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38% 하락한 3만3131.76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1.84% 떨어진 4225.50을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2.57% 하락한 1만3037.49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재무부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전날보다 0.05%포인트 오른 연 1.99%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는 ‘’베어 마켓’으로 향해 가나’, ‘원자재 ‘수퍼 스파이크’’, ‘자사주 매입의 컴백’을 꼽았습니다.

월가에서는 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지면 ‘조정(correction)’ 국면이라고 하고, 20% 이상 떨어지면 ‘베어 마켓(bear market, 약세장)’이라고 합니다. 곰이 내려 찍는 듯한 모습이 하락장을 뜻하고, 황소가 뿔로 치고 올라가는 모습이 상승장을 의미한다고 얘기합니다.

미국의 3대 지수 중 S&P500은 고점 대비 10% 이상 추락하면서 미국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 국면 단계입니다. 다우지수도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는 조정 국면 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나스닥은 베어마켓을 향해 가는 중입니다. 이미 작년 11월19일 고점 대비 10% 넘게 떨어져 ‘조정’ 국면에 들어갔던 나스닥은 2월 23일 현재 고점 대비 18% 하락한 상태입니다. 방송에서 자세한 앞으로 전망을 알아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베어 마켓’으로 향해 가나

전날 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져 2년 만에 ‘조정’ 국면에 들어간 S&P500은 이날 1.8% 떨어지면서 더 깊게 조정 국면으로 들어갔습니다. 1월3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점 대비 12%쯤 하락한 상태입니다. 다우지수는 아직 조정 국면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조정 국면 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다우는 3만3119 포인트 아래로 떨어지면 조정 국면에 들어갑니다.

월가에서는 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지면 ‘조정(correction)’ 국면이라고 하고, 20% 이상 떨어지면 ‘베어 마켓(bear market, 약세장)’이라고 합니다. 곰이 내려 찍는 듯한 모습이 하락장을 뜻하고, 황소가 뿔로 치고 올라가는 모습이 상승장을 의미한다고 얘기합니다.

이미 작년 11월19일 고점 대비 10% 넘게 떨어져 ‘조정’ 국면에 들어갔던 나스닥은 이날도 2.6% 떨어지면서 ‘베어 마켓’으로 한 발 더 성큼 다가섰습니다. 고점 대비 18%쯤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은 1만2845.95 밑으로 떨어지면 ‘베어 마켓’에 들어가게 됩니다. 나스닥은 최근에는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 베어 마켓에 들어갔던 적이 있습니다. 2년 만에 베어 마켓에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나스닥은 이미 50일 이동 평균선이 200일 이동 평균선을 위에서 아래로 뚫고 지나가는 ‘데스크로스’ 현상도 벌어져서 대세 하락이냐, 저가 매수 기회냐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편 개별 종목으로 따지면, S&P500 종목의 50% 이상 그리고 나스닥 종목의 80% 가까이가 적어도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져 이미 기술적으로는 ‘베어 마켓’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근 월가 증시의 하락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의 확산입니다.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도네츠크 지역의 거리에 줄지어 서 있는 군용트럭들. /로이터 뉴스1

