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월가 증시에서 대형주 중심의 다우지수는 한 주간 0.31% 상승해 25일 3만4861.24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한 주간 1.79% 올라 25일 4543.06을 기록했습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한 주간 1.98% 상승해 1만4169.30에 지난 주를 마감했습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25일 연 2.48%를 기록해 한 주간 0.34%포인트 급등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이번 주 주목해 봐야 할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로 ‘소프트 랜딩 신호 찾기’, ‘빅스텝 인상론 소화 중’, ‘출렁이는 증시, 견딜 마인드’를 꼽았습니다.
미국에서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이상 올리는 ‘빅스텝 인상’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지난 25일 국제결제은행(BIS)과 페루중앙은행이 연 가상 행사에서 “이론적으로 볼 때 50bp(bp는 0.01%포인트) 인상은 잘못된 게 없으며, 적절하다면 지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월가 금융회사들은 이런 ‘빅스텝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서 올해 금리 인상 전망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시티은행은 내년 5월까지 미국 기준금리가 연 3~3.25%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봤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 소프트 랜딩 신호 찾기
이번 주는 물가, 고용, 성장과 관련된 각종 경제 지표 발표가 잇달아 예정돼 있습니다.
미 연준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올해 돈줄 죄기(긴축)의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했습니다. 이미 작년 말부터 미 연준이 올해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월가는 벌써부터 돈줄 죄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려고 할 것입니다. 경제 움직임은 기업 실적으로 이어지고, 실적은 결국 주가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금리에 상당히 민감한 나라입니다. 자동차는 할부로 구입하기 때문에 만기 5~7년 금리에 자동차 소비가 쉽게 반응합니다. 집은 15~30년 장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로 구매하기 때문에 장기 금리에 주택 수요가 움직입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연준이 금리를 인상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동시에 경제를 침체로 빠지지 않게 하는 소프트 랜딩(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며 시장을 안심시키고 있습니다. 파월은 1965년, 1984년, 1995년의 세 차례 소프트 랜딩의 전례도 거론했습니다. 하지만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고문 등 월가에서 목소리가 큰 대가들은 연준의 정책 실수로 물가는 못 잡고 경기만 침체로 빠뜨리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을 우려하기도 합니다.
40년만에 가장 강한 인플레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소비자 심리는 안 좋은 모습입니다. 지난 25일 발표된 3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는 59.4를 기록했습니다. 전달의 62.8보다 하락한 것은 물론, 2011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고용 시장과 기업 심리는 강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지난 주 발표된 신규 실업수당 신청은 전주에 18만7000명까지 떨어져, 1969년 이후 가장 적은 숫자를 기록했습니다. S&P글로벌이 집계한 3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58.9로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주에 월가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경제 지표는 4월1일 나오는 3월 고용 동향입니다. 2월에는 미국 일자리가 67만8000명이나 늘어 월가 예상치였던 37만8000명을 훌쩍 넘어서는 ‘고용 서프라이즈’를 보였습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3월에는 이보다는 다소 줄어든 49만명(중간값 기준)의 고용이 늘어날 것으로 월가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실업률은 2월의 3.8%보다 더 내려간 3.7%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미 연준이 생각하는 완전고용 수준 실업률인 4%보다 낮은 것입니다. 고용 자체는 미국 경제 성장세가 견조하다는 증거를 보여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증시로 볼 때는 미 연준이 긴축 강도를 높일 근거가 돼서 ‘양날의 칼’입니다.
다음으로 물가 지표도 나옵니다. 미 연준이 금리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점검하는 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31일 나옵니다. 월가에선 전년 대비 근원 PCE 물가가 2월에는 전달의 5.2%보다 더 높아진 5.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미 2월 소비자물가가 7.9%로 1월의 7.5%에서 더 오른 것으로 발표된 만큼 시장에 주는 충격은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PCE 물가는 소비자물가보다 포괄하는 범위가 넓어서 소비자물가보다는 다소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편 29일에는 미국 주택 가격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1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가 발표됩니다. 이 지수는 작년 12월에는 전년 대비 18.8% 올랐습니다.
성장 지표도 나옵니다. 30일 작년 4분기(10~12월) 미국 성장률 확정치가 나옵니다. 월가는 기존에 속보치나 잠정치로 나왔던 7%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실은 월가에서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올해 1분기(1~3월) 성장률입니다. 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에 따르면 1분기 성장률은 현재 0.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수치는 31일 업데이트됩니다.
