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새벽에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19% 하락한 3만4308.08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1.69% 떨어진 4412.53을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2.18% 하락한 1만3411.96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재무부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7%포인트 오른 연 2.79%를 기록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기대 인플레 역대 최고’, ‘”리세션보다 워세션”’, ‘’매수’ 추천은 늘고 있다’를 꼽았습니다.
인플레 우려, 금리 상승,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도 불구하고 애널리스트들의 ‘매수(buy)’ 의견은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 조사 업체 팩트세트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투자 의견은 3월 말 현재 1만821건이 있었습니다. 이 중 57.3%가 ‘매수’ 의견이었고, 37.1%는 ‘중립(neutral)’ 의견이었습니다. 그리고 5.6%는 ‘매도(sell)’ 의견이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의 매수 추천이 많은 종목을 보면, 100%의 애널리스트가 매수를 추천한 종목은 시그니처은행, 알렉산드리아 리얼 에스테이트 에쿼티, 어슈어런트이었습니다. 방송에서 그 이유와 주가 전망에 대해 알아 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 기대 인플레 역대 최고
11일 발표된 뉴욕연방준비은행의 3월 소비자 기대 설문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1년 기대 인플레는 6.6%를 기록했습니다. 2월에 조사한 6.0%에서 확 뛰어 오른 것입니다. 2013년 6월 조사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미 연준은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실제 인플레 뿐만 아니라 기대 인플레도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인플레가 지속되는 데는 심리적인 요인을 나타내는 기대 인플레의 영향도 크기 때문입니다.
12일 나올 소비자물가도 고공 행진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월가는 3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8.4%, 전달 대비 1.2%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2월 소비자물가도 전년 대비 7.9%, 전달 대비 0.8%로 높은 수준이었는데 그 보다 더 물가 상승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의 긴축 정책은 최소한 기존에 예고한 수준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연준은 3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점도표를 통해 올해 연말까지 연 1.9%, 내년엔 연 2.8%까지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줬습니다. 5월부터는 최대 월 950억 달러의 양적긴축도 시작되고, 0.5%포인트의 ‘빅스텝 인상’도 가능해 보입니다.
이날 연준 내 비둘기파인 찰스 에반스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포인트 인상에 대해 “분명히 고려할 만 하다”면서 “아마도 매우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에반스 총재는 앞서 공개 연설에서는 0.5%포인트 인상에 대해선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지만 5월 회의를 특정하지는 않았는데 발언 강도가 강해진 것입니다. 또 에반스 총재는 물가의 상승이나 하락 압력이 없는 수준인 중립금리를 연 2.25~2.5% 수준으로 제시하면서 자신은 내년 3월까지 금리가 이 수준으로 갈 것으로 보지만 긴축 정책이 강화되면 올 연말까지 이 수준으로 갈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 수준으로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올라가려면 올해 두 차례의 ‘빅스텝 인상’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금리 인상을 견뎌 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 통화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비둘기파 마저 이런 입장이기 때문에 연준의 긴축 정책이 앞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이날 연준의 가상 행사에서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라는 무차별적인 ‘망치’에 일부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금리 인상으로 인한 ‘치명적인 손상’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걸 다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 연준의 긴축 정책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점점 커지면서 시장 금리는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이날 연 2.79%를 기록했습니다. 2019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시장 금리를 통해 미 연준의 기준 금리 확률을 따지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 워치 툴’에 따르면, 이날 5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확률은 83.2%로 올랐습니다. 이 확률은 일주일 전망 해도 75%쯤이었습니다.
금리 상승에 따라 테크주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꿈을 먹고 사는’ 주식이라고 불리는 테크주들은 금리가 오르면 미래 수익에 대한 가치 평가가 크게 낮아져서 주가에 타격을 받습니다. 최근 나스닥100 지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와 상반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한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분 9.2%를 매집한 트위터에 결국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트위터를 둘러싼 머스크의 계획이 뭔지 월가의 궁금증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날 트위터 주가는 다른 테크주들이 하락하는 가운데, 1.7% 상승했습니다.
유가는 하락하면서 전반적인 주가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면서 에너지주의 하락세를 부추겼습니다. 1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4% 하락한 배럴당 94.29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코로나가 확산되는 중국의 수요 감소 우려가 최근 원유 시장의 이슈입니다.
◇ “리세션보다 워세션”
월가에서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기 침체는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져서 주가에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데이비드 로슈 인디펜던트 스트래터지의 투자전략가는 11일 CNBC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가 워세션(war-cession)에 들어갈 가능성을 과소 평가하고 있다”며 통상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리세션(recession)’이 아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침체로 빠지는 ‘워세션’이라는 신조어를 제시했습니다.
로슈는 “보통의 경기 침체에서는 생산과 수요가 감소하고, 인플레이션도 하락한다”라며 “워세션의 경우는 비용과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동시에 생산은 감소한다”라고 했습니다. 그가 얘기하는 것은 경기침체와 인플레가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리세션 쇼크’가 오고 있다는 경고성 투자자 노트를 냈습니다. 마이클 하트네트 BOA 수석 투자 전략가는 지난 주 주간 투자 노트에서 “’인플레 쇼크’는 악화되고 있고, ‘금리 쇼크’는 막 시작되고 있으며, ‘리세션 쇼크’가 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기별로 진행하는 이코노미스트 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졌다고 대답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향후 12개월 안에 경기 침체가 올 확률이 평균 28%라고 했습니다. 이는 1년 전 조사의 13%에서 크게 높아진 것입니다. 1분기 조사에서는 이 확률이 18%였습니다.
