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새벽에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26% 하락한 3만4220.36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0.34% 떨어진 4397.45을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0.3% 하락한 1만3371.57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재무부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7%포인트 떨어진 연 2.72%를 기록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물가, 피크인 듯 아닌 듯’, ‘5월 빅스텝 확률 87%’, ‘금리와 주가, 어디로?’를 꼽았습니다.
미 노동부는 12일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8.5% 올랐다고 발표했습니다. 2월의 7.9%를 넘어선 것으로 1981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그런데도 이날 증시는 큰 흔들림은 없었습니다. 방송에서 앞으로 물가 전망과 함께 증시 영향을 알아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 물가, 피크인 듯 아닌 듯
미 노동부는 12일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8.5% 올랐다고 발표했습니다. 월가 전망인 8.4%보다 다소 높은 것입니다. 이는 2월의 7.9%를 넘어선 것으로 1981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전달 대비로는 1.2% 상승해 월가 전망과 같았습니다.
다만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휘발유 가격 상승의 영향이 컸습니다. 휘발유 가격 상승이 전체 월간 물가 증가 폭의 절반 쯤을 주도했습니다.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6.5%, 전달 대비 0.3% 상승했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월가 전망과 같고, 전달 대비로는 월가 전망인 0.5%보다 낮은 것입니다.
전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2월 CPI(소비자물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그 영향이 포함되는 3월 CPI는 엄청나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전에 김을 뺀 만큼 월가도 처음에는 크게 놀라지 않았습니다.
한 때 2018년 12월 이후 최고치인 연 2.82%까지 치솟았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근원 물가가 예상보다 덜 올랐다는 소식에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결국 10년 금리는 전날보다 0.07%포인트 떨어진 연 2.72%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월가 주가도 장 초반에는 3대 지수가 1% 이상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인플레 부담감에 하락 마감했습니다.
국제 유가는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6.7% 오른 배럴당 100.60달러에 거래를 마쳐 다시 배럴당 100달러대를 기록했습니다. 중국이 코로나로 인한 상하이 봉쇄 등을 완화했다는 소식으로 글로벌 원유 수요 둔화 우려가 줄었습니다.
월가의 관심사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피크를 찍을 지 여부입니다. 3월 물가에서 휘발유 가격 상승이 큰 비중이었다는 게 3월이 피크였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3월11일 갤런당 4.33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에 12일 갤런당 4.098달러로 조사됐습니다. WTI 가격도 3월 초 한 때 배럴당 130달러를 넘었지만 현재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또 작년 4월부터 미국 물가가 뛰기 시작했다는 걸 감안하면, ‘역기저효과’로 앞으로 물가 상승률 자체는 크게 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4월 4.2%를 기록하면서 뛰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5월부터 5%대를 기록했고, 10월 6% 대, 12월 7%대로 뛰었습니다.
그러나 임금이나 주거비 상승 등 장기적으로 인플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상승 추세를 지속하면 쉽게 물가 상승률이 주춤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합니다. 아파트먼트 리스트에 따르면, 3월 미국의 월세 가격은 전년 대비 17.1%, 전달 대비 0.8% 올랐습니다. 전달 대비 상승률 추세가 점점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코로나에서 벗어나는 리오프닝이 본격화되면서 아직 뛰지 않은 서비스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기에 공급망 병목 현상도 확 풀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연준의 물가 목표인 2% 수준으로 떨어지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것입니다. 연준조차 올해 물가 상승률을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기준으로 4.3%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월가에서도 마찬가지 전망입니다. 블룸버그의 3월 조사에서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4분기 인플레가 전년 대비 5.7%를 기록할 것으로 응답했습니다. 신(新)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마이애미에서 열린 익스체인지 ETF 컨퍼런스에서 “올해 인플레가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높은 수준에 있을 것”이라며 6% 쯤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 5월 빅스텝 확률 87%
연준 내 2인자로 불리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부의장 내정자)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행사에서 발언을 했습니다. 3월 소비자물가 발표가 나온 후라서 연준 고위 당직자가 물가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하는 지 월가가 주목했습니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근원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데 주목했습니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이 카테고리(근원 소비자물가)가 알맞게 나온 건 매우 환영할 만 하다”며 “앞으로 몇 달 동안 조정이 계속되는 지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나온 물가 상승률이 예상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현재 연준이 내놓은 긴축 경로를 바꿀 이유가 없다고 해석이 됩니다.
