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새벽에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78% 하락한 3만4312.03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2.12% 떨어진 4380.26을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2.88% 하락한 1만3716.72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재무부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6%포인트 떨어진 연 1.97%를 기록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낮아지는 실적 기대’, ‘불러드 “금리 연 2% 위로 올려야”’, ‘맞춤형 반도체 시대’를 꼽았습니다.
17일 테슬라 주가가 5.1% 급락하면서 주당 876달러로 주당 800달러 대로 떨어졌습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가 테슬라 전기차가 이유 없이 급제동한다는 소비자 불만이 제기됨에 따라 공식 조사에 착수한다는 소식 등이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방송에서 자세한 내용을 알아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 낮아지는 실적 기대
이날 월가 증시에서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의 긴장감이 다시 상승했습니다. 이에 주가는 크게 하락했습니다. 다우지수의 경우 낙폭이 622포인트로 올 들어 가장 컸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7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이 매우 높은 상태라며 수일 내 침공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오히려 더 많은 군대를 접경지역으로 이동시켰다며 “우리는 그들이 위장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가 가진 모든 징후는 그들이 우크라이나로 들어가서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에 병력을 7000명 증가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계속해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을 것이며 그럴 계획도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도리어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우크라이나 주변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주러시아 미국 대사관의 부대사를 추방했습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채권 수요가 몰리면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2% 선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뉴욕 시장에서 금값은 1.6% 급등했습니다. 다만 유가는 서방과 이란의 핵협상 타결 가능성이 전해지면서, 서부텍사스유가 2% 하락한 배럴당 91.76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이날 나온 주요 경제지표는 1월 신규 주택 착공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입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월 신규 주택 착공은 전달보다 4.1% 감소했습니다. 월가 전망은 0.7% 감소였는데, 더 크게 감소한 것입니다. 4개월만에 처음 감소한 것인데 오미크론 확산으로 주택 건설이 어려웠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은 전주보다 2만3000명 늘어난 24만8000명입니다. 월가 전망인 21만8000명보다 많았습니다. 또 4주만에 처음 늘어난 것입니다. 고용시장의 움직임도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실적 발표 시즌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임금상승, 공급망 병목 등으로 인한 비용 압박으로 실적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전략가 데이비드 코스틴은 이날 S&P500 기업들의 실적 발표 내용을 살펴본 결과 견고한 고용 시장, 낮은 실업률, 그리고 임금 인플레이션 상승 등이 이익 마진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인력을 끌어 오기 위해서 각종 혜택을 늘리고 있는데 이는 기업 이익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월가 대형 금융회사들의 실적 발표에서 확인된 바도 있습니다. 1월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5.7%에 달했습니다. 또 공급망 문제도 겹치고 있습니다. 코스틴은 “공급망 혼란이 계속해서 마진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언제 해소될 지도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1분기와 2분기 애널리스트들의 기업 마진 예측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S&P500 업종의 75%, 기업의 약 절반에서 이익 마진 예측이 낮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 1분기 이익 증가율의 경우 1월 첫째 주에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 평균이 6.7%였는데, 지난주에는 5.4%로 떨어졌습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이 비율이 앞으로 3.5%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비용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대차대조표와 안정적인 마진을 내는 ‘퀄러티’ 주식에 투자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5.1% 급락하면서 주당 876달러로 주당 800달러 대로 떨어졌습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가 테슬라 전기차가 이유 없이 급제동한다는 소비자 불만이 제기됨에 따라 공식 조사에 착수한다는 소식, 컨슈머 리포트의 최신 연간 자동차 브랜드 순위에서 바닥권으로 떨어졌다는 소식 등이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한편 혁신기술주 투자의 대표 주자인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에 출연, 자신의 펀드가 보유한 혁신기술주들이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고 최근의 매도세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우드는 또 다른 펀드 매니저들이 혁신기술주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 것을 ‘인류 역사 상 가장 큰 자본의 잘못된 배분’이라고 했습니다. 작년에 급락했던 아크 이노베이션 ETF는 올 들어서도 26% 넘게 하락했습니다. 아크 이노베이션 ETF가 가장 많이 보유한 주식은 테슬라입니다. 이 밖에도 줌, 텔라닥, 로쿠, 코인베이스 등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가격이 급락한 로블록스를 추가 매입하기도 했습니다.
