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15% 상승한 3만6142.22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0.39% 오른 4700.90을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0.76% 상승한 1만5973.86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상무부는 10월 소매 판매가 전달보다 1.7%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9월 0.8% 증가보다 속도가 붙었고, 월가 전망인 1.5% 증가보다 좋은 결과를 낸 것입니다.

전기차 업체들의 주가가 계속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최근 하락을 딛고 4% 상승했습니다. 또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는 차량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는 소식에 주가가 23.7% 폭등했습니다. 루시드는 3분기 고객 주문예약이 1만3000대 규모라고 밝힌 후, 다시 주문이 1만7000대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도 이날 주가가 15% 이상 올라서 상장 후 연일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인플레에도 소비 증가’, ‘美 주식 사는 펀드 매니저들’, ‘테이퍼링 속도 논쟁’을 꼽았습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인플레에도 소비 증가

월가 3대 지수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 섰습니다. 여전히 사상 최고점을 다시 노리는 수준입니다. 다우지수는 사상 최고에서 1.4% 떨어져 있고, S&P500과 나스닥은 사상 최고에서 1%를 안 남기고 있습니다.

인플레 우려로 인해서 상승 동력을 많이 잃어 버린 월가 증시는 이날 ‘소비 활력’이라는 새로운 상승 동력을 얻었습니다.

이날 10월 소매 판매가 예상보다 더 좋게 나왔습니다. 특히 10월 소비자물가가 전달 대비 0.9%, 전년 대비로는 31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인 6.2% 오른 가운데 소비가 괜찮다는 소식에 월가는 환호했습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10월 소매 판매는 6382억 달러로 전달보다 1.7% 증가했습니다. 전년보다는 16.3% 늘어났습니다. 9월의 증가폭도 기존에 발표한 0.7%에서 0.8%로 수정해서 발표했습니다. 10월의 소매 판매 증가 속도가 9월보다 빨라졌을 뿐 아니라, 월가 전망인 1.5% 증가도 웃돌았습니다.

미국의 월별 소매판매액 추이. /자료=미 상무부

미국의 소매판매는 올 들어 1월과 3월에 미국 정부의 현금 지원책에 힘입어 7.6%, 10.7% 깜짝 증가한 이후 4월부터 소폭 증가와 감소를 반복했습니다. 지난 8월에 깜짝 증가했고 9월에도 예상 밖 증가세를 이어갔으며, 10월 역시 증가한 것입니다. 최근 나온 11월 미시간대 소비자 심리 지수가 인플레 우려로 10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는데, 이와는 다른 방향의 지표가 나온 것입니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70% 정도 차지하기 때문에 소매 판매는 향후 경제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이에 따라 3분기에 성장률이 2%를 기록하면서 월가에서 나왔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잦아들 것으로 보입니다. 월가 기관들은 4분기에는 미국 경제가 5% 정도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유통업체들도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는 코멘트를 했습니다. 미국 최대 건축자재 유통업체인 홈디포는 이날 3분기 순매출이 9.8% 증가하는 등 월가 전망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홈디포는 초기 4분기 매출이 이미 3분기보다 늘어나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판매 흐름이 좋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했습니다. 월마트도 시장의 전망을 넘는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동일 매장 매출이 9.2% 증가하면서 분기 매출이 1405억 달러를 기록해, 월가 전망인 1356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월마트 최고경영자(CEO) 더그 맥밀런은 선반이 꽉 차있어 연말 쇼핑 시즌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했습니다. 공급망 병목에 대비해서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을 이미 다 확보해 놨다는 것입니다. 월마트는 인플레이션이 경쟁 업체들을 가격 경쟁에서 이길 기회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주가는 엇갈렸습니다. 홈디포는 5.7% 상승했지만, 월마트는 2.5% 하락했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한 홈디포 매장. /AP 연합뉴스

미국 소비자들은 코로나가 이전보다는 잠잠해지면서 오프라인 대형 쇼핑몰도 많이 찾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빅데이터 분석기관인 플레이서닷에이아이의 몰 방문 도보 트래픽 데이터에 따르면, 10월에 아웃도어 몰의 트래픽은 2019년보다 5% 늘었는데, 인도어 몰 트래픽도 3% 증가했습니다. 이 같은 2019년 대비 증가율은 올 들어 최대 증가세를 보인 것입니다. 이에 따라 몰에 있는 매장에 집중하는 소기업인 애버크롬비&피치와 같은 업체는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 회사 주가는 올해만 130% 가까이 올랐습니다. 이 밖에도 메이시즈, 노드스트럼 등의 주가가 최근 1년간 배로 올랐습니다.

전기차 업체들의 주가도 계속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스톡옵션 행사를 위한 세금을 내기 위한 이유 등으로 자사 주식을 팔고 있는 테슬라는 이날 주가가 4% 상승했습니다. 테슬라는 지난 주에는 15.4% 하락하면서 작년 3월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보냈습니다.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는 차량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는 소식에 이날 주가가 23.7% 폭등했습니다. 루시드는 3분기 고객 주문예약이 1만3000대 규모라고 밝힌 후, 다시 주문이 1만7000대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도 이날 주가가 15% 이상 올라서 상장 후 연일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美 주식 사는 펀드 매니저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11월 펀드 매니저 조사에서,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이 미국 주식에 대해 ‘비중 확대’ 했다는 비율이 8년만에 가장 많았습니다. 경기 후퇴에 대한 전망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10월 조사에서는 펀드 매니저들이 글로벌 경기 전망에 부정적이면서도 주식을 매수하는 태도를 보였었습니다.

지난 5~11일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모두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388명의 펀드 매니저가 참여했습니다.

