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04%, S&P500은 0.3%, 나스닥은 0.4% 상승했습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이 37만50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주보다 1만2000명 감소한 것으로 3주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에서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미국 물가 중국에 흔들릴까’, ‘테일러 “금리 5%로 올려야”’, ‘중국 규제 소나기 피할 곳은 어디?’를 꼽았습니다. 방송에선 그에 따른 한국에 대한 영향을 알아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미국 물가 중국에 흔들릴까

미국 7월 생산자 물가가 전년보다 7.8% 상승했습니다. 6월의 7.3%보다 상승폭이 커졌습니다. 역대 최고의 상승률입니다. 이는 월가 전망인 7.2%보다 높은 것입니다.

미국 생산자 물가 상승률 추이. /자료=미 연준
미국 생산자 물가 상승률 추이. /자료=미 연준

생산자 물가는 2~3개월 후에 소비자 물가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 연준이 ‘일시적’이라는 하는 물가 상승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7월 생산자 물가는 전달보다는 1% 상승해 6월과 상승률이 같았습니다. 하지만 월가 전망인 0.6%보다 높은 것입니다.

게다가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생산자 물가도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미국 물가가 정말 일시적인 상승으로 끝날 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중국의 7월 생산자 물가는 상승률은 전년대비 9%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5월 9%를 기록한 후, 6월 8.8%로 주춤하는 가 싶더니 다시 9%대인 것입니다. 2008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중국 생산자 물가 상승률 추이. /자료=중국 국가통계국
중국 생산자 물가 상승률 추이. /자료=중국 국가통계국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중국은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이후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1.2%로 전세계 인플레이션(3.8%)의 3분의1에 불과해 ‘디플레이션을 수출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방향이 바뀐 것입니다. 올해 중국의 생산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5.6%로 전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인 3.5%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중국의 생산자 물가가 오르는 것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이 큽니다. 중국 정부가 원자재 가격 안정 조치 등을 취하고 있지만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미국도 석유수출국들의 모임인 OPEC+에 원유 증산을 요구하고 있지만 얼마나 약발이 먹힐지는 미지수입니다. 다만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으로 최근 국제 유가는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상품 수입 중 중국의 비중이 18%쯤으로, 미국의 상품 수입 1위 국가가 중국입니다. 이에 따라 중국 생산자물가와 미국 수입물가의 상관계수는 0.84, 미국 소비자물가의 상관계수는 0.61에 달합니다. 중국 생산자 물가 상승이 미국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중국발 생산자 물가 인플레이션이 미국까지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 봐야 합니다. 한편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1% 등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수요 둔화 우려가 나옵니다.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도 아울러 따져 봐야겠습니다.

◇ 테일러 “금리 5%로 올려야”

1993년 중앙은행 금리 결정 공식인 ‘테일러 준칙’을 만든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가 현재 상황에서 미 연준의 정책 금리가 5%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한때 연준 의장 후보에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스탠퍼드대

테일러 준칙은 실제 인플레이션율과 성장률이 각각 인플레이션 목표와 잠재성장률을 벗어날 경우 중앙은행이 정책 금리를 바꿔야 한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해서 적정한 정책 금리 수준을 산정하는 공식까지 나옵니다.

이론은 간단합니다. 실제 인플레이션율이 인플레이션 목표보다 높으면 금리를 올리고,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높아도 금리를 올리는 것입니다. 물가가 높거나 경제가 과열되면 금리를 올린다는 것입니다. 반대의 경우엔 금리를 내립니다. 테일러의 정책 금리 공식은 단순화 시켜서 얘기하면 경제의 균형 이자율에다가 인플레이션율을 더하고, 인플레이션율과 목표 인플레이션 차이에 0.5를 곱하고, 성장률과 잠재성장률 차이에 0.5를 곱한 후 추가로 더하는 것입니다.