이날도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긴장도는 높아지는 모양새였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고 언급했으며, 러시아가 철수하고 있다는 어떤 징후도 보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15만 명 이상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러시아, 벨라루스 접경지대에 배치돼 있다며 이들의 80%가 진격 태세를 갖췄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은행들이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주재 자국 대사관의 철수를 시작했으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체류하는 자국민에게 러시아를 즉각 떠날 것을 권고해 양측의 전면전 위험이 커진 상태입니다. 아직 외교적 해법의 실마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최근 S&P500의 하락은 우크라이나 사태도 있지만 금리 상승 때 타격을 받는 테크주의 높은 비중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분석에 따르면, S&P500 중 테크주의 비중은 28%에 달합니다. 연초 이후 테크주 주가가 많이 빠졌지만, 이 비중은 고점에서 1% 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습니다. 반면 S&P500 기업들의 매출 중 러시아 익스포저는 0.1%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S&P500 중 테크 비중 추이. /자료=뱅크오브아메리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금리 상승, 성장에 대한 실망, 코로나 변곡점 등이 실시간으로 가격에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나스닥의 실적은 3분기 이후에 0.5%가 줄었는데, S&P500 기업들은 2%가 증가했다는 분석입니다. 나스닥의 부진은 기본적으로 금리 상승으로 테크주들의 미래 수익 가치가 떨어진데다, 실제 일부 테크주들의 실적이 안 좋게 나오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테크주를 다시 매입해야 하는 시점으로 “모두가 언제 테크주를 사야 하냐고 묻지 않는 때”라며 “그 전에 테크주를 매수하는 것은 떨어지는 칼을 잡는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반면 월가 낙관론의 대표 주자인 JP모건의 전략가 마르코 콜라노빅은 우크라이나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주식에 대한 강세 의견을 고수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최악의 상황을 지나가고 있고 중국의 전망이 개선되면서 글로벌 경제도 좋아지면서 연준의 긴축을 상쇄해서 증시가 좋을 것이라는 스토리입니다. 콜라노빅은 우크라이나 사태는 석유, 가스, 글로벌 에너지 안보와 관련이 깊어서 투자자들에게 쉬운 상황은 아니지만, 시장의 변동성은 몇 개월 안에 후퇴할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오히려 콜라노빅은 과거 팬데믹 역사를 보면 3~4차례 파고를 지난 후 10~20년 동안은 잠잠했다며, 현재 코로나의 끝에 있어서 앞으로 10~20년은 안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콜라노빅은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팬데믹의 완전한 종식”이라고 했습니다. 또 중국이 통화와 재정 정책을 동원해서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고 규제 압력도 일부 완화하면서 글로벌 경제 전망도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JP모건의 올해 연말 S&P500 전망은 5050입니다. 현재보다 20% 가까이 상승한다는 것입니다.

◇ 원자재 ‘수퍼 스파이크’

골드만삭스의 제프리 커리 상품 리서치 글로벌 헤드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원자재 가격의 ‘수퍼 스파이크(super spike, 대급등)’가 나타날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상품 리서치 글로벌 헤드 제프리 커리. /골드만삭스

커리는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안팎이었던 지난 2005년 3월 에너지 시장이 이른바 `수퍼 스파이크`의 초기 국면에 있다며 유가 100달러를 전망해 금융시장에 충격을 던져준 적이 있습니다. 커리는 작년 초에 원자재 수퍼 사이클(장기 호황)이 향후 10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커리는 이날 야후 파이낸스 인터뷰에서 2005년과 똑같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수퍼 스파이크’를 배제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커리는 ‘구경제의 보복’이라는 개념을 꺼냈습니다. 2005년 당시에는 앞서 있던 2000년대 초 닷컴 버블로 자본이 구경제에서 빠져 나가 닷컴 기업들에 몰렸다가 붕괴됐고, 또 중국에서 강한 수요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본을 구경제에서 끌고 나갔고, 중국 대신에 코로나 극복을 위한 부양책으로 수요가 강하게 생겼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가세했다는 논리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가 오를 것이란 전망은 잇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입니다. 2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0.2% 오른 배럴당 92.10달러에 거래됐습니다.

