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2.37% 하락한 3만2817.38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2.95% 떨어진 4201.09를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3.62% 하락한 1만2830.96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장중 한 때 배럴당 130.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2008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것입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다우 2년 만에 ‘조정’ 국면’, ‘유가 급등과 주가’, ‘연준 “스태그플레이션은 기우”’를 꼽았습니다.

이날 유가 급등세를 촉발한 것은 전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으로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엠바고)를 유럽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한편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 담당 부총리는 “서방의 러시아 원유 수입 거부는 세계 에너지 시장의 재앙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유가 폭등이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배럴당 300달러 이상도 가능하다”고 경고했습니다. 방송에서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아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다우 2년 만에 ‘조정’ 국면

다우지수가 2년 만에 ‘조정’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월가에서는 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지면 ‘조정’ 국면, 20% 이상 떨어지면 ‘베어 마켓(약세장)’으로 분류합니다.

7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서방의 제재 가능성에 국제 유가가 폭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와 경기 충격 우려가 커져 하락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다우지수는 이날 2.4% 떨어지면서 올해 1월4일 기록한 사상 최고점에서 10% 이상 하락하게 됐습니다. 다우지수는 코로나 타격으로 2020년 2월27일 ‘조정’ 국면을 끝내고 ‘베어 마켓’으로 들어갔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봤을 때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 반등이 시작되는 때가 많았습니다.

1896년 이후 다우지수를 보면, 조정 국면에 들어가고 나서 1주일 후에 상승세로 반등했던 경우는 전체의 57.8%였습니다. 1주일 후 주가는 평균 2.7% 상승했었습니다. 한 달 후에 상승세를 기록했던 경우는 57.8%였고, 평균 주가 상승률은 3.3%였습니다. 1년 후에는 62.2%가 상승했고, 평균 상승률은 8.7%였습니다. 최근 20번의 조정 국면만 따져보면, 75%의 경우에서 1년 후 상승세로 마감했습니다.

조정 국면 진입 이후 다우지수의 추이. /자료=다우존스, 마켓워치

S&P500도 조정 국면에 들어갔습니다. S&P500도 지난 2월22일 2년 만에 처음으로 조정 국면에 들어갔었습니다.

나스닥은 이날 3.6% 하락하면서 작년 11월 19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점 대비 21% 떨어지면서 ‘베어 마켓’에 들어갔습니다.

이날 월가 증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지속되면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세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져서 실적 악화 요인이 됩니다. 에너지 기업들은 이 와중에도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쉐브론은 2.1%, 엑손모빌은 3.6% 상승했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는 장중 한 때 12% 넘게 오르면서 배럴당 130.5달러까지 오르면서 배럴당 130 달러를 ‘터치’ 했습니다. 이는 2008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다만, 이후 유가가 다소 진정세를 보이면서 3.2% 상승한 배럴당 119.4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는 2008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서부텍사스유(WTI) 가격 추이. /자료=블룸버그

이날 유가 급등세를 촉발한 것은 전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으로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엠바고)를 유럽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날 독일이 러시아 에너지는 제재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유가 급등세가 다소 진정된 것입니다. 유럽의 경우 원유 수입 중 러시아산 비중이 28%에 달합니다. 유럽은 천연가스 수입도 40% 가까이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원유 수입 중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한 것과 사정이 다른 것입니다.

원유 수입 금지가 논란이 되자,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 조치와 관련,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 담당 부총리는 서방의 러시아 원유 수입 거부는 세계 에너지 시장의 재앙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유가 폭등이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배럴당 300달러 이상도 가능하다”고 경고했습니다.

원유 뿐 아니라 다른 원자재 가격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팔라듐, 구리 가격 등도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습니다. 니켈의 경우 장중에 90% 폭등해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유가 상승을 반영해서 올해 S&P500 전망을 낮추고 있습니다. 시티는 이날 올해 연말 S&P500 전망을 기존 5100에서 4700으로 낮췄습니다. 에버코어도 5100에서 4800으로 하향했습니다. 이들은 여전히 올해 월가 주가가 현재보다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데니 리서치는 올해 S&P500 전망을 현재보다 4.8% 하락한 4000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습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시장에 과매도가 나타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전략가 피터 오펜하이머는 CNBC에서 골드만삭스의 위험 선호 지표에 따르면 과거 비슷한 수준이 나타났던 추세와 비교하면 “시장은 다소 과매도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고객 노트에서 향후 12개월 동안 시장의 평균 상승률이 약 11%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었습니다.

◇ 유가 급등과 주가

유가 급등이 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가가 직접적으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하지는 않습니다. 주가에는 유가 외에도 경제 성장세, 유동성 등 많은 요소가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 유정의 모습. /AFP 연합뉴스

다만, 증시에서는 1970년대 ‘오일 쇼크’의 영향이 워낙 컸기 때문에 당시와 같은 충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나오고 있습니다. 1973년 10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미국 등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서방국에 대해 석유 수출을 일시 금지했을 때 유가는 세 배 이상 뛰었고 S&P500은 15% 급락했습니다. 석유 수출 금지가 풀리고도 OPEC이 유가를 인상하면서 S&P500은 하락세를 지속해서 50% 가까이 폭락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1979~1980년에 이란 혁명 등으로 인해 유가가 150% 뛰었지만, S&P500은 40% 쯤 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다른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일 쇼크’의 증시 충격이 워낙 커서 유가 급등과 주가가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간다고 여기는 게 일반적이 됐던 것입니다.

