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실물 경제가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 어느 해보다 힘든 고용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어려움 속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취업난을 극복하고 있는 청년들을 통해 희망을 전하는 ‘2030 취업 분투기’를 연재합니다.

기술 교육이 꼭 취업만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기술 교육을 받은 뒤 창업에 도전해 성공하는 사람도 많다.

‘키움이엔지’는 강원도 원주에서 급식소 리모델링, 급식기구 납품 및 수리 관리를 하는 업체다. 같은 학교에서 기술 교육을 받은 박종원(38) 대표와 이보람(30) 주임, 김민기(30) 대리 3인방이 설립했다. 창업 1년 반 만에 거래처 42곳을 확보하면서 올해 연 매출 15억원을 바라 본다. 박종원 대표를 만나 기술 교육 후 창업 스토리를 들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몰입했던 기술 공부

한국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에서 만난 박종원 대표. /더비비드

박종원 대표와 이보람 주임은 한국폴리텍대학 동기다. 2014년, 원주캠퍼스 산업설비과 전문기술과정(1년제)에서 만났다. 김민기 대리는 원주캠퍼스 컴퓨터응용기계과 2년제 학위과정 입학생이다. 이때 인연이 계기가 돼 박 대표 주도로 창업까지 이어졌다.

-폴리텍대학 입학 배경이 궁금합니다.

“2014년 아빠가 됐어요. 당장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데 당시 하고 있던 수입 소고기 판매 영업직이 잘 안 됐어요. 그때 집 근처 폴리텍대학에서 학비 지원까지 해주면서 기술을 가르쳐 준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꼭 맞는 기회였죠. 학과 정보를 살펴본 후 용접부터 전기 회로, 설비 배관 등 배울 기술이 많아 보이는 산업설비과를 택했습니다.

이 주임과 김 대리도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취직했다가 일이 잘 안 풀리는 바람에 기술 배울 곳을 찾았다 하더군요. 김 대리는 대기업 계열사에서 근무를 했는데, 일하던 부서가 통째로 없어졌다 합니다. 다들 취업 발판이 돼 줄 기술 습득이 급박한 상황이었죠.”

학교 급식실의 주방 기구를 관리하는 일을 했다. /본인 제공

-학교생활은 어땠나요.

“책임질 가정이 있어서 더 열심히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전기산업기사 자격증과 5가지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죠. 이론과 실기 수업이 3대 7 정도로 이뤄지는데, 실기 자격증 취득에 큰 도움을 받았어요. 온갖 장비를 갖춘 실습실도 있고, 교수님도 일대일로 피드백을 주셔서 1년 만에 기계 설비, 용접 같은 기술을 마스터할 수 있었죠. 이 주임도 기사 자격증 2개, 기능사 자격증 3개를 취득했어요. 방과 후 삼삼오오 모여 밤늦게까지 공부한 결실이에요. 김 대리 역시 동기들 중 나이가 많은 편이라 자격증 준비에 더욱 열중했다고 합니다.”

◇실직 위기 딛고 셋이 뭉쳐 창업

왼쪽부터 박종원 대표, 김민기 대리, 이보람 주임. /본인 제공

-세 분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된 건가요.

“학교 졸업 후 학교 급식실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중견기업에서 일하게 됐어요. 제가 몸담은 부서는 식자재와 함께 주방에 필요한 기구를 납품하고, 관리 및 보수하는 곳이었죠.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85개 학교 중 20개 학교를 맡고 있었어요. 3년 뒤 회사에 제가 이 보람 주임을 추천했어요. 마침 김민기 대리도 같은 회사에 들어와 셋이 만나게 됐어요. 제가 둘의 사수 역할을 하며 1년 넘게 같이 일했습니다.”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요.

“2020년,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학교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자 급식실도 운영을 거의 안 하는 상황이 됐어요. 협력사들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죠. 설상가상 중견기업이 왜 동네 사업까지 관여하냐는 민원까지 제기돼 결국 부서가 해체됐어요. 당장 실업자가 될 위기에 처한 거죠. 학교에서 배운 설비 기술로 일 잘하고 있었는데 그만두기 아깝더라고요. 젊고 기술력도 갖춘 우리가 이 일을 계속해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회사 생활과 창업은 크게 다를 텐데요.

