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월가 증시에서 대형주 중심의 다우지수는 한 주간 1.3% 하락해 4일 3만3614.80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한 주간 1.27% 떨어져 4일 4328.87을 기록했습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한 주간 2.78% 하락해 1만3213.44에 지난 주를 마감했습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4일 연 1.74%를 기록해 다시 연 1.7%대로 떨어졌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이번 주 월스트리트 3가지 포인트로 ‘인플레 피크는 멀어지나’ ‘미 일터로 ‘그레이트 리턴’’ ‘실적 전망에 먹구름’을 꼽았습니다.
월가 증시에 우크라이나 사태의 안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태가 확대될 것인가, 아니면 현재 수준에서 제한될 것인가 가늠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 쯤에 그칩니다. 다만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으로 전세계 원유 생산량의 11%를 차지하며, 우크라이나는 밀 등 주요 곡물과 원자재의 수출국입니다. 그래서 월가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을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그 현황과 파장을 알아 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 인플레 피크는 멀어지나
월가 증시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발 안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태가 확대될 것인가, 아니면 현재 수준에서 제한될 것인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당장 월가에 크게 우려하는 요소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경제는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 쯤입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으로 전세계 원유 생산량의 11%를 차지하는 한편 우크라이나도 밀 등 주요 곡물과 원자재의 수출국이기 때문입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직접적으로 기업 실적을 갉아 먹는 유인이 됩니다. 또 가뜩이나 40년 만의 최고 상승률을 보이는 소비자물가를 자극하고, 소비자들의 물가 기대 심리를 높일 수 있습니다. 급격하고 빠른 물가 상승은 소비자 심리를 위축시켜서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가속화시킵니다. 경기 침체는 기업 실적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채권왕으로 불렸던 빌 그로스는 3일 CNBC에 출연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자신이라면 주식을 사지 않겠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6일 CNN에 출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추가 제재 방안 중 하나로 유럽 동맹국들과 러시아의 원유 수출 금지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유가를 더 자극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7.4% 급등해서 배럴당 115.68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는 2008년 9월22일(120.92달러) 이후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한 주간 26%나 올랐습니다.
JP모건은 만약 러시아산 원유 공급에 계속 혼란이 온다면 브렌트유 기준으로 연말에 배럴당 185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일부 헤지펀드들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올라갈 것에 베팅하고 있기도 합니다. 골드만삭스는 러시아산 원유가 없으면 향후 3개월 안에 배럴당 150달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휘발유 가격이 미치는 영향이 큰데, 미국의 휘발유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6일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009달러로 2008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휘발유 지출액이 늘어나면 다른 소비 여력이 줄어들어 경제가 침체 상황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밀 등 곡물 가격도 상승세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 가격은 4일 부셸당 12.09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08년 3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한 주간 41% 가까이 올랐습니다. 러시아는 세계 1위 밀 수출국이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은 전세계의 30% 쯤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역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출 곡물인 옥수수 가격도 4일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부셸당 7.52달러에 거래됐습니다. 한 주간 15%쯤 오른 것입니다. 이밖에 천연가스, 금, 구리, 팔라듐 등 다른 원자재 가격도 급등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오는 10일 2월 소비자물가 수치가 발표됩니다. 당장 벌어지고 있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반영되는 건 아니지만, 인플레 우려를 자극할 것으로 보입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월가의 2월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전년 대비 7.9%, 전달 대비 0.8%입니다. 1월의 전년 대비 7.5%, 전달 대비 0.6%보다 상승 속도가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인플레 속도가 더 빨라지면 연준의 긴축 정책 강도가 강해질 수 있습니다. 연준이 긴축의 고삐를 조이면 시장의 유동성이 줄어서 증시엔 일단 악재가 됩니다. 물론 인플레가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견디면서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을 확인하면 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주 의회에서 상반기 통화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3월 15~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 포인트의 금리를 인상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월가 일각에 퍼져 있던 0.5%포인트의 ‘빅스텝’ 인상 가능성을 잠잠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속화된 높은 에너지 가격이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습니다.