◇ 불러드 “금리 연 2% 위로 올려야”
미 연준 내에서 인플레에 강경하게 대응하자고 주장하는 매파의 대표 주자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이날은 인플레를 잡기 위해 미 연준이 중립 금리 수준인 연 2%보다 더 높게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17일 컬럼비아대가 주최한 한 이벤트에 참석해서 “인플레에 대해 하강 압력을 주려면 실제로 중립 금리나 중립 금리 이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중립 금리는 경기에 과열이나 침체를 일으키지 않는 금리 수준으로 상정하는 것인데, 불러드 총재는 이를 연 2%로 봤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언제까지 그 수준에 가야 하는지는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향해 가기 위해 불러드 총재는 앞서 주장했던 것처럼 이날도 오는 7월1일 이전에 1%포인트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7월 이전에 3월, 5월, 6월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있는 만큼 한 번은 0.5%포인트 금리를 올리는 ‘빅스텝’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불러드 총재 외에는 ‘빅스텝’ 인상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연준 고위 인사는 없습니다. 오히려 지역연방준비은행 총재들 사이에서는 3월에 0.25%포인트 올리는 등 점진적인 인상을 선호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전날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금리 인상 시작에 있어서, 3월에 25bp(0.25% 포인트) 인상을 지지한다”고 했습니다. 하커 총재는 불러드 총재와 같은 매파 진영으로 분류 됩니다. 경기 진작을 위해 돈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비둘기파 진영으로 분류되는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총재 등도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선호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한 때 3월에 0.5%포인트 인상에 강하게 베팅했던 트레이더들이 발을 빼는 분위기입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강해지자 한발 물러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기도 합니다. 또 전날 공개된 1월 FOMC 의사록에서 과감한 금리 인상 신호를 감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시장 금리를 갖고 미 연준의 금리 인상 확률을 추정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 워치 툴’에 따르면, 3월 금리 인상 확률은 여전히 100%이지만 0.25% 인상 확률이 67.3%로 0.5% 인상 확률 32.7%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3월 0.5%포인트 인상 확률은 앞서 불러드 총재의 ‘7월까지 1% 포인트 인상’ 발언 이후 한때 100%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시장에서 전망하는 미 연준의 최종 금리 전망도 연 2% 아래를 기록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연 2% 넘게 최종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했지만 월가에서는 아직은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 맞춤형 반도체 시대
세계 1위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지난 16일 장 마감 후 2022회계연도 4분기(11월~1월) 실적을 발표했으며 예상치를 상회했습니다. 매출과 이익 모두 큰 폭으로 성장했고, 2023회계연도 1분기 실적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7.6% 하락했습니다.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은 현재 엔비디아 반도체에 대해서 이례적으로 강한 수요를 경험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반도체 칩뿐 아니라 칩을 포함한 솔루션비지니스(플랫폼)를 통해 인공지능, 게임, 자율주행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입할 것이며 수많은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엔비디아는 지난 분기 매출 76억 달러, 영업이익 29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각각 전년대비 53%, 97% 성장한 것입니다.
수요처별로 보면 매출의 45% 비중인 게임향(向) 매출이 37% 성장하면서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매출의 45%를 차지하는 데이터센터향 매출이 71% 성장하면서 전체 실적을 견인했습니다. 제품별로 보면 단순히 칩만 납품하는 실적뿐 아니라 컴퓨트 앤드 네트워킹(Compute & Networking)이라는 솔루션비즈니스(플랫폼)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의 비즈니스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컴퓨트 앤드 네트워킹은 엔비디아의 핵심 경쟁력인 칩 설계을 중심으로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결합하여 고객별로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비즈니스입니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고도화되면서 데이터센터들이 다양한 반도체 솔루션을 요구하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이러한 변화에 적극 대응하면서 새로운 성장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과거 반도체산업은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D램, 낸드 등 규격화된 칩들이 산업의 메인 제품들이었습니다. 반도체 기업들은 한가지 제품을 더 고도화하고 대량생산해서 원가를 낮추는 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반도체산업은 맞춤형(Specialty) 반도체, 인공지능(AI) 반도체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의 핵심 수요처인 클라우드만 보더라도 과거 저장공간의 기능을 넘어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각 기능에 최적화된 반도체 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자율주행차, 메타버스 등 새로운 수요처들이 등장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칩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반도체 기업들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앞선 칩 설계능력을 바탕으로 산업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고 AMD는 아직 엔비디아 대비 규모는 작지만 최근 자일링스라는 반도체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등 적극적인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투자를 통해 산업의 흐름에 발 맞춰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텔의 경우 경쟁사들과 달리 과거 규격화된 CPU사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등장할 다양한 형태의 반도체 수요와 반도체 대표기업들을 사업전략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임금 상승, 공급망 병목 등으로 기업 실적 기대가 낮아지고 있습니다. 기업 실적 기대가 낮아지면 전체 주가에도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다만 비용 증가를 가격에 전가하는 힘이 강한 기업들은 주목을 받게 됩니다. 가격 결정력이 높은 기업들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미 연준의 3월 첫 금리 인상을 앞두고 한 때 힘을 받았던 ‘빅스텝’ 인상론의 힘이 빠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금리 인상 전망이 수시로 바뀌는 만큼 분위기를 잘 챙겨야 하겠습니다. 셋째,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점차 맞춤형 반도체, 인공지능 반도체 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어떤 기업이 기술에서 앞서나가는지 챙겨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