바로 직전에 이 확률이 정점을 찍었던 것은 2019년 9월 34.8%에 달했을 때입니다. 당시는 2018년 말까지 이어졌던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의 여파가 남아 있었고, 미중간 무역 갈등으로 인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던 때입니다. 그런데 그 이후 2020년 상반기에 코로나 경제 위기가 왔습니다.
다만 이 확률이 높아진다고 반드시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WSJ의 분석입니다. 2007년 8월에는 향후 경기 침체 확률이 급등한 후에 글로벌 금융 위기가 뒤를 이었습니다. 하지만 2011년 8월에는 이 확률이 급등했지만 경제는 계속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도 낮추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올해 4분기 성장률 전망은 2.6%로 6개월 전 조사보다 1%포인트가 낮아졌습니다. 다만,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미국 성장률 평균인 2.2%보다는 높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고용시장 등을 보면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은 낮다는 말도 나옵니다. 3월 실업률은 3.6%로 지난 50년 내 가장 낮았던 3.5% 수준에 근접해 있습니다. 다만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도 ‘연착륙’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성장률이 다소 낮아질 가능성은 있습니다.
◇ ‘매수’ 추천은 늘고 있다
인플레 우려, 금리 상승,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도 불구하고 애널리스트들의 ‘매수(buy)’ 투자 의견은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 조사 업체 팩트세트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투자 의견은 3월 말 현재 1만821건이 있었습니다. 이 중 57.3%가 ‘매수’ 의견이었고, 37.1%는 ‘중립(neutral)’ 의견이었습니다. 그리고 5.6%는 ‘매도(sell)’ 의견이었습니다.
지난 5년간 평균과 비교해 보니 매수 의견 비중이 높았습니다. 5년 평균은 ‘매수’가 52.9%, ‘중립’이 41.1%, ‘매도’는 6.0%였습니다.
2월 조사에서도 애널리스트들의 매수 의견 비중은 57.4%였습니다. 매수 의견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증가 추세입니다. 팩트세트 조사에 따르면, 현재 매수 의견 비중은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매수 의견이 55%를 넘었던 적은 201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2011년 9월 55.8%를 기록한 이후 55%를 넘은 적이 없다가 작년 3월 쯤부터 55%를 넘어섰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에너지(66%), 정보기술(64%), 통신서비스(62%) 등에서 매수 추천 비중이 높았습니다. 필수 소비재(41%), 유틸리티(49%) 등에서는 매수 추천 비중이 낮았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의 매수 추천이 많은 종목을 보면, 100%의 애널리스트가 매수를 추천한 종목은 시그니처은행, 알렉산드리아 리얼 에스테이트 에쿼티, 어슈어런트이었습니다. 시그니처은행은 뉴욕에 있는 은행으로 블록체인 기술 등을 활용해서 주목받고 있는 곳입니다. 알렉산드리아 리얼 에스테이트 에쿼티는 주로 연구실이나 과학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건물과 시설을 임대하는 리츠 형태의 회사입니다. 어슈어런트는 보험 회사입니다. 다만 애널리스트 추천이 바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시그니처은행나 알렉산드리아 리얼 에스테이트 에쿼티는 올 들어 각각 16.5%, 10.95% 하락했습니다. 다만 어슈어런트는 올 들어 19.9% 상승했습니다.
이밖에도 알파벳(클래스C 주식, 우선주에 해당)은 98%, 아마존은 96%, 알파벳(클래스A 주식) 96%, 마이크로소프트 95%, IQVIA(아이큐비아) 홀딩스(헬스케어 기업) 95%, 시저스 엔터테인먼트 94%, 알래스카 항공 93% 등이 매수 추천 순위 ‘톱10′ 안에 들었습니다.
한편 그간 ‘저가매수’를 외쳐 온 JP모건의 전략가 마르코 콜라노빅은 이날 다소 톤을 바꿨습니다. 콜라노빅은 투자자 노트에서 “현재 시장은 3월 초의 매도세에서 대부분 회복됐기 때문에 더 이상 과매도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지정학적 리스크, 긴축 정책, 그리고 성장을 둘러싸고 리스크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달에 전술적으로 주식을 비중확대한 경우에는 차익 실현을 할 때”라고 했습니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성장이 유지될 것이라며 주식에 대해 비중확대를 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는 최근 투자자 노트에서 증시와 채권 시장 모두 경제 전망에 대해서 아직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윌슨은 주가가 반등할 때마다 주식을 팔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월가 증시에서 다시 인플레 우려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인플레는 기업 비용을 갉아 먹고, 소비 침체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인플레를 잡기 위한 연준의 긴축 정책으로 증시에 유동성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인플레 추이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월가에서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증시는 미래를 보고 움직입니다. 그래서 월가에서는 당장은 잘 보이지 않아도 경기 침체 신호가 어디서 나올 지 주목하고 있는 것입니다. 경기 침체 리스크도 점검해 봐야 하겠습니다. 셋째,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매수’ 추천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매수 추천이 곧바로 주가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