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새벽에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4%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S&P500은 0.2%, 나스닥은 0.98% 올랐습니다. S&P500은 사흘째 사상 최고치고, 나스닥도 이날 사상 최고치입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49%에서 거래됐습니다. 전 거래일보다 0.05% 포인트 떨어진 것입니다.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는 ‘테크주, 반독점 파고 넘나’, ‘실업수당 줄여 일자리 늘리기’, ‘엘-에리언 “경제 엑셀 계속 밟다 급브레이크 잡는 충격 온다”’를 꼽았습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테크주, 반독점 파고 넘나

올 들어 나스닥은 18번째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S&P500은 32번째 사상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이날은 테크주가 주가를 견인하면서 나스닥이 1% 가까이 올랐습니다.

특히 페이스북 주가가 4.2% 급등했습니다. 시가총액도 이날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미국 법원이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페이스북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을 기각했기 때문입니다. FTC는 작년 12월 48개 주 검찰과 공동으로 페이스북이 2012년과 2014년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한 게 경쟁자를 없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했다며 법원에 기소했습니다. 기각 이유는 FTC가 제대로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페이스북의 모든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궁극적으로 FTC의 제소 사항이 법적으로 불충분하므로 기각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FTC가 보완 조사를 벌여서 다시 기소할 수는 있지만, 일단 페이스북은 한숨 돌린 것입니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의 로고. /AFP 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빅테크에 대한 규제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는데, 페이스북 기소 기각을 계기로 주춤할 지 아니면 전략을 보완해서 더 세게 나갈 지가 관심사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마존 저격수’로 불리는 리나 칸 컬럼비아대 교수를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임명하기로 했습니다. 빅테크에 비판적인 팀 우 컬럼비아대 교수를 대통령 기술 경쟁정책 특별보좌관으로 임명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하원에선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합심해서 ‘플랫폼 독점 중단법’ 등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5개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는 등 빅테크 견제에 초당적인 움직임도 나타납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빅테크가 혁신을 이끌어 가격을 낮추고 소비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줬다는 주장입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민주당 출신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 등 주요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반독점법이 혁신을 방해할 것이라고 호소했다고 합니다. 의회의 빅테크 규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은 로비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비영리단체 퍼블릭시티즌에 따르면 이들 4개 빅테크 기업들의 로비스트는 지난 2018년 293명에서 2020년엔 333명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민간단체인 책임정치센터(CRP)이 조사한 바로는 페이스북은 작년 정계로비 활동에 1970만달러, 같은 기간 아마존은 1870만달러를 지출했는데, 이는 2018년과 비교해 보면 각각 56%, 30% 늘어난 것이라고 합니다.

한편 이날 테크주 강세에는 금리가 다소 하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거래일보다 0.05%포인트 떨어진 연 1.49%에 거래됐습니다.

◇ 실업수당 줄여 일자리 늘리기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연방 실업 수당 혜택을 줄이는 주들에서 구직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연방 실업 수당을 줄이면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으러 나갈 것이란 제안을 했습니다. 코로나 지원책의 하나로 현재 연방 정부가 기존 실업 수당에다 매주 300달러를 최장 18개월 동안 더 얹어 주고 있습니다. 둘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개연성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실업 수당 혜택이 줄어든다면 당장 일자리를 찾아 나설 수 있다는 것이지요.

미국의 한 수퍼마켓 앞에 있는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구인 공고를 알리는 팻말. /AP 연합뉴스

미주리주의 경우. 300달러의 추가 실업 수당을 6월 12일 줄였는데, 5월 실업률이 4.2%로 전국 평균인 5.8%보다 낮습니다. 추가 실업 수당을 줄이겠다는 예고는 5월에 했습니다. 미주리와 다른 세 개의 주가 가장 먼저 추가 실업 수당을 줄였습니다. 이후 6월 19일 7개 주가 줄였고, 지난 주말 10개 주가 따라 했습니다. 7월 10일까지 4개 주가 추가로 줄일 예정입니다. 원래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 수당 지급은 9월초까지입니다.

