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S&P500 지수가 0.47% 오르며 4239.18에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다우지수도 0.06% 올랐고, 나스닥은 0.78% 상승했습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45%로 떨어졌습니다. 이날 나온 미국의 5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로 2008년 8월 5.4%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월가 전망 4.7%보다도 높았습니다. 지난 5일로 끝난 지난 주의 미국 실업수당 청구는 37만6000명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적었습니다. 6주 연속 감소세입니다.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는 ‘5월보다는 6월 물가’, ‘인플레 전쟁터 된 금리’, ‘벽에 부딪힌 ‘밈’ 주식'을 꼽았습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의 월스트리트

◇ 5월보다는 6월 물가

5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5%로 200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월가 전망 4.7%보다도 높았습니다. 4월 4.2%에 이어 인플레 우려를 높이고 있습니다.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뺀 핵심 소비자 물가도 전년보다 3.8% 올랐습니다. 199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미국 5월 물가 상승률 5%…13년 만에 최고치 /뉴시스

특히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에 문제가 있자 중고차와 트럭 가격이 전년보다 29.7% 상승했습니다. 전달보다는 7.3% 올랐습니다. 최근 미국 서부텍사스유가 배럴당 70달러 선을 넘는 등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휘발유값도 전년보다 56.2%나 올랐습니다.

다만 증시는 크게 충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S&P500은 지난 5월7일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 4232.6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인플레 우려는 이미 시장에 알려진데다 5월 수치가 깜짝 놀랄 만큼 높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4월에는 월가 전망이 3.6%였는데, 4.2%로 나와 괴리가 컸습니다. 또 유동성(돈) 공급의 키를 쥐고 있는 미 연준이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와 연준이 “인플레는 일시적”이라고 외치고 다니는 게 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 골드만삭스의 스티븐 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CNBC에 출연, “인플레 급등이 일시적이라는 게 회사의 입장”이라며 미 연준의 ‘인플레는 일시적’이라는 주장에 동조했습니다. 다만 스티븐 셔는 인플레가 장기적으로 진행되면 시장과 은행들에 ‘부정적인 결과’를 줄 것이라는 우려는 밝혔습니다.

하지만 아예 인플레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도이체방크는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무시해 전세계 경제가 ‘시한 폭탄’을 깔고 앉아 있게 됐다”고 했습니다. 도이체방크는 인플레가 일시적이라는 연준의 낙관에 동의할 수 없다며 “연준이 최종적으로 대응에 나설 때는 훨씬 더 심각한 경제와 금융 활동의 차질을 부르게 될 때”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선 5월 물가보다는 6월 이후 물가를 보고 인플레가 지속되는 지 판단해야 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작년 5월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코로나 타격으로 0.1%에 불과했습니다. 작년에 낮았던 상승률 때문에 올해 상승률이 높아 보이는 ‘기저효과’가 크다는 얘기입니다. 미국 소비자 물가는 작년 6월 0.6%로 오른 뒤, 이후 1% 대에서 움직였습니다. 기저효과가 사라진 뒤 인플레 위험을 보려면 6월 이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 인플레 전쟁터 된 금리

10일 미국 채권 시장에서 전날 연 1.49%에 거래됐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오전 10시쯤까지 연 0.04%포인트 정도 오르면서 5월 물가 급등을 반영했습니다. 하지만 장이 열리고 2시간 정도의 싸움이 끝난 후 다시 연 1.49% 정도에서 소강 상태가 벌어지다 이후 떨어지면서 연 1.45%로 하락했습니다.