“원주시에서 해마다 청년 창업 지원사업을 운영해요. 사업 아이디어가 있는 청년에게 창업 준비자금을 지원해주는 사업이죠. 2020년 5월 창업을 결심하고 급히 지원했어요. 저희의 사정을 설명하고 이 일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점을 강조했죠. 절박함이 통했는지 사업에 선정돼, 작년과 올해에 1500만원씩 총 3000만원을 지원받았어요.”

◇승합차 한 대로 시작, 발로 뛰어 승부

도면 설계, 수정 등 다방면으로 캐드를 활용한다. /본인 제공

2020년 6월, 키움이엔지 법인을 설립하고 지원받은 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수중에 쥔 건 기구를 납품할 때 필요한 승합차 한 대뿐이었다. 기존에 관리하던 거래처는 이전 회사로부터 인수인계 받았지만, 기반이 약한 신생 업체라는 인식 탓에 5곳만 남게 됐다.

-거래처를 어떻게 확보했나요.

“첫 6개월간은 셋이서 밤잠을 쪼개가며 일했어요. 원주시에 있는 학교라면 발길이 닿는대로 찾아 다녔죠. 이 일을 하는 업체가 저희까지 다섯 군데인데, 업체 사장님 대부분이 오랜 기간 동네 인맥을 기반으로 사업을 이어온 분들이었어요. 젊은 피를 십분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성심성의껏 자료를 만들어 학교 운영진들 앞에서 발표하고 설비 자격증을 제대로 갖춘 업체는 저희뿐이라는 걸 강조했어요. 주방은 물을 많이 쓰는 공간이어서 고장이 잦은데, 그때마다 적절한 수리를 해야 하거든요.”

-전 직장보다 인력이 적어 회사 운영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장점으로 활용했어요. 전 직장은 중견기업이다 보니 의사결정과정이 오래 걸렸는데, 저희는 셋뿐이라 손발이 척척 맞더군요. 누구 하나 기술력이 부족하지 않으니, 일을 공평하게 나눌 수 있었죠. 돌아가면서 한 명이 수리하러 가면 한 명은 사무실에서 서류 작업을 하고, 나머지 한 명은 영업하러 나가는 식으로요. 그렇게 계약 맺은 학교가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창업 1년 반 만에 연매출 15억원을 바라보는 중소기업 키움이엔지 창업자 박종원 대표. /더비비드

-경쟁력이 두드러진 영역이 있다면요.

“주방을 리모델링하거나 새로 설계할 때 폴리텍대에서 배운 캐드(CAD, Coumputer Aided Design) 기술이 빛을 발했습니다. 캐드는 컴퓨터로 각종 도면을 설계하고 수정하는 시스템이에요. 요즘에는 건설, 패션 등 산업 전반에서 이용되고 있죠. 저희는 주방의 3D 모델을 캐드로 만드는 등 업무 효율성을 증대하는 데 활용하고 있어요.

-학교에 다닐 때 배운 기술인가요.

“폴리텍대 산업설비과와 컴퓨터응용기계과에서는 캐드 수업을 필수로 들어야 해요. 이 수업에서 2D 도면 제작, 3D 형상 모델 제작에 대해 배웁니다. 고성능 컴퓨터를 갖춘 캐드실이 따로 있을 정도죠. 김 대리는 캐드 관련 자격증인 기계설계산업기사도 보유하고 있어요.”

◇창업 1년만에 지역 매출 1위 업체 올라

근무 중인 키움이엔지 직원들. /본인 제공

창업 1년 반 만에 원주시내 주방기구 분야 매출 최하위 업체에서 매출 1위 업체로 성장했다. 원주시교육청과도 협업해 학교 급식실 리모델링 설계 및 시공도 담당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했다.

-앞으로 계획이 궁금합니다.

“최근 직원을 충원해서 회사가 커졌어요. 모두 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 출신인데, 기술 관련 자격증을 기본적으로 갖춘 이들이라 든든하죠. 내년에는 식기 대여 및 세척을 하는 스타트업과 협업해서 기계 납품 및 수리를 맡기로 했습니다. 지금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업체인데, 원주에서도 사업을 확장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이 왔죠. 기대가 큽니다.”

-취업의 기로에 선 이에게 조언이 있다면요.

“이제 산업 현장 취업에서 자격증은 필수입니다. 자신의 기술력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최고급 숙련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능장 과정을 또 공부할 예정이에요. 의지만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많은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교육 현장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의 저희 셋이 그랬던 것처럼, 취업 문턱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선택지로 고려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