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오피스 업체 스파크플러스는 지난 5일 서울 지하철 영등포구청역, 공덕역, 왕십리역, 마들역에 공유 오피스 ‘스플라운지’를 동시에 열었다. ‘공유 오피스는 도심 대형 빌딩에 들어선다’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코로나로 재택근무자가 늘어난 점에 착안, 아파트 밀집 지역이거나 지하철 접근성이 좋은 환승역 중심으로 지점을 열면서 코로나 때문에 폐업한 지하철 역사 내 빈 점포를 파고든 것이다. 공유 오피스 안에는 카메라와 모니터가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직장인들이 쉽게 화상회의를 할 수 있도록 꾸몄다.
‘포화 상태’라는 우려가 나왔던 공유 오피스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과거 대형 빌딩이 밀집한 도심에 들어서던 공유 오피스는 이제 지하철역이나 주거지 근처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업무와 생활 공간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재택근무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출퇴근 시간이 짧은 ‘집 근처 사무실’을 찾는 수요를 공략하는 것이다. 패스트파이브, 위워크, 스파크플러스, 저스트코 등 서울에 있는 브랜드 공유 오피스 지점은 코로나 이전인 2018년 32개에서 올해 10월 76개로 늘었다.
◇지하철역·아파트 안에 공유 오피스
공유 오피스 ‘집무실’은 제휴 계약을 맺은 KT, LG디스플레이, 카카오 같은 대기업 직원들의 거주지 정보를 분석해 출퇴근 동선이 겹치는 ‘교집합’ 지역 6곳(정동, 서울대입구, 목동, 일산, 석촌, 왕십리)에 공유 오피스를 열었다. 이달 초부터는 공유 오피스 체류 시간 등 사용자 데이터를 제휴 기업의 인사 관리 시스템과 연동하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작년 11월만 해도 전체 이용객 중 5%도 안 되던 제휴 기업 이용객이 코로나 장기화, 거리 두기 단계 강화 등을 거치며 50% 이상으로 늘었다. 집무실을 운영하는 알리콘의 김성민 대표는 “코로나 거리 두기 4단계 격상 이후 오피스 지점마다 이용객이 30~50%씩 늘었다”면서 “원격 근무 수요가 많은 주거지 중심으로 사업장을 더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택근무가 보편화하면서 주민 편의시설 개념으로 공유 오피스를 조성하는 아파트까지 생기고 있다. 14일 1순위 청약을 받은 대전 동구 천동 ‘리더스시티’, 지난달 경기도 안양에서 분양한 ‘평촌엘프라우드’는 단지 안에 공유 오피스를 만들 예정이다. 한 분양 대행사 관계자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지만 집에서 일하면 집중이 안 된다는 사람들이 많아 새로 공급되는 대단지 아파트에선 사무 공간을 만드는 게 새로운 트렌드”라고 말했다.
◇코로나로 문 닫은 박물관이 오피스로 변신
해외에서도 코로나 여파로 임대·운영이 어려워진 유휴 부동산을 활용하거나 주거지와 가까워 접근성이 높은 새로운 형태의 공유 오피스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에선 코로나 때문에 관람객이 급감해 문을 닫은 박물관이 공유 오피스로 변신했다. 일본의 철도·부동산 기업 도큐는 작년 2월부터 휴업 중이던 가와사키시(市) ‘전차·버스박물관’ 내 전시용 열차 차량을 올해 8월 공유 오피스로 개조했다. 1시간에 100엔, 하루 최대 1000엔만 내면 전철 내부처럼 생긴 사무 공간에서 업무를 볼 수 있다. 싱가포르 공유 오피스 업체 ‘저스트코’는 쇼핑몰과 주거지에 1인용 작업 공간 ‘스위치’를 운영 중이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IT 업종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창업 붐과 맞물려 적은 비용으로 도심 내 사무실을 빌리려는 수요가 공유 오피스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대기업들도 사무 공간과 근무자를 분산해 코로나 감염 위험을 줄이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공유 오피스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이창준 본부장은 “코로나 이후 공유 오피스의 새로운 트렌드는 직원들의 주거 지역 인근에 사무 공간을 제공하는 ‘거점 오피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