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3%, S&P500은 0.3% 상승했습니다. S&P500은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나스닥은 0.01%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연 1.296%에 거래돼 연 1.3% 선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미 노동부가 집계한 채용 공고는 920만9000건으로 역대 최고였습니다.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는 ‘테이퍼링은 언제? 힌트는 없었다’, ‘디디 사태, 테슬라까지 불안?’, ‘미국서 구인은 넘치는데’를 꼽았습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테이퍼링은 언제? 힌트 없었다

지난 6월 15~16일 열렸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회의록이 7일 공개됐습니다. 지난달 16일 회의 후 공개된 점도표에선 2023년 2번 금리 인상 신호가 나와서 월가에서 조기 금리 인상 우려가 나왔었습니다.

월가는 이번에 공개된 회의록에선 자산 매입 축소, 즉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읽었습니다. 그런데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얘기했듯이 ‘테이퍼링을 논의를 하는 것을 논의(taking about talking about tapering)’했지만, 시장에 영향을 줄만한 의미 있는 결론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AP 연합뉴스

회의록에 따르면 대부분 참석자들은 경제가 아직 미 연준이 통화 정책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설정한 기준까지 ‘중대한 추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봤습니다. 미 연준은 작년 9월 ‘완전 고용이 되고 인플레가 상당기간 2%를 넘기 전까진 제로 금리를 지키겠다’고 공언했지요.

테이퍼링 시기를 두고 의견 차가 있었다는 것은 회의록에서 확인됐습니다. 일부 참석자들은 테이퍼링을 위한 조건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좀 더 일찍 도달할 것’이라고 봤지만, 또 다른 일부는 ‘자산 매입 계획에 대한 변화를 주는 목표까지 진전이 있는지 평가하고 변화를 선언하기 까지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몇몇 참석자들이 국채 매입 축소 이전에 모기지담보증권(MBS)부터 매입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현재 미 연준은 매달 800억 달러의 국채와 400억 달러의 MBS를 시장에서 매입해서 장기 금리를 낮추고 있습니다. 이미 돈줄 죄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매파 성향의 일부 지역연방은행 총재들은 공개적으로 테이퍼링을 조만간 시작해야 하고, MBS부터 축소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프리야 미스라 TD증권 금리 전략 글로벌 헤드는 “회의록에서 나온 새로운 정보는 불확실성이 있다는 것, 자산 매입 축소에 대한 신중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합의의 부족이다”라고 했습니다.

이런 회의록 내용에 대해 월가는 미 연준 논의가 아직 테이퍼링을 선언할 분위기도 아닌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월가 3대 지수는 모두 상승했습니다. 또 미 재무부에 따르면 채권 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4%포인트 떨어진 연 1.33%에 거래됐습니다. 장중에는 한 때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1.926%에 거래돼 연 1.3% 선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의심했던 것만큼 매파적이지 않았다”며 “조만간 테이퍼링을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지지는 제한적이었다”고 했습니다.

◇ 디디 사태, 테슬라까지 불안?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디디)에 대한 중국 정부가 사이버 안보 위협 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중국의 앱스토어에서 디디추싱의 앱을 다운로드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하면서 디디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습니다. 7일 4.6% 하락했고, 앞서 6일에는 20% 폭락했습니다. 공모가인 14달러 보다 15%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입니다. 앞서 4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디디추싱 앱의 개인 정보 수집과 활용에 심각한 위법 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앱 장터 운용사들에 “모든 앱 장터에서 디디추싱 앱을 삭제하라”고 명령했습니다. 2일엔 “국가안전법과 국가사이버안전법을 근거로 디디추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며 조사에 착수한 지 단 이틀 만에 초강력 제재에 나선 것입니다. 중국은 지난 6월 데이터 보안법을 통과시켰음. 법안의 주요 내용은 중국의 기업이 외국 정부에 테이터를 제출할 경우, 중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가도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이날 1.7% 하락했고, 중국 전기차 업체인 니오는 8.5%, 리오토는 4.6%, 샤오펑은 5.9% 하락했습니다.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5일 디디추싱과 같은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스마트 화물 배송 업체 ‘윈만만’과 ‘훠처방’, 취업 플랫폼인 ‘보스즈핀’에 대해서도 안보 심사를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보스즈핀은 지난 5월 나스닥에, 윈만만과 훠처방을 운영하는 만방그룹은 지난달 뉴욕증시에 상장한 기업들로, 모두 중국 도로 데이터와 개인 정보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IT 기업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디디 사태가 미국의 대표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2020년 1월 중국 상하이에서 테슬라의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가 중국에서 전기차 사업을 영위하는 데에는 위치 정보, 고객 신분 정보, 운전 습관 등과 같은 다양한 온라인 데이터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게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의 자율 주행에 대한 규제가 점차 강화되면 외국 전기차 업체에는 상당한 도전이 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테슬라는 중국 시장에서 지난 4월 3만3463대를 팔면서 중국 전기차 시장 판매 1위를 차지했습니다. 테슬라의 올해 1∼3월 매출액 중 중국 비중이 3분의 1에 이를 만큼 중국은 테슬라의 핵심 시장입니다.