◇ 빅스텝 인상론 소화 중
올해 첫 금리 인상은 0.25%포인트로 시작했지만, 앞으로 한 번에 0.5%포인트씩 올리는 ‘빅스텝 인상’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연준 고위 인사들이 매파냐 비둘기파냐 가리지 않고 0.5%포인트 인상이 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월가는 이 같은 ‘빅스텝 인상’을 기정 사실화하고 주가에 녹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언제 ‘빅스텝 인상’이 현실화될지, 한두 번으로 끝날 지는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25일 국제결제은행(BIS)과 페루중앙은행이 연 가상 행사에서 이론적으로 볼 때 50bp(bp는 0.01%포인트) 인상은 잘못된 게 없으며 적절하다면 지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아직 3월이다”라며 5월에 있을 다음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0.5%포인트 인상이 있을지에 대한 의견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윌리엄스 총재는 연준 내에서 제롬 파월 의장,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 등과 함께 연준 내 영향력 ‘톱3′ 안에 들어가는 고위 인사입니다. 매년 돌아가면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다른 지역연방은행 총재들과는 달리 매번 FOMC에 참석해서 의결권을 행사합니다. 또 실제 뉴욕 연준이 공개시장 조작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 정책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기도 합니다. 게다가 FOMC의 부의장도 맡고 있습니다.
윌리엄스 총재는 경제 상황에 따라 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한 회의에서 50bp 금리를 올리는 게 적절하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5(bp)를 올리는 게 적절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어느 하나를 해야 하고, 하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유는 없다”라고 했습니다.
윌리엄스 총재는 매파와 비둘기파로 구분한다면, 비둘기파에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윌리엄스 총재의 성향이나 영향력을 감안할 때, 그도 ‘빅스텝 인상’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은 향후 미 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가 0.5% 포인트씩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미 연준은 2000년 5월 기준 금리를 연 6%에서 연 6.5%로 0.5%포인트 올린 이후 한 번도 한 번에 0.25%포인트 이상 올린 적이 없습니다.
윌리엄스 총재의 발언은 지난 주 내내 이어진 연준 고위 인사들의 0.5% 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의 ‘화룡점정’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21일 제롬 파월 의장이 미국실물경제협회(NABE) 경제 정책 컨퍼런스에서 5월 FOMC 논의 테이블에 0.25% 포인트 이상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한 게 신호탄이었습니다. 매파인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준비은행 총재 뿐 아니라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찰스 에반스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 등도 0.5% 포인트 인상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월가 금융회사들은 ‘빅스텝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서 올해 금리 인상 전망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시티은행은 5월, 6월, 7월, 9월 FOMC에서 올해 네 차례 연달아서 미 연준이 0.5% 포인트씩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10월과 12월 0.25%포인트씩 올리면서, 연말에 미국 기준금리는 연 2.75%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 연준이 3월 FOMC 점도표에서 연 1.9%의 상승 신호를 준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시티는 내년 5월까지 미국 기준금리가 연 3~3.25%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봤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6월과 7월에 미 연준이 금리를 0.5%포인트씩 올리는 것으로 전망을 바꿨습니다. 5월과 6월에 두 번 올리는 식으로 시기를 당길 가능성도 있다고 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내년 미국 기준금리가 연 3.5~3.7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앞서 골드만삭스도 올해 5월과 6월 미 연준이 금리를 0.5%포인트씩 올릴 것으로 전망을 바꾼 바 있습니다.
월가가 ‘빅스텝 인상’ 전망을 시장 금리에 반영하면서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 워치 툴’이 나타내는 빅스텝 금리 인상 확률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5월에 0.5%포인트 인상 확률은 72.7%나 됩니다. 12월까지 2% 포인트 이상 올릴 확률은 90%에 육박하는 89.9%입니다. 이번 주에도 연준 고위 인사들의 공개 연설이 이어집니다. 아직 3월 FOMC 후에 공개 발언이 없었던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방은행 총재가 29일,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연방은행 총재는 30일 마이크를 잡습니다.
