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48% 오른 3만4764.82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1.21% 상승한 4448.98를 기록했습니다. 다우와 S&P500은 이틀 연속 상승세입니다. 나스닥도 1.04% 오른 1만5052.24에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은 사흘 연속 올랐습니다. 이날 미 노동부는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이 35만1000명으로 이전 주보다 1만6000명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연준발 랠리 어디까지’, ‘테이퍼링 시작되면’, ‘’베어 마켓’ 예측’을 꼽았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전략가는 최근 미국 증시의 반등세에도 불구하고 투자 노트를 통해 조만간 주가가 20% 급락하는 ‘얼음장세’가 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했습니다. 방송에서 그 내용을 자세히 알아 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연준발 랠리 언제까지

대형주 중심의 다우 지수가 이틀 연속 1% 대 상승했습니다. 이틀 동안 844포인트나 오른 것입니다. S&P500도 이날 1.2% 상승했고, 나스닥은 1만5000선을 회복했습니다.

전말 미 연준이 성명서에서 “(경기 회복의) 진행이 예상대로 광범위하게 계속된다면 FOMC는 자산 매입 속도의 완화가 곧 정당화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히면서 테이퍼링에 대한 신호가 공식적으로 나오면서 월가는 ‘안심 랠리’를 보였습니다. 미 연준은 이르면 11월에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런 발표가 시장의 예상과 벗어나지 않은데다 테이펴링이 예상대로 진행된다는 것은 미국 경제가 순항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되면서 월가가 이틀째 환호한 것입니다. 특히 23만5000명 증가에 그치면서 부진했던 8월 고용 상황에 대해 미 연준이 회복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를 알리는 표지판이다. 23일 월가의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알리안츠자산운용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찰리 리플리는 CNBC에 “경제 경로를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생기고 있었으나, 미 연준이 시장에 약간의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는 “(연준의 발표는) 현 시점에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주가가 떨어지면 수익이 나도록 하는 금융상품인 ‘풋 옵션’처럼 증시 하락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연준이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예전에 앨런 그린스펀이 이끄는 연준이 주가 하락 때마다 유동성(돈)을 공급해 주가 하락을 막아 ‘그린스펀 풋’이란 별명이 생겼는데, 이번에는 ‘파월 풋’이란 별명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장의 리스크 요인 중 하나로 꼽혔던 중국 헝다(에버그란데)그룹의 부도 우려도 잠시 잠잠해졌습니다. 헝다가 해외 채권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하자, 홍콩 증시에서 17%나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날 나온 경제 지표들은 증시에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이 경제 활동 둔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은 35만1000명으로 이전 주에 비해 1만6000명 증가했습니다. 월가 전망인 32만명을 훨씬 웃돌았습니다. 고용 사정이 생각보다 녹록하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미국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 추이. /자료=미 연준

기업 심리 지표도 악화됐습니다.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이 집계한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0.5로 전달의 61.1보다 하락했습니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5개월만의 최저치입니다. 또 9월 서비스업 PMI는 54.4를 기록해 전달의 55.1보다 하락했습니다. 이는 작년 7월 이후 14개월만의 최저치입니다.

미국의 서비스업 PMI(구매관리자지수) 추이.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 테이퍼링 시작되면

미 연준은 21~22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에 테이퍼링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 신호를 줬습니다. 파월 의장은 이르면 11월 시작될 수 있다고 했고, 내년 중반에 끝내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제 테이퍼링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입니다. 실제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미리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 연준은 작년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3월 제로 금리로 정책 금리를 낮춘 후에 시장에서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폈습니다. 3월에는 7000억 달러의 채권을 매입을 했고, 6월부터 매달 1200억 달러씩 시장에서 채권을 사 들여 장기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채가 800억 달러이고, 모기지담보증권(MBS)이 400억 달러입니다. 이 과정에서 미 연준의 자산 보유액은 4조 달러가 불어나, 현재 8조5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양적 완화로 불어난 미 연준의 자산 추이. /자료=미 연준