인플레 기대감이 오르면 금리도 오른다는 시장의 상식에 반하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금리 상승을 이끌었던 세력은 인플레를 주목했습니다. 소비자 물가 중에서 채권 전문가들이 주로 보는 변동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 물가를 뺀 핵심 소비자 물가가 전달 대비 얼마나 올랐냐는 것입니다. 이는 5월에 0.7%로 전달의 0.8%에 이어 1980년대 이후 2번째로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이에 개장 초기에는 금리가 상승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점차 이 정도 가지고 ‘인플레가 일시적’이라고 분석하는 미 연준이 행동에 나설까라는 의문이 채권 시장에 퍼졌다고 합니다. 채권 시장에선 가장 큰 손인 연준의 움직임을 중시합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컨대 TS 롬바르드의 다리오 퍼킨스 글로벌 매크로 스트래티지스트는 투자 노트에서 “최근의 가격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중앙은행의 관점에 도전할 게 없다”고 썼습니다. 특히 5월 소비자 물가 상승에는 중고차 가격 상승과 자동차 보험료, 항공료 상승분이 52%나 차지합니다. 물가 상승이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데, 연준의 인플레는 일시적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는 분위기였다는 겁니다.

또 채권시장이 인플레 우려로 3월에 너무 일찍 움직여 연 1.7%대까지 금리가 올라갔다가 다시 떨어졌던 기억을 갖고 있어 지금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겠다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연준이 매달 1200억 달러에 달하는 채권 매입을 줄이는 테이퍼링 계획을 밝히는 등 행동에 나서면 이런 분위기는 바뀔 수 있다고 합니다. 채권시장은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또 이후 8월말 잭슨홀 미팅 등에서 테이퍼링 계획이 발표되면 금리 상승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합니다. 월가에서 대체로 여름 이후에 장기 금리 상승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 벽에 부딪힌 ‘밈’ 주식

소셜미디어에 화제가 돼서 개미 투자자가 몰리는 ‘밈’ 주식이 10일 일제히 두 자릿수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게임스톱은 -27%, AMC엔터테인먼트는 -13%, 클로버 헬스는 -15%, 클린에너지퓨얼스는 -15% 등 주요한 밈 주식들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아직 추세가 확실하진 않지만, 1월의 게임스톱 상승세를 기억하는 투자자들에겐 이번 ‘제2의 게임스톱’은 생명력이 짧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CNBC의 분석으론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화제가 돼서 주가가 뛰기 시작해 9거래일이 정도 상승세가 지속된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밈 주식인 ‘게임스톱’의 매장. /뉴시스

CNBC는 또 월가 전문가들이 밈 주식이 12개월 안에 평균 40%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전했습니다. CNBC방송이 분석한 밈 주식은 게임스톱, AMC엔터테인먼트, 베드배스앤비욘드, 블랙베리, 익스프레스, 선다이얼그로워스, 비욘드미트, 팔란티어테크놀로지스, 틸레이 등 9개 종목입니다.

여기에 더해 주가 급등을 계기로 회사나 회사 임원들의 배만 불려주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게임스톱의 경우 아마존 출신의 매트 퍼롱을 CEO로 영입하면서 최대 500만주의 신주 발행으로 14억 달러의 자금을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면 기존 주주 지분의 가치는 떨어지게 됩니다. AMC엔터테인먼트의 경우엔 이사 5명이 주가가 급등했던 최근 이틀 간 400만 달러 어치의 주식을 처분했다고 합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임원들이 주식을 파는 건 주가 하락의 징조라는 말이 증시에 있기도 합니다.

소문에만 의지해서 주가가 오르는 경우에는 하락 위험성도 크다는 걸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악해 보겠습니다. 첫째, 미국 5월 소비자 물가가 5%나 올랐음에도 증시는 큰 충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5월 물가보다는 인플레가 장기화될 지 6월 이후 물가를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연준의 말대로 인플레가 일시적으로 끝날지 아니면 장기화될 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둘째,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 연준이 테이퍼링 계획을 밝히는 등 행동에 나서기 전까지는 시장도 금리 상승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연준은 행동에 나설 겁니다. 레이더를 세우시기 바랍니다. 셋째, 소셜미디어를 통해 매수 세력을 모으는 ‘밈’ 주식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시장에는 영원히 오르는 것도 영원히 떨어지는 것도 없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