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89% 하락해 3만4715.39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1.1% 떨어진 4482.73을 기록했습니다. S&P500이 45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작년 10월 이후 처음입니다. 나스닥은 1.3% 하락한 1만4154.02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이 28만60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전주보다 5만5000명 늘어난 것입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다시 보자, 금리 상승’, ‘그랜섬 “美 증시, 수퍼 버블”’, ‘MS의 블리자드 베팅, 어디로’를 꼽았습니다.
1990년대 일본 자산 버블 붕괴와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등을 예측해서 유명해진 월가의 거물 투자자 제레미 그랜섬이 미국 증시가 ‘수퍼 버블’ 상태에 있다는 진단을 냈습니다. 미국 증시가 50% 가까이 폭락할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방송에서 자세한 내용을 알아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 다시 보자, 금리 상승
이날 월가 증시는 장 초반에 상승세를 보이다가, 뒷심 부족으로 장 후반에 하락 마감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나스닥은 이날 장중에 2% 넘게 상승해 조정 국면에서 벗어나는가 싶더니 장 막판에 하락세로 돌아서 1% 넘게 하락 마감했습니다. 이미 나스닥은 전날 작년 11월의 고점 대비 10% 넘게 떨어져서 조정 국면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월가에서는 고점 대비 10% 넘게 떨어지면 조정 국면, 20% 넘게 떨어지면 ‘베어 마켓’이라고 부릅니다.
미 연준의 긴축 정책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아직은 불확실성이 큰 만큼 시장의 출렁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주 25~26일 예정인 미 연준의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출렁임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월가 주가는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특히 금리 오름세는 미래 가치 평가에 크게 의존하는 테크주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가치 평가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대표 금리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19일 장중 한 때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연 1.9%까지 올라가기도 했습니다만, 이후 연 1.83%로 마감하는 등 진정되기는 했습니다. 이날 10년 만기 국채 금리 금리는 전날과 같은 연 1.83%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 연준 통화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0.04% 포인트 오른 연 1.08%를 기록했습니다.
시장 금리를 가지고 미 연준의 금리 인상 확률을 따지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 워치 툴’에 따르면 이날 3월의 미 연준 금리 인상 확률은 97%까지 상승했습니다. 월가는 3월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페드 워치 툴에 따르면 12월까지 네 차례 금리 인상 확률은 74.8%에 달합니다. 미 연준은 12월 FOMC에서 세 차례 인상 신호를 줬지만, 월가는 그보다 많은 금리 인상을 전망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이날 나온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은 28만6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10월 이후 가장 많은 숫자로 전주보다 5만5000명이나 늘어났습니다. 월가 전망치인 22만5000명도 훨씬 상회하는 것입니다. 오미크론이 고용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은 지난달 한 때 52년 만에 가장 적은 18만8000명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상승 추세입니다.
미국에서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의 영향으로 결근자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20일 미국 인구조사국 통계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작년 12월29일~올해 1월10일 동안 코로나 확진 등의 사유로 880만명이 결근했습니다. 이는 작년 12월 첫 2주간 결근자보다 세 배 많은 것입니다. 또 코로나 대유행 이후 2020년 4월부터 결근자 통계를 낸 이후 가장 많습니다. 기존에는 작년 1월 660만명이 가장 많았습니다.
시장 일각에서는 오미크론 충격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만큼 미 연준의 긴축 정책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실적 시즌이 진행 중인데, 기업들이 실적 발표 때 임금 등 비용 상승을 얘기하고 있어서 실적 발표에서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와도 주가 상승에 동력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시티, JP모건체이스 등 대형 금융사들이 연봉 상승을 언급하면서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회장은 “임금 인플레가 온갖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장 마감 후에 넷플릭스가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주당 순이익이 1.33달러로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88센터보다 많은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왔지만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한 때 20% 넘게 하락했습니다. 앞으로 가입자 증가 속도가 더뎌질 것이란 전망을 회사에서 내놨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가입자가 250만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작년 1분기 398만명보다 훨씬 적은 숫자입니다.
◇ 그랜섬 “美 증시, 수퍼 버블”
1990년대 일본 자산 버블 붕괴와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등을 예측해서 유명해진 월가의 거물 투자자 제레미 그랜섬이 미국 증시가 ‘수퍼 버블’에 있다는 진단을 냈습니다. 미국 증시가 50% 가까이 폭락할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그랜섬은 작년 초부터 버블을 경고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강도가 더 세졌습니다.
