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전성시대입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고, 직장 다니면서 투잡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오픈마켓 셀러를 꿈꾸는데요. 하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성공한 오픈마켓 셀러들을 만나 노하우를 들어 보는 ‘나도 될 수 있다, 성공 셀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오픈마켓하면 흔히 생활용품을 떠올리지만, 괜찮은 옷도 많다. 제품을 검색하면 꽤나 다양한 옷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경쟁자가 너무 많다. 10곳 중 7곳이 1년 내 문을 닫는다고 한다.
남성 빅사이즈 의류 온라인몰 ‘워너빅’은 창업 2년 반 만에 매출이 100배 성장했다. 쿠팡 마켓플레이스 등에서 작년 3억6000만원의 연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한 달 4000만원씩, 5억원 페이스다. 워너빅의 김현주(32) 대표를 만나 오픈마켓 셀러의 성공 비결을 들었다.
◇회사 대표에게 무시당하던 웹디자이너
숭의여자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22살 졸업과 동시에 의류 온라인몰 웹디자이너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의욕 넘치는 신입사원이었지만 일은 맘처럼 되지 않았다.
-직장 생활이 어땠길래요.
“온라인몰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수정하는 일을 했는데, 제 눈엔 더 할 수 있는 일들이 계속 띄었어요. 열정이 넘쳤으니까요. 당시 회사 대표에게 쇼핑몰 운영에 대한 제안을 몇 가지 했어요. 그런데 ‘네가 뭘 아냐’는 냉담한 반응만 돌아왔죠. 곧 그 회사를 퇴사하고, 다른 의류 업체로 옮겨 웹디자이너로 활동했어요. 옮긴 회사는 좋았어요. 8년간 쇼핑몰의 전반적인 운영과정을 익히며 일했습니다.”
-창업의 꿈은 언제부터 키운 건가요.
“20대 후반이 되니 상사에 치이고, 정해진 시간에 얽매이는 회사 생활에 권태감이 들더군요. 패션에 관심이 많고 웹디자인 능력도 있으니 직접 쇼핑몰을 운영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어요. 의류 도매시장, 공장 등을 다니며 꿈을 키웠죠. 하지만 바로 창업을 시작할 용기는 선뜻 나지 않았죠.”
-마음을 굳힌 계기는요.
“안정적인 월급 생활을 포기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2019년, 서른이 되니 꿈을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우선 1년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나왔습니다. 쿠팡 같은 오픈마켓 플랫폼이 잘 구축되어 있으니 도전할 용기도 생겼고요. 퇴직금 중 300만원으로 창업을 시작했어요.”
◇의류 시장 빈틈 공략
이미 고도화된 여성 의류 시장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비교적 경쟁사가 적은 남성 의류를 공략하기로 했다. 2019년 8월 공유 오피스에 자리를 얻어 사업을 시작했다. 웹디자인 실력을 살려 홈페이지를 손수 제작했다. 도움의 손길도 자본도 충분치 않았던 만큼 발로 뛰었다.
-남성복 중에서도 ‘큰 옷’을 공략한 이유는요.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남성 옷 시장도 이미 무척 커졌더라고요. 그런데 체격이 큰 사람들을 위한 업체는 별로 없어서 옷을 사는 데 선택지가 적다 하더군요.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 모두 조사해 봤더니 정말 남성 빅사이즈 의류 쇼핑몰은 보기 어려웠어요. 결국 해외 직구에 의존하는 사람이 많았는데요. 직구는 종류가 많지 않고, 해외 옷이다보니 현재의 유행을 반영한 옷은 찾기 힘든 문제가 있어요. 배송기간도 기본 열흘 걸리고요. 2030세대 남성들이 즐겨 입는 스타일의 옷을 체격이 큰 소비자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쇼핑몰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았죠.”
-어떻게 준비했나요.