애덤 조나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모건스탠리

조나스는 테슬라 투자자들이 세 가지를 주의해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첫째, 중국이 자국 자율주행 기업에 규제를 강화하면서, 지정학적인 라이벌인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에도 동일한 대우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중국의 자율주행 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역시 주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중국 규제 당국은 이미 자동차 제조 업체들에게 카메라나 센서 데이터를 강제로 중국 내에 두도록 하는 방안을 예고했다고 했습니다. 셋째, 테슬라 중국 법인이 테슬라 본사와 거리를 둘 수 있다는 것도 포인트입니다. 테슬라 중국 법인이 본사와 완전히 분리해서 독립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애덤 조나스는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900달러로 유지했습니다.

◇ 미국서 구인은 넘치는데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의 채용 공고는 920만9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4월의 919만3000건을 넘어선 것입니다. 2000년 12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3월 이후 매달 사상 최고치를 넘기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맥도널드 드라이브 스루 앞에 서 있는 구인 광고. /AFP 연합뉴스

한편 6월 고용 통계에 따르면, 6월에 일자리가 85만 개 늘었지만, 여전히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고용이 713만 명이 줄어 있는 상황입니다.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 보니 지금 미국의 노동 시장은 구직자들이 우위에 있는 시장입니다. 지난 4월에는 4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그만뒀는데, 이는 코로나가 심각하던 작년보다 약 배가 많은 사람들입니다. ISM(공급관리협회)의 앤서니 니베스 협회장은 “사람들이 또 다른 일자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숫자가 5월에는 360만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숫자입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 되면 임금 상승 우려가 커집니다. 임금 상승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우려를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이미 4~6월의 임금 상승을 연율로 따지면 6.6%로, 1980년 이후 가장 강한 흐름입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뿐만 아니라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치폴레, 맥도날드, 의류업체 언더아머 등이 임금을 올린다는 소식이 연초부터 들어오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 상승이 기존 추세보다 1% 포인트 높아지면, 핵심 인플레이션은 0.05%~0.15%포인트가 올라갈 것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임금 인상이 일회성으로 그칠 지 계속될 지가 앞으로 월가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미 연준은 노동력 부족은 여름을 지나면서 완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악해 보겠습니다. 첫째, 미 연준이 아직 테이퍼링 시기에 대한 힌트는 주지 않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율이나 고용 지표 등 경제 상황 변화를 더 지켜 보면서 판단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경기가 좋아지면 언젠가 돈줄 죄기는 시작될 수밖에 없습니다. 준비를 잘 해 두시기 바랍니다. 둘째, 중국 테크 기업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가 미국 기업인 테슬라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중 갈등은 아직 수면 밑에 있지만, 언제 다시 수면 위에 솟아 오를지 모릅니다. 증시에 미칠 지정학적 리스크도 따져 봐야 합니다. 셋째, 미국에서 구인과 구직 미스매치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미 연준은 여름이 지나면서 완화될 것으로 봅니다. 임금 상승이 인플레로 이어질 지 레이더를 세워 둬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