다만 월가 일각에서는 향후에 인플레 압력이 누그러질 가능성도 점검하고 있습니다. 2월 미국의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5.1%로 전달의 5.8%보다 누그러졌습니다. 전달 대비로는 1센트, 0.03%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임금-물가의 악순환 조짐이 없다면 인플레 압력이 장기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또 기존의 공급망 병목 현상은 진정되고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새로운 공급망 병목 우려가 더해지지 않는다면 공급망 병목도 인플레를 더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하는 글로벌공급망압력지수는 12월에 정점을 찍은 후에 1월부터 2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 미 일터로 ‘그레이트 리턴’
지난주 미 노동부는 미국의 2월 고용 동향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의 일자리는 2월에 67만8000명 늘어났습니다. 실업률은 전달의 4.0%에서 3.8%로 떨어졌습니다. 월가 전망이었던 일자리 44만명 증가, 실업률 3.9%보다 훨씬 좋은 고용 성적을 낸 ‘고용 서프라이즈’가 나타난 것입니다. 미국의 일자리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 114만명 적은 수준까지 회복됐습니다.
미국의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연준은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라는 두 가지 책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완전 고용 책무에 있어서는 거의 목표가 달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파월 의장도 지난주 의회에서 노동 시장에 대해서 “극도로 견고(tight)하다”며 완전고용 목표는 달성했다는 것을 시사했습니다. 또 강한 노동시장을 지지하기 위한 최선의 길은 장기적 경기 팽창으로, 이는 물가 안정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으로는 미 연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 고용 지표보다는 물가 지표를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고용 시장이 증시에 미칠 영향은 오히려 미국 근로자들이 얼마나 일터로 돌아가고 있는 지에서 힌트를 얻어야 할 것 같습니다. 소위 ‘그레이트 리턴’ 현상입니다. 미국에서 1월에 오미크론 변이 충격으로 인해 코로나 확진자가 확 늘었지만 이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터로 돌아가고 출근하는 근로자가 늘어나면 이동이 늘어나고 의류주, 여행주, 내수주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2월에 팬데믹으로 인해 한 달 중에 일시적이라도 재택 근무를 한 근로자 비율은 13%로 조사됐습니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던 전달의 15.4%에서 확 떨어진 것입니다. 이 비율은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5월 35.4%를 기록했고, 작년 2월만 해도 22.7%에 달했습니다.
코로나 등으로 인해서 직장에 나가지 못 했던 근로자 숫자도 1월에는 780만명에 달했지만, 2월에는 360만명으로 확 줄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는 1월 15일 하루 평균 80만명(7일 평균 기준)까지 치솟았지만, 최근에는 5만명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작년 10월 델타 변이가 잠잠해졌을 때 하루 평균 7만명 정도의 확진자가 나왔는데, 그보다 적게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기업들은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웰스파고 등은 이번 달부터 사무실 근무 확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레이트 리턴’이 있더라도 과거와는 다른 근무 패턴이 정착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구글은 최근 4월부터 직원들이 사무실로 복귀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일주일에 3일 출근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3일 사무실 근무, 2일 재택 근무’ 패턴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작년 10월 모건스탠리의 조사가 61개 미국 대기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9%의 기업들이 ‘3일 사무실 근무, 2일 재택 근무’를 채택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단지 10%의 기업들만 ‘5일 사무실 근무’를 선호한다고 했습니다.
아직은 이런 일터의 변화가 장기적인 트렌드가 될지 일시적으로 그칠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새로운 트렌드로 정착된다면 오피스 빌딩 등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기 때문에 점검해 봐야 합니다.
이번 주 고용 관련 주요 지표는 9일 발표되는 미 노동부의 구인, 구직 보고서(JOLT)가 있습니다. 지난달 나온 보고서에선 미국 기업들이 구인 자리가 1090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 실적 전망에 먹구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가려진 가운데, 미국 기업들의 작년 4분기(10~12월) 실적 발표가 지난주로 거의 마무리됐습니다.