2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0.2% 오른 배럴당 92.10달러에 거래됐다. 사진은 한 유정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경제 분석 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는 경우에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로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JP모건 체이스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국제 유가가 브렌트유 기준으로 2분기(4~6월)에 배럴당 110달러, 서부텍사스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107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기존 전망보다 22달러씩 올린 것입니다. 다만, 연말로 가면 이란 핵합의 타결로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어느정도 풀리면서 유가는 평균 배럴당 90달러로 후퇴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RBC는 올해 여름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5달러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 이외에도 천연가스 가격, 곡물 가격 등 원자재 가격이 들썩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기업 실적을 갉아 먹고, 성장의 발목을 잡을 우려도 있습니다. 일각에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 상황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오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로 급등하고, 천연가스 가격 등도 상승하면서 선진국 인플레이션율을 2%포인트 더 높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시장 분석 기관 RSM의 조셉 브루수엘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악의 경우 유가가 40% 이상 급등하면서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10% 이상 오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의 긴축 행보의 선택이 어려워지게 됐습니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은 기정사실화돼 있지만,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한 행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경제 생산에 하향 리스크를 주는 불확실성이다”라면서 통화 정책을 검토할 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보스틱 총재는 “현재 경제는 홀로 설 수 있는 상태가 됐으며, 비상 조치에서 물러날 때다. 우리는 고용 진전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긴축 정책은 그대로 가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을 고려하게 될 것이란 얘기입니다.

월가에서는 지난 11일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적으로 이슈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올해 미 연준이 금리를 7차례 0.25%씩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됐지만, 현재는 6차례 정도 0.25%씩 올릴 것으로 전망이 낮춰지고 있습니다. 또 3월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인상론은 힘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 자사주 매입의 컴백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역대 최대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기업 실적이 타격을 받으면서 일시적으로 줄었던 자사주 매입이 ‘컴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조정 국면에 들어간 주가 하락세를 어느 정도 방어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집계된 작년 4분기 자사주 매입 톱 10의 자사주 매입액은 86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4분기의 670억 달러보다 30%나 늘어난 것입니다.

S&P500 중 자사주 매입 톱 10 기업 비교. /자료=블룸버그

애플이 205억 달러, 메타가 201억 달러, 알파벳이 135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가 74억 달러 등 자사주 매입 상위는 빅테크 기업들이 휩쓸었습니다. 막대하게 벌어들인 이익을 자사주 매입에 쏟아 붓고 있는 것입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작년 연간 자사주 매입액은 870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2018년 기록했던 기존의 역대 최고액인 8060억 달러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작년 연간 실적 증가율이 47.5%에 달할 정도로 이익을 많이 냈기 때문에 이를 자사주 매입 형태로 주가를 부양해서 주주들에게 돌려 주려는 것입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실적 증가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자사주 매입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업들의 현금 흐름이 괜찮은데다, 작년 자사주를 많이 매입했음에도 여전히 자사주 매입 여력이 많다는 분석입니다. 작년에 S&P500의 주당순이익 추정이 205달러였는데, 이는 자사주 매입이 과거 역대 최고였던 2018년의 162달러보다 27%보다 많은 것입니다. 그런 만큼 여력이 많이 남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또 최근 주가 하락으로 주주들이 자사주 매입 등으로 주가를 부양해 달라는 요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올해 자사주 매입 규모가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자사주 매입은 일단 시장에 유통 주식 물량을 줄여서 주식 공급을 줄이기 때문에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미국은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해 버리기 때문에 주식 숫자 자체가 줄어 듭니다. 이는 주당순이익을 높여서 주가를 높이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빅테크 외에도 대규모 자사주 매입 발표가 나오고 있습니다. 월마트는 100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으며, 스타벅스도 35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습니다. 대표적인 에너지 기업인 엑손 모빌은 올해 1분기부터 1~2년에 걸쳐 1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이 반드시 주가를 부양하는 것은 아닙니다. 메타의 경우 4분기에 201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했지만, 실적에 대한 실망으로 주가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테크주 중심의 나스닥이 약세장인 베어 마켓 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금리 상승에 테크주 매력이 떨어진데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월가에는 여전히 낙관론도 있습니다. 투자 심리가 언제쯤 돌아설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둘째,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일 것이란 경고가 나왔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인플레로 이어지고, 기업 실적 악화와 경기 침체 우려를 키웁니다. 연준의 긴축 행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추이를 잘 따져봐야 하겠습니다. 셋째,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 부양의 효과가 있습니다. 최근 주가 약세를 방어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