증권사 에드워드 존스가 1990년 이후 유가가 배 이상 급등한 시기와 당시 월가 주가 움직임을 비교해 봤더니 역시 뚜렸한 방향성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1990년 이후 유가가 배 이상 급등한 시기는 1990년, 2000년, 2008년 그리고 작년을 들 수 있습니다.

1990년 이후 유가 급등기와 S&P500 지수 추이 비교. /자료=에드워드존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있었던 1990년 6~10월에는 유가가 164% 급등할 동안 S&P500은 14%가 떨어졌습니다. 경기 침체가 동반한 유가 상승으로 주가는 하락했습니다.

1998년 12월부터 2000년 9월까지 유가는 247% 급등했지만, S&P500은 27% 올랐습니다. 당시는 닷컴 버블 형성기였기 때문에, 주가는 유가의 영향을 적게 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1998년 러시아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까지 폭락했다가 오르는 시기였습니다. 오히려 2000년 닷컴 버블 이후에 주가가 나스닥을 중심으로 크게 떨어진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2007년 1월부터 2008년 7월까지 유가는 188% 급등했는에, S&P500은 11% 떨어졌습니다. 당시는 미국에서 서브 프라임발 부동산 시장 위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유가가 올랐기 때문에 주가는 유가보다는 경제 위기의 영향을 받아 하락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유가는 137% 급등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S&P500은 42% 상승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타격에서 경제가 회복되는 국면에 유가가 동반해서 급등했기 때문에 오히려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에드워드 존스는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GDP 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뜻하는 미국의 에너지 밀집도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걸 감안하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미국 경제에서 유가 상승이 미치는 영향이 줄어 왔다는 것입니다. 유가 뿐만 아니라 경기 동향, 미 연준의 긴축 정책 방향 등을 같이 감안해서 주가 방향을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 연준 “스태그플레이션은 기우”

월가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날 리사 샬렛 모건스탠리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 통신에 “글로벌 원자재 시장 혼란 장기화는 인플레를 높이고 무역과 공급망을 제한해서 경제 성장 속도를 늦추는데, 이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앞서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인 핌코를 창업해 한 때 채권왕으로 불렸던 투자자 빌 그로스는 지난 3일 CNBC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가 겹치는 스태그블레이션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월가의 스토리는 유가 급등으로 휘발유 소비액이 급증하게 되면 미국 소비자들의 다른 소비 여력이 떨어지고, 이는 가뜩이나 높은 인플레 상황에서 소비 침체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경제의 70%를 소비가 차지하는 ‘소비 대국’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주가에는 큰 악재가 됩니다. 여기에 더해 인플레를 잡기 위한 미 연준이 긴축 정책을 멈추지 않는다면 월가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 있는 한 주유소에 내걸린 휘발유 가격 표시.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최근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갤런당 4달러를 넘어 섰다. /AP 연합뉴스

JP모건자산운용이 자체 경제 모델을 갖고 분석해 본 결과,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서 움직이면 올해 에너지 소비액 비중은 5%로 늘어나게 됩니다. 이는 작년 평균 4.8%보다 그다지 높지 않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저소득층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 계속 움직이면 소득 2만 달러 이하 계층의 에너지 소비 비중은 13.9%로 급증하게 됩니다. 작년 평균 10.1%보다 훨씬 많아서 저소득층 소비를 압박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하지만 미 연준의 ‘톱3′ 안에 들어가는 핵심 인사인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윌리엄스 총재는 지난 3일 경제교육위원회가 개최한 가상 행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미국 경제 전망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단기적인 인플레를 높일 수는 있지만 “절대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이슈는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 /연준

윌리엄스 총재는 높은 유가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세금’과 같은 역할을 해서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강할 뿐더러 코로나 팬데믹 기간 쌓아 높은 소비 여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높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는 근거를 댔습니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1월 추정한 바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2015~2019년 트렌드와 비교해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2조5000억 달러의 추가 저축을 축적해 놓고 있습니다. 3분의2는 미국 정부의 코로나 지원금, 추가 실업 수당 등으로 소득이 늘어났기 때문이고, 나머지 3분의1인 코로나 기간 경제 봉쇄, 거리 두기 등으로 지출이 덜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인 1인당으로 따지면 7500달러에 달하는 초과 저축이 있는 셈입니다.

다만 윌리엄스 총재는 향후 인플레가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윌리엄스 총재는 “올해 후반에 인플레가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미 연준의 목표인 2% 보다는 ‘상당히 높게’ 남아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리고, 재정 지출이 줄고, 공급망이 풀리더라도 인플레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가 지속된다면 금리를 더 높일 수 있는 능력을 미 연준이 갖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유가 급등세에 다우지수가 2년 만에 ‘조정’ 국면에 들어갔습니다. 월가에서 조정 국면은 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지는 것을 가리킵니다. 앞으로 더 하락할지 반등할지 의견은 나뉩니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투자 전략도 필요해 보입니다. 둘째, 과거 시장 상황을 보면, 유가 급등이 주가 하락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경기 상황이나 연준의 긴축 정책 등도 감안해서 투자 전략을 짜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월가 일각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옵니다. 인플레가 심한데, 경기마저 하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나 이제 경기가 기지개를 펴는 상황이라는 진단도 적지 않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갈지 향후 경제 지표를 보면서 잘 짚어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