제레미 그랜섬 GMO 설립자는 20일 올린 노트에서 미국 증시는 지난 100년간 4번 밖에 없었던 ‘수퍼 버블’ 상태에 있다고 묘사했습니다. 지난 3번의 수퍼 버블은 1929년 주식 시장 대붕괴,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거품이 터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랜섬은 “버블은 반드시 붕괴할 것이며, 주가 지수가 통계적인 정상으로 돌아가고 아니면 더 하락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랜섬의 분석에 따르면, S&P500은 2500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지난 4일 기록한 사상 최고점에서 48% 하락하는 것이고, 현재 주가 수준에서는 44% 하락하는 것입니다. 그랜섬은 이미 올 들어 8% 넘게 하락한 나스닥의 경우에는 더 큰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랜섬은 또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1년 전에는 이번 버블에 대해서 과거 테크 버블이나 일본, 그리고 주택시장 버블만큼 확신이 없었다. 가능성은 높다고 봤지만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거의 확실하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그가 본 첫 번째 버블 신호는 작년 2월 투기적인 주식들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캐시 우드의 아크 이노베이션 ETF를 들었습니다. 이는 고점 이후 52% 나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그랜섬이 버블의 마지막 단계로 ‘광기에 사로잡힌 투자자들의 행동’으로 들은 것은 밈 주식 현상, 전기차 주식에 대한 매수 광풍, 그리고 도지코인과 수백만 달러에 거래되는 NFT(대체 불가능 토큰) 등 무의미한 암호화폐의 성장입니다.
그랜섬은 주식 뿐 아니라 다른 자산에도 거품이 크게 끼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채권도 버블 상태이고, 부동산 시장은 ‘광범위하고 가장 극단적인’ 버블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원자재 가격에도 막 버블이 시작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랜섬의 투자 대안은 뭘까요? 미국 주식을 팔고 저평가 된 일본이나 신흥국 주식,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대항할 수 있는 자산을 보유하라고 했습니다. 금이나 은, 그리고 주식이 다시 매력적으로 변할 때 매수할 수 있는 현금을 확보하라는 조언을 했습니다. 다만, 그랜섬은 그간 계속 버블을 경고해 왔다는 것에 주의해야 합니다.
이날 도이치뱅크의 전략가 짐 리드는 투자자 노트에서 올해는 ‘기술주에 부정적인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명목 금리와 실질 금리가 더 높아지고 연준이 올해 양적 긴축을 시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근거입니다. 도이치뱅크의 지난 12~14일 투자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49%가 미국의 기술주가 거품 영역에 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 MS의 블리자드 베팅, 어디로
지난 18일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세계 1위 게임 개발사로 평가받는 미국의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현금 687억 달러(82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인수는 테크업계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는 메타버스는 보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이며 게임은 메타버스에 있어 매우 중요한 컨텐츠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인수 발표날에는 2.4% 떨어졌지만, 다음날은 0.2% 상승했습니다. 이날은 장 초반 상승하다 전반적인 나스닥 하락세의 영향으로 0.6% 하락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Xbox)를 통해서 이미 게임 부문에서 많은 매출을 내고 있습니다. 게임 매출은 텐센트, 소니에 이어 글로벌 3위였습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소니를 밀어내고 글로벌 게임 2위로 올라설 전망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 패스(Game Pass)를 통해 클라우드게임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유료가입자가 2500만 명이며 클라우드 게임시장의 60% 쯤 점유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게임은 스트리밍을 통해 디바이스에 구애받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식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게임 분야에서 라이벌 소니에 앞서 있는데,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를 가지고 있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으로 평가됩니다.
이번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통해 강력한 게임라인업과 함께 일일활성이용자(DAU) 4억명이 추가되어 게임 패스와 강력한 시너지가 가능할 전망입니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글로벌 흥행 게임들을 많이 내놨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메타버스 사업도 올해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 패스는 지속적인 게임 인수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2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는 업무 협업 플랫폼 팀즈(Teams)는 올해 여름 메시(Mesh)라고 하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또한 올해 하반기 홀로렌즈(Hololens)의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글라스 신제품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모든 서비스가 클라우드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유한 클라우드 경쟁력이 더욱 부각될 전망입니다.
메타버스 산업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 대부분이 메타버스산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메타버스 사업에 대해 가장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고 있습니다. 올해 본격적으로 열리는 메타버스 산업과 이를 주도하는 선두기업들에 주목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월가 증시가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연일 실패하고 있습니다. 미 연준의 긴축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불확실성이 잠잠해지기 전까지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투자가 필요해 보입니다. 둘째, 월가 증시의 버블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도 올해 월가 증시에 대한 기대 수익률을 낮추라는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기업 주가의 바탕은 실적입니다. 실적이 뒷받침 되는 기업들을 찾아 봐야 하겠습니다. 셋째,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형 게임사를 인수하면서 월가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과거 소프트웨어 개발사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로 변신하면서 주가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적이 있습니다. 기업들의 새로운 전략에도 관심을 둬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