◇ 출렁이는 증시, 견딜 마인드
최근 월가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출렁임이 강합니다. 이럴 때는 떨어졌을 때 팔고 올랐을 때 사고 싶은 마음이 커집니다. 과연 이렇게 주가가 출렁일 때 매수, 매도 타이밍을 잡는 게 투자 수익률에 도움이 될 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습니다. 쉽게 얘기해서 폭풍우를 피하고 해가 뜨는 날에 다시 시장에 들어가면 안 되냐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에서 도움이 될만한 자료가 있습니다. JP모건자산운용이 2002년 1월1일 1만 달러를 투자했을 때 작년 12월31일까지 얼마나 투자 수익을 올렸을 지 분석한 자료입니다.
같은 기간 S&P500에 투자해서 팔지 않았을 경우, 작년 말까지 20년을 견디면 6만1685달러를 건지게 돼 연평균 수익률이 9.52%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 기간 동안 가장 주가 상승폭이 컸던 열흘을 놓친 경우에 남은 투자금은 2만8260달러로 줄어들게 됩니다. 연평균 수익률은 5.33%였습니다. 가장 좋은 20일을 놓친 경우에는 1만 달러의 투자금이 1만6804달러로 불어나 연평균 수익률은 2.63%로 떨어집니다.
초보 투자자들이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날을 왜 놓치는 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JP모건은 ‘손실 회피’ 성향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열흘 중 7일은 수익률이 가장 나빴던 날이 있고 나서 2주일 이내에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2020년 3월 12일은 2020년에 두 번째로 주가 하락이 컸던 날인데, 바로 다음날 연간 두 번째로 주가 상승이 높았던 날이 뒤따랐다는 것입니다. 주가 하락에 겁을 내고 손실을 회피하려고 주식을 판 경우에 수익률이 좋은 날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무지개를 보려면, 비 맞는 걸 견뎌야 한다’라는 월가 격언이 떠오릅니다.
시티도 비슷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1990~2021년 S&P500에 1만 달러를 투자한 경우에 계속 투자를 했다면 투자금이 26만3217달러로 불어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장 상승률이 좋았던 열흘을 놓치면 투자금은 10만589달러에 머무르게 된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스토리는 전제가 있습니다. 우선 연금 투자와 같이 장기 투자를 목표로 해야 합니다. 급전을 가지고 투자했다면 주가 하락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또 주식 시장을 벗어나야 한다는 신호가 없어야 합니다. 위기로 하락 추세가 계속 전망되는 때와 같은 시기에는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그리고 S&P500 지수처럼 증시가 우상향 하는 추세를 보여줘야 합니다. 한국 증시처럼 박스권에 갇혀 있다면 가능성이 낮은 얘기입니다.
그래서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는 지금은 반등이 있을 때마다 주식을 팔아야 할 때라고 조언합니다.
최근 시장을 짓누르는 요인 중 하나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빚어진 원자재 가격 상승은 얼마나 지속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러시아가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만큼 지속기간이 길어지면 월가 증시에 미칠 영향도 과거와 달리 커질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글로벌 천연가스의 17%, 원유 12%, 밀 10%, 정련 니켈 6%, 정련 알루미늄 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과거엔 지정학적 리스크는 지속 기간이 그다지 길지 않았습니다. 시티가 그간 있었던 15건의 주요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석한 결과 1941년 진주만 공습을 빼면 S&P500이 바닥에 도달하기까지 평균 12.7일이 걸렸고 회복되는 데 33.1일이 걸렸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길어질 위험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 확산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에선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28일부터 상하이의 절반인 푸동을 봉쇄하는 등 2단계 봉쇄를 한다는 뉴스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상하이에 공장을 두고 있는 테슬라는 공장의 문을 일시적으로 닫아야 한다고 합니다. 테슬라는 지난해 상하이 공장에서 48만4000여대를 만들었고, 올해는 생산량이 90만대까지 늘어난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미국 경기가 ‘소프트 랜딩’할 수 있을 지 갑론을박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물가를 잡으면서도 경기 과열을 막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자칫 경기가 침체하면 기업 실적과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고용, 물가, 성장 지표 등에서 미국 경기 방향을 읽을 수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하겠습니다. 둘째, 올해 미국의 긴축은 ‘빅스텝’ 금리 인상으로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연준이 신호를 주고 월가가 이미 소화를 하고 있다지만, 불확실성이 커질 우려도 있습니다. 연준 고위 인사들의 입을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셋째, 증시의 출렁임이 강합니다. 하루하루 증시 움직임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가를 보라는 조언이 나옵니다. 자신의 투자 성향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 전에 자신의 투자 성향부터 점검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