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6%, S&P500은 0.9%, 나스닥은 1.6%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이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1.25%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서부텍사스유는 배럴당 65.64달러로 5.6% 급등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팽배한 바이더딥 심리’, ‘기업 심리엔 델타 변이 그림자’, ‘박스권 벗어난 비트코인’을 꼽았습니다. ‘바이더딥(buy the dip)’은 저가 매수 또는 저점 매수를 의미합니다. 주가가 떨어지면 산다는 것이지요. 지난 주 주가가 하락하자 미국 증시에 신규 유입된 미국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동향을 알아 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 팽배한 ‘바이 더 딥’ 심리
지난주에 하락했던 월가 증시는 이번 주 상승장으로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 월가 증시에서 한 주간 다우지수는 1.1%, S&P500은 0.6%, 나스닥은 0.7% 하락했습니다. 미 연준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됐는데, 대부분의 위원들이 ‘연내 테이퍼링’에 동의하는 내용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날 알리안츠 고문이자 전 핌코 최고경영자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CNBC에서 증시 상승에 대해 “증시는 저가 매수(buy dips) 조건이 충분하며, 이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같은 저점 매수세를 깨는 큰 충격은 연준의 정책 실수나 시장에서 사고가 터지는 것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전략가들도 지난주에 미국 주식 펀드에 128억 달러의 자금이 들어왔는데, 이는 9주만에 가장 큰 것이라며 이런 주식 자금 유입의 바탕에는 ‘저가 매수(BTD, buy the dip)’ 심리와 ‘(주식 외에) 대안이 없다(TINA, there is no alternative)’는 심리가 깔려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전략팀은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에 대해 전혀 두려움을 느끼고 있지 않다”며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코로나 이후 채권을 사들이면서 시간당 8억3400만 달러를 풀고 있고, 미국 정부도 올 들어 시간당 8억7500만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누구나 TINA와 BTD를 믿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다”고 했습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이 같은 ‘저가 매수’의 원천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앞서 미국 가계가 1분기에 1720억 달러의 주식을 사들여 시장을 떠받치는 주식 수요의 가장 큰 원천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가계가 4000억 달러에 달하는 주식을 사들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는 게 월가 분위기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매달 1200억 달러에 달하는 미 연준의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오는 27일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잭슨홀 심포지엄 온라인 연설에서 어떤 얘기를 할 지 월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날 JP모건은 테이퍼링이 시작되더라도 돈을 푸는 규모를 줄이는 것이지 돈을 푸는 걸 멈추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JP모건체이스의 전략가인 테레사 호와 알렉스 로에버는 미 연준의 테이퍼링이 12월 선언되고 8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테이퍼링 규모에 따라 8500억~1조 달러의 자금이 추가로 풀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편 이날 월가에선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이 정식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에 제약주들이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세계 최대 제약사인 화이자는 2.5% 올랐으며, 화이자와 공동으로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바이오엔텍은 9.6% 상승했습니다. 또 다른 코로나 백신 개발사인 모더나 주가도 7.6% 상승했습니다. 화이자가 23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암 치료약 전문 바이오 스타트업인 트릴리움 테라퓨틱스는 무려 188%나 폭등했습니다.
◇ 기업 심리엔 델타 변이 그림자
이날 시장조사업체인 IHS 마킷이 8월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를 발표했습니다. 서비스업 PMI는 55.2로 전달의 59.9보다 하락했습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망인 59.2보다도 낮습니다. 또 8개월만에 최저치입니다. IHS 마킷이 집계한 서비스업 PMI는 5월 70.4로 꼭지를 찍고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서비스업 비중은 경제에 77% 정도되기 때문에 서비스업의 심리가 미국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데 중요합니다.
제조업 PMI도 61.2로 전달의 63.4보다 하락했습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망인 62.0보다 낮고, 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마킷 집계 기준으로는 5월부터 7월까지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는데, 8월에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업 심리가 하락하는 것은 델타 변이 확산을 가장 큰 이유로 꼽습니다. 미국의 하루 코로나 확진자는 최근 15만명을 넘었습니다. 크리스 윌리엄슨 마킷 이코노미스트는 “8월에는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경제 확장이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 증가, 특히 소비자와 대면하는 서비스업의 수요 증가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매출을 유지하려는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공급망 병목 현상에 대한 지적이 역대 최고로 올라갔으며, 고용을 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응답이 늘었습니다. 윌리엄슨은 “일자리 성장이 작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기업들은 적절한 직원을 찾는 데 실패하거나 현재 고용하고 있는 직원들의 일자리를 바꾸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이란 조짐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발표된 7월 소매 판매는 전달보다 1.1% 감소하면서 월가 전망인 0.3% 감소를 크게 하회했습니다. 또 미시간대의 8월 소비자 태도지수 70.2로 작년 코로나 초기 때보다 낮은 것은 물론이고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의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델타 변이 확산이 소비에 타격을 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표를 더 봐야 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앞서 ISM(공급관리협회)이 집계한 7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4.1로 6월의 60.1보다 높아져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또 이날 나온 미국의 기존 주택 판매는 2% 증가했습니다.
◇ 박스권 벗어난 비트코인
코인 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 가격이 23일 한 때 5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5월 하순부터 7월 말까지 3만 달러 대의 박스권에서 움직이다가 박스권 상단을 뚫고 4만 달러에서 5만 달러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박스권에 들어간 것은 중국의 코인 채굴 규제 등 각국의 규제 이슈가 불거지고 자동차 결제에 비트코인을 활용하겠다고 했던 테슬라가 계획을 번복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테크주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코인 투자자들이 테크주 투자로 이동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 등 비트코인 낙관론자들이 비트코인의 전망을 밝게 보는 말을 쏟아 내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세를 보입니다. 캐시 우드는 비트코인 가격이 50만 달러까지 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또 최근 발표된 호재들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미국 월가에 상장된 코인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최근 5억달러 규모의 가상자산을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냈습니다. 미국 대표 간편결제 기업인 페이팔은 영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가상자산을 거래하고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신규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투자은행인 웰스파고가 최근 규제당국에 고액자산가를 위한 간접투자상품으로 비트코인 펀드를 신고했고, JP모건도 가상자산 운용사 NYDIG와 제휴를 맺고 패시브 비트코인 펀드를 신고했습니다.
한편 월가의 분석가인 펀드스트랫의 설립자 톰 리는 이달 초 모든 자산이 랠리(상승장)을 보이면서 올해 비트코인 가격도 10만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비트코인 거품에 대한 경고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 4월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펀드 매니저 대상 설문 조사에서는 74%의 응답자가 “비트코인은 버블”이라고 했습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 사이언 에셋 대표는 “비트코인 투기는 모든 추락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한 테슬라, 코인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등 월가에 상장된 비트코인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어떻게 되는지도 관심사입니다. 이날 테슬라는 3.8% 급등했지만, 코인베이스는 0.5% 하락했습니다. 페이팔 주가는 1.5% 상승했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미국 증시에 ‘저가 매수’ 심리가 팽배해 보입니다. 주가가 떨어질 때면 강하게 받쳐 주는 자금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 연준이 테이퍼링을 시작하면 분위기가 바뀔 수 있습니다. 연준 동향에 레이더를 세워 두시기 바랍니다. 둘째,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영향을 받을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매 판매가 줄고 기업 심리가 나빠지는 것입니다. 아직은 어떤 방향으로 튈지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입니다. 앞으로 추이를 잘 챙겨봐야 하겠습니다. 셋째, 비트코인 가격이 박스권을 벗어나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단순히 코인 가격 상승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테크주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인근 시장도 살펴 보면서 투자에 나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