테일러 교수는 최근 1년간 평균 인플레이션율을 약 4%로 보고, 연준의 목표 인플레이션인 2%보다 높다고 했습니다. 또 올해 2분기 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차이를 -2%로 봤습니다. 그리고 균형 이자율을 1%로 봤습니다. 이 경우 적정 정책 금리는 5%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미 연준이 제로(0) 금리를 유지하고 있으니 5% 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워낙 물가 상승률이 높기 때문에 경제가 잠재 성장률보다 더디게 성장해도 앞으로 경제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만약 연말에 가서 물가가 2%로 떨어지더라도 성장이 잠재성장 수준으로 나타나면 적정 정책 금리는 3%라고 했습니다. 여전히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지요.

미국 연간 인플레이션 추이.(2021년은 추정치) /자료=미 노동통계국

테일러 교수의 얘기는 경직적이고 미 연준의 정책 재량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받지만, 눈을 감을 수는 없는 얘기입니다.

한편 비둘기파로 알려진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경기 반등을 고려할 때 올해 안에 강력한 통화 완화 정책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테이퍼링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좀 더 지표를 두고 보자는 비둘기파의 뉘앙스와 조금 다른 것입니다. 이날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에 따르면 2분기 미국의 단독주택 평균판매 가격은 35만7900달러로 전년보다 22.9% 급등했습니다. 부동산 가격 급등도 테이퍼링을 조기에 하자는 주장의 근거 중 하나입니다. 연준 내 매파들의 목소리가 강해진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총재./샌프란시스코연준

◇ 중국 규제 소나기 피할 곳은 어디?

중국 정부가 법치 건설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팬클럽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는 소식 등에 월가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가는 이날도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에 상장된 98개 중국 기업으로 구성된 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 인덱스는 2%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 인덱스 추이. /자료=블룸버그

월가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의 규제 소나기를 피할 수 있는 업종은 어디인지 찾고 있습니다. 중국의 빅테크, 사교육, 배달업체 등에 대한 규제는 강화되지만, 전기차와 같은 하이테크 제조업이나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 반도체 등은 중국 정부가 육성하는 산업이라는 것입니다. 중국의 주요 전기차 업체인 니오, 리오토, 샤오펑은 모두 미국 시장에 상장돼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중국 정부의 사교육 사실상 금지 정책이 전해지자 월가에서는 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 인덱스가 5.3% 하락했습니다. 이날 미국에 상장된 중국의 전기차 업체인 니오, 리오토, 샤오펑도 각각 8.8%, 14%, 15% 하락하는 등 동반 하락했지만, 이후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전기차 업체들의 주가는 규제 소식이 들리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규제 소나기에 일부 업종만 피해갈 수 있을 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성장 둔화 우려도 나옵니다. 이날도 니오가 3.4%, 리 오토는 2%, 샤오펑은 2.9% 하락하는 등 전기차 업체들의 주가는 골든 드래곤 차이나 인덱스와 동반해서 하락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 연합뉴스

앞으로 중국 정부 규제 리스크 이슈의 핵심은 범위와 기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반시장적인 조치의 연장이 초래할 부작용과 정책적 효율성 저하를 감안한다면 연내 중국 정부의 규제 리스크는 정점을 통과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규제 이슈가 불거지자 중국 테크주들을 팔아 치웠던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는 최근 웨비나에서 중국 주식에 대해 ‘열린 생각’을 갖겠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중국의) 혁신 공간에서 매우 흥미로운 몇몇 기업을 찾아 낼 것이다. 그곳에 대해 열린 생각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미국의 생산자 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고 수준을 갈아치웠습니다. 여전히 월가에선 인플레가 일시적이냐 장기적이냐 논란이 분분합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생산자 물가 급등이 미국으로 전이될 우려도 있습니다. 앞으로 물가 추이를 눈 여겨 봐야겠습니다. 둘째, 정책 금리 결정 공식을 만든 테일러 교수가 금리를 5%까지 올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미국 경제의 과열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좀 너무 나간 것 같지만, 경제가 과열되고 금융시장에 거품이 끼어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하겠습니다. 셋째, 중국 정부가 규제 소나기를 퍼붓다 보니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 주가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소나기를 피해 돌아갈 방법을 찾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나기가 퍼부을 때는 잠시 쉬어 가는 것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