그간 장기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면서 증시는 강한 상승세를 보여 왔음.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S&P500은 작년에 18.4% 상승했고, 올해도 9월 들어 흔들리기는 했지만 올 들어 18.5% 상승했습니다.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이런 과정이 거꾸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 테이퍼링 속도는 2014년보다는 빠를 것으로 보입니다. 2014년에는 앞서 2013년 5월 테이퍼링 신호가 나오고 나서 1월에 테이퍼링을 시작해 매달 100억 달러씩 채권 매입을 줄여갔습니다. 그 결과 10개월만에 테이퍼링이 끝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르면 11월, 늦어도 12월에 시작해 내년 중반에 끝내는 일정입니다. 단순하게 추정해서 계산해보면 매달 150억 달러씩 줄일 것으로 보입니다. 월가에선 국채 100억 달러, MBS 50억 달러씩 줄여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장기 금리는 상승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 이날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9% 포인트 오른 연 1.41%를 기록했습니다.

또 2013년 테이퍼링 선언 이후 ‘프래자일 파이브(fragile five)’라고 해서 외채가 많아 취약한 나라들의 경제가 흔들렸습니다. 당시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등이 프래자일 파이브로 불렸습니다. 이번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날지 주목됩니다. 달러 부채가 많은 나라의 경우 달러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가고 환율이 급등하는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베어 마켓’ 예측

월가에는 연말로 갈수록 주가 하락을 점치는 전략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가 대표적입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전략가는 지난 20일 낸 투자 노트에서 미국 기업의 이익이 수정되고 거시 경제 지표가 높은 빈도가 왔다갔다 하는 게 경기가 하강세를 타고 있는 걸 알려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수요가 위축되고 공급망 문제가 지속되면서 기업 마진에 압력을 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전략가. /모건스탠리

이에 따라 윌슨은 조만간 주가가 20% 급락하는 ‘얼음장세’가 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했습니다. 통상 주가가 20% 하락하면 추세적으로 하향세를 보이는 ‘베어 마켓’에 진입했다고 평가합니다.

다만 그는 주가가 10% 하락하는 ‘조정장세’를 전망하기도 했는데, 이는 미 연준이 경제의 과열에 대응해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거둬들이는 경우에 시장이 반응하는 것을 가리켰습니다. 윌슨은 이 같은 ‘조정장세’의 가능성을 더 높게 보면서 연말 S&P500 전망으로 현재보다 10% 정도 떨어진 4000을 제시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사비타 수브라마니언도 대표적인 비관론자입니다. 그는 최근 S&P500 연말 전망을 3800에서 4250으로 올렸는데, 여전히 현재 수준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그는 이달 초 ‘음악은 느려지는데 계속 춤추실 건가요?’(Should you keep dancing if the music slows down?)라는 보고서에서 이런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수브라마니언은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치솟는 임금과 집값, 원자재값 상승, 물류 대란 등이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씨티그룹의 토비아스 레브코비치 전략가도 비관론입니다. 그는 연말 S&P500 전망을 4000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9월 초 시장이 흔들리기 전인 지난달 이미 9월에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레브코비치가 제시하는 네 가지 증시의 위험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연준발 충격입니다. 실제 테이퍼링을 시작하면 유동성이 축소되지는 않더라도 유동성 공급이 줄게 됩니다. 또 금리 인상 신호도 계속 주고 있습니다. 둘째, 기업 마진이 줄어들 우려입니다. 셋째, 증세 우려입니다. 넷째, 인플레이션 우려입니다. 증세나 높은 인플레는 기업 마진을 갉아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월가 주요 금융회사들의 연말 S&P500 전망. /자료=CNBC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월가 증시가 미 연준의 테이퍼링 신호를 잘 소화하면서 이틀간 랠리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증시 앞에 높인 다른 리스크들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언제든 시장이 돌변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투자에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둘째, 미 연준이 테이퍼링을 시작하면 2013년 나타났던 것 같은 충격은 없을지 몰라도 증시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증시에서 과거가 미래를 알려주진 않지만,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투자 전략에 취약한 부분은 없는지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증시 앞에 높인 리스크가 적지 않습니다. 주가가 20% 폭락하는 ‘베어 마켓’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특히 인플레 압력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추이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