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새벽에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02% 상승한 3만4707.94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1.43% 오른 4520.16을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1.93% 상승한 1만4191.84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재무부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전날보다 0.02%포인트 오른 연 2.34%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반도체가 이끈 월가 주가’, ‘빅스텝 인상 합창’, ‘나이키 실적 읽는 법’을 꼽았습니다.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24일 반도체 주식이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엔비디아가 9.8% 폭등하면서 작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하루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인텔도 주가가 6.9% 폭등했습니다. 이밖에 AMD 5.8%, 브로드컴 4.5%, 퀄컴 3.7% 등 다른 반도체 주식들도 동반 상승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이날 하루 사이 5.1% 급등했습니다. 미국에선 앞으로 반도체는 지금 석유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며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 흐름과 대비됩니다. 방송에서 자세한 분석 내용을 알아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 반도체가 이끈 월가 주가
최근 월가 주가는 유가 움직임과 반대로 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날은 유가가 하락하자 주가는 올랐습니다.
어느새 월가 주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으로 복귀해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던 지난 2월 24일 다우지수는 3만4058.75, S&P500은 4384.65, 나스닥은 1만3694.62에 마감했는데, 이미 현재 주가는 이를 모두 넘어서 있는 것입니다.
전날 5.2% 급등했던 유가는 이날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2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2.3% 하락한 배럴당 112.34달러를 기록했습니다.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있었지만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관련 언급은 없었습니다. 이에 나토가 러시아 에너지에 대해 곧 제재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유가는 하락했습니다. 한편 미국은 러시아의 금 거래를 막는 등의 추가 제재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1320억 달러 어치의 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 지표는 좋게 나오고 있어 주가에 호재가 되고 있습니다. 월가 일각에서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도 물가는 못 잡고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지만, 아직까지 미국 경제는 견조한 모습을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이날 미 노동부는 지난 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이 전주보다 2만8000명 감소한 18만70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월가 전망인 21만명보다 훨씬 적은 것입니다. 2020년 3월 미국에서 코로나 팬데믹이 확산되기 직전의 20만명 전후보다 적은 것은 물론이고 1969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입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주 3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후에 고용 시장에 대해서 “건강하지 않은 수준으로 타이트하다”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기업의 구인 자리는 1월 현재 1130만 건에 달하지만 일하러 나오는 사람이 적어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2월 실업률도 3.8%에 불과해 미 연준이 상정하는 완전고용 수준인 4%보다 낮습니다.
기업 심리도 좋게 나오고 있습니다. 연초 오미크론 확산 우려가 잠잠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58.5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서비스업 PMI 예비치는 58.9로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특히 이날은 반도체 주식이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엔비디아가 9.8% 폭등하면서 작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하루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엔비디아는 앞서 22일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연산 기능을 강화한 새로운 서버 칩을 공개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퍼컴퓨터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게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인텔과 파운드리 협력을 고려하겠다”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기존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TSMC, 삼성전자와 협력했는데, 인텔도 고려한다고 하자 인텔 주가도 동반 상승했습니다.
인텔 주가는 이날 6.9% 폭등했습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앞으로 반도체는 지금 석유와 같은 역할을 한다며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반도체 파운드리 등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겔싱어 CEO는 23일 CNBC와 인터뷰에서 “지난 50년 간 석유 매장지가 지정학적 패권을 결정한 것처럼 반도체 생산기지가 미래에서는 더욱 중요해진다”며 “지금 당장 미국의 반도체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텔은 200억 달러 이상을 들여서 오하이오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지을 계획입니다.
AMD 5.8%, 브로드컴 4.5%, 퀄컴 3.7% 등 다른 반도체 주식들도 동반 상승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이날 하루 사이 5.1% 급등했습니다.
전날까지만 해도 반도체 주식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나스닥이 연초 이후 12%, S&P500이 6.8% 떨어지는 사이에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연초 이후 15% 쯤 하락했었습니다.
◇ 빅스텝 인상 합창
이날 찰스 에반스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디트로이트 지역 상의 행사 연설 후 질의 응답 시간에 자신은 필요하다면 0.5%포인트 인상에도 열려 있다고 했습니다. 에반스 총재는 연준 내에서 고용 확대를 위한 완화 정책을 지지하는 비둘기파 인사입니다. 인플레에 강경하게 대응하자는 매파와 신중하자는 비둘기파 모두 ‘빅스텝’ 인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에반스 총재는 “우리는 신중하고, 겸손하고 민첩하기(humble and nimble)를 원한다”며 “너무 늦지 않게 중립 수준으로 가길 원한다”고 했습니다. 에반스 총재는 “어쩌면 50bp(bp는 0.01%포인트)가 도움이 될 수 있고, 나는 이에 열려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50bp가 다음 번 회의를 뜻하지 않는다”며 “매번 회의에서 25bp씩 올린다면 마음이 편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립 금리는 물가의 상승이나 하락에 영향을 주지 않는 균형금리 수준을 가리키는데, 연준 위원들이 장기적으로 보는 중립 금리 수준은 현재 연 2.4%입니다.