“인터넷에 있는 쇼핑몰 창업 관련 글은 다 읽어봤어요. 매일 저녁 9시가 되면, 동대문 의류 도매시장을 찾아 하루에 건물 하나씩 공략했습니다. 처음 한 달은 2시간 이상 잔 날이 없었죠. 도매업체 상인분들의 텃새도 많이 겪었어요. 질문에 답도 잘 안 해주시고. 젊은 여자가 남성 빅사이즈 의류를 찾는다 하니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죠.
우여곡절 끝에 도매시장을 한 바퀴 돌아, 빅사이즈 의류를 취급하는 업체를 찾았습니다. 나름대로 기준을 까다롭게 세웠어요. 넉넉하면서도 제 또래 남성들이 좋아할 만한 디자인을 선택했죠. 150만원을 들여 판매할 옷 30종을 구매했어요. 나머지 과정은 돈을 아끼기 위해 모두 직접 했어요. 지인을 의상 모델로 섭외하고, 사진 촬영과 보정은 혼자 했어요.”
-첫 개시, 반응이 어땠나요.
“그 해 10월부터 자체 온라인몰과 쿠팡 마켓플레이스 등의 오픈마켓에 맨투맨, 셔츠, 바지 등 가을옷을 선보였어요. 지인들을 통해 입소문이라도 타서 매출이 나올 줄 알았는데, 첫 2주간 주문 건수가 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적었어요. 마케팅 지식이 부족한 게 원인이었어요. 그때부터 쇼핑몰 운영 초보자를 위한 모임에 나가거나 독학하며 본격적으로 마케팅 공부를 했어요. 상품 제목을 어떻게 달아야 하는지 등 실전 정보를 익혔죠.”
-직원에서 운영자가 되니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우선 높은 광고비가 발목을 잡았어요. 자사몰 중심으로 운영할 생각이었는데,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광고를 하다보니 지출이 늘어났어요. 웹페이지 방문자 수는 늘었는데, 실구매로 이어지지 않더군요.
그래서 오픈마켓에 무게를 좀 더 싣기로 했습니다. 오픈마켓은 사업자 등록증 같은 서류를 준비해 활동 업체로 등록하면 별도의 광고비 없이 상품을 무제한으로 등록할 수 있거든요. 발품과 비용을 줄이면서도 광고 효과는 크게 누릴 수 있는 구조죠. 다른 제품을 보기 위해 쿠팡을 방문한 소비자도 저희 판매 창으로 유인할 수 있었고요.”
◇희망 무너뜨린 코로나 상황 속에서 찾은 돌파구
공부한 마케팅 지식을 오픈마켓에 적용했다. 상품 제목에 신경을 쓰고, 최대한 많은 소비자가 유입되게끔 키워드도 상세하게 달았다. 예를 들어, ‘남자 패딩’은 ‘남자 숏 패딩’, ‘오버사이즈 남자 패딩’으로 입력하는 식이다. 3주 정도 지나자, 오픈마켓으로 하루 한두 건씩 주문이 들어왔다.
첫 달 매출은 300만원, 사무실 월세와 의류 도매 비용을 제외하면 몇십만원의 이윤을 남긴 셈이다. 조금씩 오르는 매출을 보며 희망을 가졌다. 2020년 1월, 사무실을 강남에서 도매시장이 가까운 동대문으로 이전하고, 2평짜리 오프라인 매장도 함께 차렸다. 박차를 가하기 무섭게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코로나 타격, 심했나요.
“그전까지는 주문이 하루에 두세 건씩은 있었어요. 그런데 작년 2월, 코로나가 확산하자 곧바로 일주일간 매출이 0원을 기록했어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였는데 그런 일이 터지니 희망이 사라지더라고요. 창업 6개월 만에 장사를 접어야 하나 싶었죠.”
-돌파구가 뭐였나요.
