(MetaVerse)가 월가에서 새로운 투자 테마로 떠오른다고 합니다. 메타버스는 초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입니다. 대표적인 회사로는 2014년 설립돼, 지난 3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로블록스란 회사입니다. 상당 당시 매출 1조원, 시가총액 40조~50조원에서 현재 올해 매출 전망이 1조5000억~2조원, 시가총액 60조원으로 불어났습니다. 로블록스에서 활등을 하려면 가상화폐를 사고, 이것을 갖고 게임 개발도 하고 내 아바타도 꾸미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고품격 경제 섹션 ‘민트'에서는 지난 4월초 로블록스를 다루면서, 평균 이용 시간이 2시간 26분으로 소셜미디어 틱톡(58분), 유튜브(54분)가 근처에도 못 온다며 미국 16살 미만 청소년 55%가 로블록스를 하고 있어 ‘청소년의 사교장 역할을 한다'고 했습니다. 또 하나의 사례로 블랙핑크가 제페토라는 메타버스 회사를 통해 사인회를 했는데 4600만명이 모였다고 합니다. 오프라인으로 하면 1만명 모아서 행사하기도 힘든데, 이런 식으로 하면 매출 단위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제페토의 가입자는 2억명에 달합니다.

이 시장은 10대 이하가 80% 이상인 소비자이고, 40대만 돼도 이 산업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투자처로는 머리를 열고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시장에서 대표적인 기업은 로블록스 외에 포트나이트, 마인크래프트, 제페토 등이 있고, 구글, 페이스북도 넓게 보면 이 시장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리얼타임 콘텐츠 시장은 2019년 170억달러(약 19조원)에서 2022년에는 624억달러(약 7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새로운 산업에 투자할 때는 하나 생각해봐야 할 게 있습니다. 지난달 1일 버크셔 헤더웨이 주주총회에서 워런 버핏이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기업을 꼽는 것보다는 어떤 것이 미래에 엄청난 산업이 될 지 그림을 그려보는 것에 더 많은 힘을 쏟아라”라고 했습니다. 위대한 기업을 꼽으려고 하기 보다 가능성 있는 산업을 찾으라는 것이지요.

버핏은 자동차산업을 예로 들었습니다. 1900년대에 자동차 산업에 진입한 기업은 약 2000여개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2009년에 그 중에 세 곳이 남아 있었지요. 그만큼 위대한 기업을 찾는 건 어렵습니다. 하지만 1900년대에도 자동차 산업이 성장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얘기였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버핏은 투자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ETF로 꼽았습니다.

이제 이번 주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악해 보겠습니다. 첫째, ‘일자리 없는 인플레’라는 수수께끼가 풀릴 지 주목됩니다. 5월 고용도 26만6000명 증가한 4월처럼 안 좋게 나오면 구인과 구직의 병목으로 인해 임금 상승이 생기고 인플레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질 수 있습니다. 잘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둘째, 테크주, 비트코인 등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주는 자산들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시중에 아직 돈은 넘쳐나는데 이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가 생길지 주목해야겠습니다. 셋째, 월가의 새로운 투자 테마로 가상 세계를 구축해 가입자를 끄는 ‘메타버스’ 비즈니스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도 눈여겨 봐야 할 것입니다. 이런 주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쳐다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