역시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중서부 경제 전망 서밋 행사에서 자신이 3월 FOMC에서 올해 7차례 금리 인상 전망을 냈다고 했습니다. 앞서 그는 12월 FOMC에서 올해 2차례 금리 인상 전망을 낼 정도로 경기 부양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입장을 확 바꾼 것입니다. 카시카리 총재는 앞서 지난 18일 인플레 압력이 강할 경우 “연준이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는 23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50(bp)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비둘기파들도 ‘필요하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올해 0.5%포인트 인상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3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나온 점도표에서 어느 정도 확인이 됐던 것입니다. 연준 위원들은 올해 말까지 연 1.9%로 기준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신호를 줬습니다. 이는 올해 남은 여섯 차례의 FOMC에서 매번 기존 행보대로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면 달성하기 어렵고, 한 차례는 0.5% 포인트의 빅스텝이 있어야 가능한 수준입니다.
월가의 관심사는 5월 FOMC에서 빅스텝 인상이 있을 것이냐 입니다.
이미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21일 미국실물경제협회(NABE) 경제 정책 컨퍼런스에서 5월 FOMC 논의 테이블에 0.5% 포인트 인상안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매파 성향의 연준 고위 인사들은 빅스텝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 공개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매표의 대표 주자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8일 성명서까지 내면서 올해 연 3% 이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준비은행 총재 등은 0.5%포인트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얘기했습니다.
월가에서도 빅스텝 가능성에 대한 베팅이 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5월과 6월 모두 0.5%포인트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 워치 툴’에 따르면, 5월 0.5% 포인트 인상 확률은 70.5%까지 상승했습니다. 6월까지 1%포인트 이상 인상 확률은 72.2%에 달합니다.
◇ 나이키 실적 읽는 법
지난 21일 나이키는 자체 회계연도의 지난 분기(2021년12월~2022년2월)의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나이키의 회계연도는 통상적인 다른 기업과 상당히 다릅니다.
매출액은 108억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5% 늘어났습니다. 또 매출총이익률이 46.6%로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공급망 이슈가 제기되는 와중에도 디지털을 중심으로 한 미국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낸 것입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에 연초 이후 미국시장 하락과 함께 빠지던 주가가 반등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나이키는 신임 최고경영자(CEO) 존 도나호의 지휘 아래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해나가고 있습니다. 존 도나호는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이베이의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디지털 커머스, 전자상거래 전문가입니다. 2020년 15년간 CEO를 역임한 마크 파커의 후임으로 지명된 후 나이키를 디지털 기업으로 전환하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매년 직판(Direct to Consumer, DTC) 비중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0년 15%였던 비중이 이번 실적발표에서 42%까지 급격하게 상승했습니다. 이 직판의 절반 이상이 앱을 포함한 공식 온라인 몰에서 발생되는 디지털 커머스 매출입니다.
최근 전자상거래에 익숙한 글로벌 2030 소비층을 중심으로 위조 제품에 대한 걱정 없고 교환과 반품이 편리한 공식 온라인 몰 이용이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나이키로서는 제3자 판매망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으로 직판을 하면 수익성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좋아지는데, 이는 나이키의 좋은 실적으로 직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25일 디지털 비중 확대로 인한 연간 실적 서프라이즈 직후 당일 주가가 15%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 9월 재설정한 디지털 전환율 목표는 조기 달성한 상태입니다.
향후 나이키 실적에서는 중국 시장의 성장률 둔화가 회복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이키는 지난해 중국의 보이콧 이슈가 확대되며 곤욕을 치렀습니다.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의 강제 노역을 통해 생산된 제품을 공급받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중국의 예민한 부분을 자극했기 때문입니다. 존 도나호 CEO가 “우리는 중국의, 그리고 중국을 위한 브랜드” 라고 황급히 진화에 나서긴 했지만 주요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나이키 신발 화형식이 벌어지는 등 중국 내 여론의 뭇매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실적도 부진했는데 매년 20% 이상 고성장 하던 중국 사업이 2021년 9~11월 분기에는 전년대비 -20% 역성장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중국의 역성장 폭이 -4%로 줄어 들었습니다. 회사의 코멘트도 불매 운동을 논하기엔 수요가 견조하고, 오히려 코로나의 영향으로 베트남 등 주요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며 발생한 공급망 문제가 중국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춘절 연휴기간 나이키닷컴의 이용자 트래픽은 사상 최대였습니다. 공급망 문제가 해결되는 추세에 있기에 이번 분기에는 성장률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전 세계 스포츠용 신발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1위 브랜드 기업인 나이키가 우려를 불식시키고 다시 고성장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월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기 회복에 따라 좋은 실적을 낼만한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회복되고 있습니다. 우선 반도체 주식들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다만 여전히 지정학적 리스크와 긴축 이슈는 살아 있다는 것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둘째, 미 연준이 인플레를 잡기 위한 행보를 더 거세게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연준은 ‘연착륙’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월가 일각에선 침체로 흐를 우려도 나옵니다. 연준의 동향에 레이더를 계속 켜두시기 바랍니다. 셋째, 전통 기업들도 디지털 전환을 통해서 완전히 탈바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내용은 겉으로 봐서는 알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기업 실적 발표 내용도 자세히 들여다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