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96% 하락해 3만5028.65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0.97% 떨어진 4532.76을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1.15% 하락한 1만4340.26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는 1.79% 올라 배럴당 86.96달러를 기록했습니다. 2014년 10월 이후 7년여만의 최고치입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조정 국면 들어간 나스닥’, ‘가격 전가하는 기업들’, ‘블랙스톤의 놀랄 일’을 꼽았습니다.

나스닥이 작년 11월 19일 기록한 사상 최고점에서 10.7% 떨어져 10% 이상 떨어지는 ‘조정’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방송에서 앞으로 전망을 알아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조정 국면 들어간 나스닥

미 연준의 3월 금리 인상 전망이 높아지는 가운데, 채권 금리가 2년 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면서 증시가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금리 오름세가 증시에 꼭 악영향을 주는 건 아니라는 분석도 적지 않지만, 일시적으로 충격을 주는 모습입니다. 이날은 금리 상승을 어떻게 소화할 지를 두고 월가 3대 지수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다가 막판에 하락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나스닥은 작년 11월 19일 기록한 사상 최고점에서 10.7% 떨어져 10% 이상 떨어지는 ‘조정’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나스닥은 작년 3월에도 시장 금리가 연 1.75%로 상승할 때 조정 국면에 진입했었습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나스닥의 경우 1971년 이후 65번의 ‘조정’ 국면이 있었는데, 그 중 24번(37%)은 20% 이상 떨어지는 ‘베어 마켓’으로 이어졌었습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있는 나스닥 거래소. /로이터 연합뉴스

월가 채권시장에서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기준으로 시장 금리가 연 2% 까지 오르는 것은 기정 사실로 보고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또 3월 금리 인상 폭이 기존의 0.25%포인트 정도가 아니라 0.5%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퍼지고 있습니다.

이날 채권 시장에서는 10년 만기 미국 금리가 장중 한 때 연 1.9%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이는 2019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연 1.83%로 마감했습니다.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장중 한때 2019년 5월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 금리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간 독일 국채 금리는 마이너스 금리였습니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올해 연말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전망은 평균 연 2.13%입니다.

이날 대형 금융회사들의 실적 발표는 실제 실적이 월가 전망보다 좋은 ‘어닝 서프라이즈’가 이어졌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주당 순이익이 82센트로 시장 정보 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 전망 주당 76센트를 상회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작년 4분기 이익은 전년보다 28% 증가했습니다. 자산 관리 부문의 수익이 16% 늘어나는 등 자산 관리 부문의 성장세에 힘입은 것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비이자 비용은 6% 증가하는 데 그쳐 비용을 잘 통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골드만삭스는 비이자 비용이 23%, JP모건은 11%가 늘어나 임금발 인플레 우려로 주가가 급락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 주가는 0.4% 상승 마감했습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실적을 발표한 모건스탠리도 주당 순이익이 2.01달러로 월가 전망인 주당 1.91달러를 넘어서는 좋은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보수와 수당 비용 등이 작년과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역시 자산관리 부문 수익이 10% 늘어나는 등 자산관리 부문이 성장했고, 주식 거래 수익도 13% 증가했습니다. 이날 모건스탠리 주가는 1.85% 상승 마감했습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화면에 올려진 모건스탠리의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흥미로운 것은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작년과 올해 주식 시장에 대해 비관론을 폈다는 것입니다. 낙관론을 폈던 골드만삭스나 JP모건은 실적 발표 후 주가 타격을 받을 것과 대조적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도 1.96% 하락했고, JP모건도 1.54% 떨어졌습니다.

시장 조사업체 팩트세트의 집계에 따르면 이제까지 S&P500 기업 중 44개가 실적을 발표했는데, 73%가 월가 전망을 뛰어 넘는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을 냈습니다.

한편 전날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기로 한 것의 유탄을 소니가 맞고 있습니다. 소니 주가는 전말 7.2%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4.98% 하락했습니다. 소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은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와 경쟁 상대입니다. 전날 현금 인수 부담 우려로 주가가 하락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날 0.2% 상승했습니다.

◇ 가격 전가하는 기업들

미국의 생활용품업체 피앤지(P&G)가 월가 전망을 넘는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공급망 병목으로 물류비가 오르고, 인력 부족으로 인건비도 상승하는 와중에 좋은 실적을 냈다는 것은 높아진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가격으로 전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날 P&G 주가는 3.4% 상승했습니다.

의미는 두 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가격 결정력이 있는 기업들의 실적은 인플레에도 불구하고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인플레가 당장 잠잠해지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 인플레가 장기화되면 기업들이 계속 가격에 비용을 전가할 수 있을지도 향후 기업 실적에 대해 우려되는 점입니다.

P&G의 지난 분기 주당순이익은 1.66달러로 시장 정보 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 전망 주당 1.65달러보다 다소 높았습니다. 순매출은 209억5000만 달러로 월가 전망인 203억4000만 달러를 상회했습니다.