펀드매니저들은 미국 주식에 대해 ‘비중 확대’하겠다는 비율이 29%였습니다. 이는 지난달 조사(16%)보다 13% 포인트나 올라간 것입니다. BOA에 따르면 2013년 8월 이후 8년여만에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의 11월 자산별 투자 비중 변화. 미국 주식이 전달보다 13%포인트 늘었다. /자료=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성장에 대한 우려는 조금 잦아 들었습니다. 펀드 매니저의 6%만이 향후 12개월 안에 경기 침체가 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펀드 매너저들이 꼽는 가장 큰 꼬리 위험은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금리 인상, 그리고 중국이었습니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과 관련해서는 39%가 내년에 2번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지만, 1번의 금리 인상을 인상한 경우도 37%나 됐습니다. 결국 76%가 넘는 대다수가 내년에 금리 인상이 시작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미 연준이 금리를 안 올릴 것으로 본다는 대답은 13%에 불과했습니다.

펀드 매니저들의 현금 보유 비중은 10월의 4.7%에서 11월 4.4%로 줄었습니다. 펀드 매니저들이 저가 매수에 가담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에 가장 수익률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으로는 가장 많은 34%가 신흥국 주식을 꼽았습니다. 30%는 S&P500을 꼽아서 미국 대형 주식이 그 다음이었습니다.

비트코인을 꼽은 경우도 12%나 됐습니다. 펀드 매니저들은 내년 비트코인 가격은 5만 달러에서 7만5000달러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최근 6만9000달러까지 올랐던 비트코인 가격은 16일 한때 6만 달러 선 아래로 떨어지기도 하는 등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한편 59%의 펀드 매니저들은 비트코인이 버블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미국 주식 전략가. /골드만삭스 트위터

한편 이날 골드만삭스는 내년 말 S&P500 전망을 5100으로 내놨습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S&P500이 내년 말까지 9% 쯤 올라 5100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배당까지 포함하면 10%의 총수익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기업 실적이 계속 증가하는 걸 주가 상승 동력으로 봤습니다. 코스틴은 “비용 압박과 공급망 도전에도 불구하고 S&P500기업들의 주당 순이익이 내년에 8%, 2023년 4% 증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고용 비용이 증가하는 기업이나 주식 가치가 장기적인 성장 전망에만 의존하는 기업들은 투자를 피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연말 S&P500 전망은 4900을 내놨습니다. 반면 앞서 모건스탠리 마이크 윌슨 수석 전략가는 내년 말 S&P500 전망으로 4400을 제시했습니다. 현재보다 6%쯤 떨어진 수준입니다.

◇ 테이퍼링 속도 논쟁

미 연준 내에서 현재 발표한 테이퍼링 속도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플레를 막기 위해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매파는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자고 하는 반면, 고용 회복을 위해 더 지원해야 한다는 비둘기파는 테이퍼링 속도를 높일 걸 검토할 때는 아니라고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매파 성향의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6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인플레를 상쇄하기 위해 보다 연준이 통화 부양책을 축소하는 속도를 높이는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불러드는 내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의결권도 갖게 됩니다. 연준 이사들(현재 6명)과 뉴욕연방은행총재는 매번 의결권을 갖지만, 다른 지역연방은행 총재는 돌아가면서 의결권을 가집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 /로이터 연합뉴스

불러드 총재는 “FOMC가 인플레 리스크를 적절하게 관리하기 위해 다음 몇 번의 회의에서 좀 더 매파적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우선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는 옵션이 있다고 했습니다. 연준은 매달 1200억 달러의 양적 완화 속도를 이달부터 매달 150억 달러씩 줄여갈 예정임. 일단 11월과 12월에는 150억 달러씩 줄이는 것을 확정했습니다. 향후 조정 가능성은 있습니다만, 이 속도라면 내년 6월이면 테이퍼링, 즉 자산 매입 축소가 끝납니다. 불러드는 앞서 내년 3월까지 테이퍼링을 마쳐야 한다고 주장한 적도 있습니다.

다른 방안으로는 자산 매입 축소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금리를 올리는 옵션도 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테이퍼링이 마무리될 때쯤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죽소하는 걸 허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현재 미 연준의 자산 규모는 양적 완화 정책으로 해서 8조6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데, 이를 줄이는 것은 연준이 보유한 국채 등을 시장에 팔아 치운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야후 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인플레 급등에 대응해서 테이퍼링 속도를 높일 지 여부를 평가하는 데 있어 인내심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연방준비은행 총재. /미 연준

바킨 총재는 “인내심을 가질 것이지만 주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평가를 위해 몇 달 더 시간을 갖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올 것인지 등에 대해 현실이 어떤지 행동할 필요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을 갖는 게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꼽히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앞서 “일시적인 요소에 과잉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통화 정책에 시차가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인플레에 과잉 대응하면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연준 장외에서는 연준이 빨리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넘쳐나고 있음. 이날 과거 한 때 ‘채권왕’으로 불렸던 빌 그로스 전 핌코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중앙은행들의 돈 풀기 정책을 비난했습니다. 그는 “있을 수 없는 낮은 금리가 받쳐 주는 ‘드림랜드’에서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있는데, 이는 위험한 일”이라며 경고했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인플레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증가했다는 소식에 월가 3대 지수가 올랐습니다. 인플레로 인한 비용 상승이 기업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좀더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인플레를 극복할 수 있는 기업들을 찾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둘째, 월가 펀드 매니저들이 미국 주식을 8년 만에 가장 많은 비중으로 사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은 월가에서 낙관론이 우세해 보입니다. 하지만 비관론도 있는 만큼 리스크 요인을 잘 점검하기 바랍니다. 셋째, 인플레에 대응하라는 목소리가 연준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준은 데이터를 갖고 정책 방향을 따지고 있습니다. 연준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지 체크하기 위해 레이더를 항상 켜놔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