시장 조사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S&P500 기업 중 493개가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76.5%의 기업이 애널리스트 전망보다 실제 실적이 좋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이 비율은 장기 평균인 65.9% 보다는 높습니다. 하지만 최근 1년간 비율인 83.9%보다는 낮습니다. 작년 4분기 S&P500 기업들의 실적 증가율은 32.0%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관심사는 앞으로 기업 실적이 어떻게 나올까입니다. 그런데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낀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 조사업체 팩트세트가 집계해 보니, 올해 1~2월 동안에 애널리스트들의 1분기 실적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애널리스트들의 올해 1분기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전망치 평균은 52.22달러에서 51.62달러로 1.2% 하락했습니다. 이 같은 분기 중 첫 2개월 동안 실적 전망치 하락인 코로나 팬데믹이 닥쳤던 2020년 2분기(-35.9%) 이후 처음입니다. 2020년 3분기 이후에는 오히려 분기 중 첫 2개월 동안 실적 전망이 올랐습니다.
특히 실적 전망치가 낮아지던 올해 1~2월에 주가도 동반 하락했습니다. 작년 12월31일 이후 지난달 28일까지 S&P500은 8.2%가 하락했습니다. 미 연준의 긴축을 둘러싼 불확실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표면적인 이슈가 있었지만, 그 바탕에는 기업 실적 전망이 하락하고 있었던 게 깔려 있었다는 것입니다.
업종별로 보면 실적 전망이 가장 나빠진 업종은 산업재(-11.3%)와 재량소비재(-7.6%)였습니다. 산업재 중에서는 항공(-83%)이 가장 많이 하락했고, 재량소비재 중에서는 호텔, 레스토랑, 레저(-83%)가 가장 많이 떨어졌습니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임금 상승으로 비용 압박이 심해지는 업종의 실적 전망이 하락한 것입니다.
대신 실적 전망이 좋아진 업종은 에너지(14.5%)와 부동산(2.9%)이 대표적이었습니다. 에너지 업종은 1~2월 27%나 오른 유가 상승의 혜택을 받는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한 것입니다. 지난 20년 간 따져보면, 서부텍사스유(WTI) 가격과 에너지업종 주당순이익의 상관관계는 0.89에 달합니다.
팩트세트는 올해 1분기 실적 증가율 전망은 4.8%로 집계됐다고 했습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실적 증가율 전망이 5.9%였는데, 앞에서 봤듯이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전망치가 낮아지면서 실적 증가율 전망도 낮아진 것입니다.
올해 1분기 실적 가이던스(추정치)를 낸 S&P500 기업들 중 64곳이 부정적인 가이던스를 냈고, 29곳이 긍정적인 가이던스를 냈습니다. 부정적인 가이던스를 낸 비율은 69%로, 5년 평균인 60%보다 높았습니다.
올해 전체로 봐도 실적 증가율 추정치는 8.6%로 작년의 47.7%보다는 확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에는 코로나에서 회복되면서 반등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올해 증시가 회복되더라도 기업 실적 증가율은 작년보다는 훨씬 낮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수익률 눈높이를 낮춰야 합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미국에서 40년만에 최악인 인플레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하지만 미래를 보는 증시에서는 인플레가 언제 피크를 칠 지가 관심사입니다.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언제 피크가 올지 가늠하기 어려워졌습니다. 향후 미 연준 긴축 정책에 물가 지표의 영향이 큰 만큼 미국 물가 추이를 잘 점검해야 하겠습니다. 둘째, 미국에서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면서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집니다. 미국 직장인들이 일터로 돌아가면서 동반 수혜를 받을 업종이 눈길을 끕니다. 월가 증시가 반등의 계기를 찾을 수 있을 지 주목해 보시기 바랍니다. 셋째, 원자재 가격과 임금 상승이 미국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비용 증가는 실적에 악재가 됩니다. 미국 기업들이 악재를 어떻게 뚫고 나갈지 점검해야 합니다. 옥석 가리기 와중에 보석을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