P&G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P&G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제품 가격 인상의 영향입니다. P&G의 최고경영자(CEO) 존 몰러는 CNBC와 인터뷰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초기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보면 긍정적인 신호가 나왔다”며 “아마도 가격 탄력성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20%에서 30%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가격 탄력성은 가격을 올리면 수요가 줄어드는 정도를 나타냅니다. 예상보다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줄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P&G는 앞으로 가격을 더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오는 2월부터 타이드 세제와 다우니 섬유유연제와 같은 섬유 관련 제품 가격을 올리고, 4월부터는 개인 건강용품의 가격을 올릴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P&G는 올해 내내 제품 가격 인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마트 매장에 진열된 P&G의 세제./ 로이터 연합뉴스

P&G은 이미 작년부터 여러 차례 제품 가격을 올렸습니다. 기저귀를 비롯한 아기용품과 스킨케어 등 10개 부문 제품 가격을 이미 인상했습니다. 지난 분기 P&G의 소비자 제품 가격은 평균 3% 오른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4분기 매출 성장분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피앤지 뿐만 아니라 유니레버, 킴벌리클라크 등 경쟁 생활용품 업체들도 비용 증가분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직면하는 물가인 생산자물가는 12월 전년 대비 9.7% 올랐습니다. 2010년 관련 통계가 나온 후 역대 최고 수준에서 고공 행진 중입니다. 11월 9.8%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상승률이 높습니다.

비용 증가를 가격으로 전가해도 잘 팔리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운동화 제조 업체 나이키는 글로벌 스포츠 운동화 제조 시장 점유율이 49%에 달하는데, 정가 판매 정책과 더불어 제품 가격을 높이고 있는데도 매출 마진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2분기 정가 판매가 매출의 65%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2분기 매출총이익률은 47.1%로 소비재기업 평균 32.1%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나이키 주가는 주춤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한 때 주춤했던 국제 유가도 상승세를 타면서 인플레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는 1.8% 오른 배럴당 86.96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14년 10월 이후 7년여만의 최고치입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위협, 예멘 반군 후티의 아랍에미리트(UAE) 석유 시설 드론 공격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확산에도 불구하고 원유 수요는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월간 보고서에서 2022년 원유 수요 증가 전망을 하루 20만 배럴 증가한 330만 배럴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 블랙스톤의 놀랄 일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의 프라이빗 웰스 솔루션즈 그룹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바이런 윈은 매년 10가지 놀랄 일(10 surprises of the year)이라며 연간 투자 전망을 연초에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모건스탠리에서 투자 전략가로 활동하다가 블랙스톤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모건스탠리에 있을 때부터 지난 37년간 이 같은 전망을 발표해 오고 있음. 그런데 적중률이 높아서 월가에서 관심을 갖는 내용입니다. 올해는 어떤 놀랄 일을 전망했는 지 주요한 내용을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블랙스톤 프라이빗 웰스 솔루션즈 그룹의 바이런 윈 부회장

바이런 윈은 일어날 확률은 50% 이상 되지만, 일반적인 투자자들은 일어날 확률이 3분의1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놀랄 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연초 분위기로는 과연 그럴까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올 들어 3주 정도 지난 지금 시점에서는 상당히 일리 있는 얘기처럼 들립니다.

첫째, 주가에 대해서는 올해 전혀 진전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좋은 실적과 금리 인상이 충돌하면서 오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출렁임이 많고 조정이 있을 것인데, 20% 하락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둘째, 물가에 대해서는 올해 소비자 물가가 4.5% 오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임금과 월세가 오르면서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셋째, 금리에 대해서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 기준으로 연 2.7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윈은 미 연준이 올해 네 번의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도이치뱅크 등이 네 번 금리 인상 전망으로 수정한 건 얼마되지 않았는데, 그에 앞서 이렇게 전망한 것입니다.

넷째, 오미크론 변이에도 불구하고 연말이면 모임이나 회의 등은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섯째, 중국 정책 담당자들이 부동산 투기 억제에 나서고 최근이 부동산 시장의 혼란에 대응하면서 서구 기업들에게 기회를 줄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여섯째, 금값은 20%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인플레 헤지 수단으로 뜬다는 것입니다. 암호 화폐도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갈 것으로 봤습니다.

골드바. /로이터 연합뉴스

일곱째, 산유국들은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수요를 충족시킬만큼 생산을 늘리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부텍사스유가 배럴당 100달러 넘게 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덟째, 갑자기 원자력이 발전을 위한 대안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아홉째, ESG는 기업 정책 선언문을 넘어서서 발전할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미국 정부가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규제 기준을 만들고, 미 연준은 금융회사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에 대한 노출도를 평가하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열째, 녹색 에너지 프로그램은 좌절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은 전기차 생산을 위해 충분한 리튬 이온 배터리를 구입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는 것이고, 중국이 자국 소비를 위해 리튬, 코발트, 니켈 시장을 통제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바이런 윈의 2021년 전망 중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TV 방송을 시작할 것이란 내용이 있었는데, 이는 트럼프가 자신만의 소셜 미디어를 만들고 있어서 절반 정도 맞았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과 관계를 개선한다는 전망은 틀렸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나스닥이 작년 3월 이후 처음으로 10% 이상 주가가 떨어지는 조정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수익에 대한 가치 평가가 떨어져서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가 큰 테크주의 주가가 떨어지는 공식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다만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의 신호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금리가 테크주 주가를 흔드는 상황이 얼마나 계속될 지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둘째, 미국 기업들이 임금과 물류비 상승 부담을 가격에 전가하고 있습니다. 가격 전가에 성공하는 기업은 비용이 늘어도 실적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하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옥석을 가려야 할 때입니다. 셋째, 연초 월가에서 놀랄 일이라고 꼽는 일들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항상 향후 전망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신의 예측이 한 방향으로 쏠리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