“위기를 기회로 이용했어요. 당시 품귀 현상이 심했던 마스크를 팔면 좋을 것 같았어요. 도매업체 사장님께 면 마스크 제작을 의뢰하고, 곧바로 출시했죠. 반신반의했는데 2월 한 달간 쿠팡에서만 매출 20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인지도가 낮은 업체도 시의적절한 제품을 선보이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카테고리 상단에 노출 돼 반응을 이끌 수 있더군요. 오픈마켓이라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마스크로 대박 낸 이후로는요.
“마스크로 유입된 소비자들의 수요가 의류로 넘어오기 시작했어요. 자본이 어느 정도 확보되니 시도할 수 있는 게 많아지더군요. 옷 품목도 많이 늘리고 의상모델도 채용했어요. 사은품용 양말도 대량 구매했죠. 옷에 대해 설명하는 상세페이지도 새로 바꾸고 사진 촬영도 다양한 장소에서 했습니다. 두 배로 노력했죠.
거래 건수가 늘수록 운영 노하우가 쌓여서, 되레 사업이 수월해졌어요. 쌓여가는 소비자들의 후기를 살피며 제품을 선정했죠. ‘좀 더 다양한 색이 있으면 좋겠다’ 같은 피드백을 최대한 반영했습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일반 쇼핑몰에서 구하기 힘든 4XL, 5XL 사이즈 의류가 가장 잘 팔리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덩치 큰 남성들도 청자켓, 블루종 등 트렌디한 옷을 사이즈 걱정 없이 입고 싶다는 마음을 정면으로 겨냥한 결과죠. ‘오프라인 매장의 최대 사이즈는 대부분 2XL여서 난감했는데, 쿠팡에서 이 옷을 발견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는 리뷰가 기억에 남습니다. ‘배송 빠른 쿠팡답게 어제 주문해서 오늘 받을 수 있어 직구의 설움을 잊었다’는 분도 있었고요. 누군가의 고민을 덜어줘 뿌듯합니다.”
◇”두려움을 버리고 도전하세요”
월 평균 매출 4000만원, 순이익은 연봉 1억원 직장인 부럽지 않다. 키가 221cm나 되는 전직 농구선수이자 방송인 하승진 씨에게 의류를 협찬하며 인지도도 올렸다. 한 군데로 시작한 도매 거래처도 지금은 서른 곳이다. 김 대표는 일등 공신으로 오픈마켓을 꼽았다.
-오픈마켓 입점을 추천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처음엔 쿠팡에서 의류가 팔릴까 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전체 판매 건 중 7~8할이 쿠팡입니다. 소비자의 즉각적인 반응이 가장 큰 장점이죠. 작년에 마스크를 출시하자마자 주문이 몰린 것처럼요. 자체 온라인몰만 운영하면 높은 광고비에 비해 반응이 적은데, 오픈마켓은 한 번 노출되기 시작하면 매출이 날개 돋친 듯 올라요.”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요.
“지금까지 바쁠 때 단기 아르바이트생만 간간히 채용하고, 전부 혼자 운영했어요. 내년부터는 직원도 채용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영상 플랫폼을 이용한 홍보도 할 계획이에요. 최종 목표는 남성 빅사이즈 의류 하면 워너빅을 떠올릴 수 있게끔 하나의 브랜드로 거듭나는 거에요. 백화점이나 오프라인 쇼핑몰에도 입점하는 걸 꿈꾸고 있습니다.”
-창업을 고민하는 이에게 조언이 있다면요.
“용기 내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큰 옷 수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막상 사업을 시작하니 가장 큰 사이즈가 제일 잘 팔리더군요. 소비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덕에 결과가 좋은 거죠. 오픈마켓은 훌륭한 테스트베드라고 생각해요. 상품 등록하는 데는 돈이 안 드니 밑져야 본전이잖아요. 뭐든 시도해보기 좋은 플랫폼이죠. 머릿속에 그린 그림이 있다면 두려움을 버리고 도전해 보세요.”
/장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