증권사인 제프리스의 분석에 따르면 6월에 추가 실업 수당을 없앤 주들에서는 실업 수당을 받는 사람들이 5월 중순부터 6월 12일까지 13.8%가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추가 실업 수당을 7월에 없애는 주들은 10%, 9월에 없애는 주는 5.7%가 줄었습니다.

앞서 4월 고용이 22만6000명 늘어나서 100만명 증가를 예상했던 월가가 머쓱했는데, 당시 이게 추가 실업 수당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된 게 아니고 아직 학교나 어린이집이 문을 열지 않는 등의 영향으로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이런 영향을 좀 더 확연하게 확인하려면 6월 고용 동향이 나와야 합니다. 미 노동부는 오는 7월2일 6월 고용 동향을 발표합니다. 월가는 70만 명의 고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5월에는 55만9000명이 늘었습니다.

고용이 본 궤도에 오르면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변경 시간표가 앞당겨 질 수 있어 주의해서 봐야 합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가을에 고용 증가세가 확연히 질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 엘-에리언 “경제 엑셀 계속 밟다 급브레이크 잡는 충격 온다”

알리안츠 고문이자 전 핌코 최고경영자(CEO)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28일 CNBC에 나와 “매일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지 않다는 증거를 보고 있으며, 연준이 뒤쳐지고 있어 이를 따라잡아야 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미 연준이 인플레를 과소 평가하면서 미국이 또 다른 경기 침체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지금 경제의 엑셀레이터에서 천천히 발을 떼면 되는데, 이를 미루다가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경기 침체로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 /조선일보 DB

인플레가 연준 말대로 일시적이 아니고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월가 증시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전략가 데이비드 코스틴이 이끄는 팀이 주식 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봤습니다.

우선 높은 인플레가 지속되면, 기업의 이익은 감소하는 가운데 매출은 증가하게 됩니다. 골드만삭스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존 전망보다 1% 포인트 높아질 때마다 S&P500 기업들의 매출은 1% 포인트 올라가고, 이익은 0.1% 포인트 감소하게 된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인플레가 일시적이라면 내년에 핵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증시에서 평가하는 기업 가치도 떨어지게 됩니다. 또 인플레이션율이 올라가면서 미 연준은 통화정책을 죄게 되고 금리도 상승하게 됩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이 경우에도 현재 S&P500 전망을 바꾸지는 않겠다고 했습니다. 현재 골드만삭스의 S&P500 전망은 4300입니다. 이미 s&P500이 4290인데, 모두 도달한 것입니다.

인플레가 일시적일 때보다 높은 인플레 상태에서 주가 상승률은 제한됩니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1960년 이후 물가까지 감안한 S&P500의 연간 수익률 평균값은 낮은 인플레이션이었을 때 15%였고, 높은 인플레이션이었을 때 9%였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은 기업이 가격 결정력이 낮은 기업에 비해 주가 상승률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코스틴은 역사적으로 높은 인플레 아래에서는 헬스케어, 에너지, 부동산, 필수소비재 업종이 다른 업종 수익률을 ‘아웃퍼폼’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악해 보겠습니다. 첫째, 미 법원이 페이스북에 대한 반독점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 규제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빅테크는 한편으론 혁신의 용광로지만 한편으론 독점적 지위를 남용할 우려도 있습니다. 균형을 잘 잡길 바랍니다. 둘째, 미국에서 실업 수당을 줄였더니 일자리를 찾으러 나가는 사람이 늘었다고 합니다. 고용 회복이 빨라지면, 미 연준의 긴축 시계도 빨라집니다. 6월 고용 동향을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셋째, 경제 전문가인 엘-에리언이 경기 부양에만 올인 하다 보면 언젠가 강하게 경제에 브레이크를 잡게 되고 그 충격으로 경기가 침체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리 있는 얘기입니다. 경제가 순항할 수 있도록 연준이 운전대를 잘 잡아 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