다만, 브레이너드 이사는 “인플레를 낮추는 게 연준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강조했습니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그간 통화 완화 정책을 펴서 고용 확대를 하자는 비둘기파 성향을 보였는데, 최근 들어서는 계속해서 인플레 대응을 강조하는 식으로 입장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 브레이너드 이사가 인플레 대응을 강조해서 주가에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매 회의마다 금리 인상의 적절한 속도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기 보다, 결국 종합적으로 연말에 보다 중립적인 정책 스탠스로 신속하게 움직이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연준의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중립 금리 수준을 연 2.4%로 보고 있습니다.
한편 양적긴축은 6월에 시작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연준은 통화 정책을 체계적으로 긴축하고 있으며, 이는 일련의 금리 인상과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것을 통해서 이뤄질 것”이라며, 대차대조표 축소, 즉 양적긴축 결정에 대해 “빠르면 5월이 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6월부터 대차대조표 축소가 시작될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6일 공개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FOMC 참석자들은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매달 최대 950억 달러 씩 줄이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국채 600억 달러, 모기지담보증권(MBS) 350억 달러입니다. 이는 앞서 양적긴축 시기인 2017~2019년 매달 최대 500억 달러를 줄였던 것보다 2배쯤 빠른 속도입니다. 연간으로 따지면, 1조1400억 달러 정도 됩니다.
브레이너드 이사의 발언을 보면 5월 3~4일 열리는 FOMC에서는 양적긴축 결정만 나오고 양적긴축 시작은 6월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5월에 통상적인 금리 인상 폭보다 큰 ‘빅스텝 인상’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월가 일각에서는 3월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월가 전망을 큰 폭으로 벗어나면 0.75%포인트의 더 큰 ‘빅스텝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3월 소비자물가가 전망에 부합하는 정도로 나오면서 0.5%포인트 ‘빅스텝 인상’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미 연준이 0.25%포인트 이상 금리를 올리는 것은 2000년 5월 이후 처음이 됩니다.
이미 공개된 3월 FOMC 회의록에서 많은 위원들이 이미 3월에 0.5%포인트 인상을 선호한다고 했지만, 결과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제 전망이 불확실해져서 0.25%포인트 인상으로 나왔습니다. 때문에 5월에는 큰 변수가 없는 이상 0.5%포인트 인상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시장금리를 토대로 미 연준의 기준금리 확률을 전망하는 ‘페드 워치 툴’에서 5월의 0.5%포인트 금리 인상 확률은 86.6%를 기록했습니다. 0.25%포인트 인상 확률은 13.4%였습니다. 12월에 현재보다 2%포인트 이상 올릴 확률은 95.1%를 기록했습니다.
◇ 금리와 주가, 어디로?
김동관 유안타증권 글로벌자산배분본부 연구원과 함께 향후 미국 주가의 위험 요인을 점검해 보고 미국 주가의 흐름을 전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빅스텝 우려 가속화의 영향입니다. 연준 위원들은 1994년 금리 인상 시기(2년간 3%포인트 금리 인상)와 비슷한 행보로 시장 안정화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현재 미 증시는 금리 인상을 선반영하는 데 따른 장단기 금리차가 안정화에 돌입하면서 향후 2년간 실적 장세가 가능해 보인다고 했습니다. 과거 1994~2000년을 보면 1998년 6월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나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646% 급등한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당시 장단기 금리 역전 후 33개월이나 지나서 경기 침체가 왔습니다.
양적긴축 우려도 강화되는 중입니다. 지난 2년간 미연준 총자산 9조 달러 규모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42% 이상 증가했습니다. 미 연준은 이를 1년에 1조달러 규모씩 축소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1%포인트 금리 인상 효과를 보일 것으로 분석됩니다. 양적긴축은 오히려 금리 인상 가속화를 막아주는 역할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해소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가능해 보입니다. 월가에서는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침체를 불러온다고 보는데,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되면 경기 침체 우려도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에선 경기침체와 인플레가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나옵니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기엔 은행권 펀더멘털이 튼튼합니다. 1분기 실적발표로 인한 미국 증시가 실적 장세도 가능하다고 김 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미국 소비자물가가 40여년만에 8%대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월가의 전망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인플레가 정점을 찍을 지, 아니면 고공행진을 할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앞으로 인플레 추이가 주가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미 연준의 ‘빅스텝 인상’ 전망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금리 상승세를 뚫고 나갈 수 있는 기업들을 찾아 봐야 하겠습니다. 셋째, 금리 인상기 때 증시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과거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어떤 얘기를 하는지 귀를 기울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