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01% 상승한 3만4564.59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1.12% 오른 4446.59를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2.03% 상승한 1만3643.59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노동부는 미국의 3월 생산자물가가 전년 대비 11.2%나 올랐다고 발표했습니다.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인플레보다 실적’, ‘캐나다가 먼저 빅스텝’, ‘다이먼 “폭풍 구름 온다”’를 꼽았습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13일 실적발표에서 “미국의 경제 성장은 적어도 2분기와 3분기까지 이어지겠지만, 그 이후에 모두가 알고 있는 두 가지 큰 도전 과제가 있다”며 인플레와 양적긴축을 언급했습니다. 다이먼 회장은 “인플레와 양적긴축은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폭풍 구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라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미 연준이 인플레와 싸우다가 미국 경제를 침체로 빠뜨릴 리스크가 있다는 것을 언급한 것입니다. 방송에서 발언의 의미를 분석합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 인플레보다 실적
전날 40여년만에 가장 강한 인플레 숫자가 발표돼 하락세로 마감했던 월가 증시가 이날은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인플레 ‘피크’ 전망과 ‘고공행진’ 우려가 월가에서 다투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 가운데 점차 실적 시즌이 진행되면서 월가는 기업 실적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인플레가 어떻게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지 주목하게 될 것입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델타항공은 비록 1분기 적자를 기록했지만, 월가 전망보다는 적자폭이 적었고 경제가 코로나에서 벗어나면서 실적이 확 나아질 것이란 전망을 보여주면서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이날 델타항공은 6.2% 올랐습니다. 델타항공은 실적 발표에서 3월에는 흑자로 돌아섰으며, 매출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92~97%까지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델타항공의 최고경영자(CEO) 에드 배스티안은 “지난달 델타 항공 역사상 가장 많은 매출과 예약이 들어왔다”며 “초여름까지 예약이 매우 활발하다”고 밝혔습니다.
델타항공의 발표를 투자자들은 항공요금 인상 등에도 불구하고 항공 수요가 견조하다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어도비디지털경제지수(ADEI)에 따르면 지난달 미 국내 항공탑승권 요금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월에 비해 20% 올랐습니다. 인플레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전가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주가는 상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항공주들이 동반 상승했습니다. 아메리칸 항공은 10.6% 폭등했고, 사우스웨스트항공 7.5% 상승했습니다. 익스피디아가 4.9%, 매리어트가 7.5% 오르는 등 여행, 호텔, 크루즈주들도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아마존은 이날 공급 업체들에게 5%의 연료와 인플레 추가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하는 등 독점력이 있는 기업들의 가격 상승 전가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날 나온 생산자물가는 이런 트렌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3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대비 11.2%, 전달대비 1.4% 상승했습니다. 2월의 10.0%, 0.8% 상승보다는 물론이고, 월가 전망인 전년 대비 10.6%, 전달 대비 1.1%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입니다. 2010년 지금 기준으로 생산자물가를 집계한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생산자물가는 기업들이 직면하는 물가입니다. 이런 생산자물가 상승세는 2~3개월 후 소비자물가에 전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3월 소비자물가가 8.5%를 기록하면서 ‘피크(정점)’에 달했다는 의견과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이라는 의견이 갈리고 있는데, 생산자물가만 보면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지속될 수도 있습니다.
한편 이날 금리는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연 2.7%로 전날보다 0.02% 하락했습니다. 10년 금리는 전날에도 0.07%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채권시장에서는 전날 나온 소비자물가 중 전달 대비 근원 소비자물가가 0.3% 상승으로 월가 전망인 0.5% 상승보다는 낮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근원 소비자물가는 코로나 이전엔 전달 대비로 0.1%에서 0.2% 수준에서 올랐습니다. 이것만 보면 소비자물가가 정점에 가까이 왔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 연준 이사가 “이 카테고리(근원 소비자물가)가 알맞게 나온 건 매우 환영할 만 하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금리 하락세는 테크주의 전반적인 상승세를 부추기는 면도 있습니다. 이날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0.4%, 애플 1.6%, 아마존 3.2%, 넷플릭스 1.8%, 알파벳(구글 모회사) 1.7%, 테슬라 3.6%, 마이크로소프트 1.97% 등 빅테크주들은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엔비디아가 3.3% 오르는 등 최근 수요 둔화 우려로 안 좋은 모습이었던 반도체주들도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 캐나다가 먼저 빅스텝
캐나다중앙은행이 이날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1%로 ‘빅스텝 인상’을 했습니다. 캐나다는 지난 3월 2018년 이후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후 두 번째 금리 인상인데, 이번에는 빅스텝을 선택한 것입니다. 캐나다가 앞서 0.5%포인트 인상했던 적은 2000년 5월이었습니다. 캐나다는 G7(주요7개국,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0.5%포인트의 ‘빅스텝 인상’을 했습니다.
캐나다가 빅스텝 인상을 한 이유는 인플레 때문입니다. 캐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2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대비 5.7% 올랐습니다.
티프 맥클렘 총재가 이끄는 캐나다중앙은행은 성명서에서 “높아진 인플레 기대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인플레를 물가 안정 목표로 되돌리고 기대 인플레를 잘 고정하기 위해 통화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했습니다. 캐나다중앙은행은 기준 금리를 ‘중립 범위’인 연 2~3% 수준으로 올릴 것을 예고했습니다.
이웃나라 캐나다가 빅스텝 인상에 나서면서 5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앞둔 미국도 빅스텝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도 어느 정도 빅스텝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미국은 3월 소비자물가가 8.5%로 1981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면서 인플레 대응 요구가 강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일단은 기존에 연준이 예고한 정도의 긴축 정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준은 연말까지 ‘빅스텝 인상’을 포함해서 기준금리를 연 1.9%, 내년 연 2.8%로 올릴 신호를 준 상황입니다. 여기에 매달 최대 950억 달러의 양적긴축도 병행할 예정입니다.
연준 고위 인사들의 인플레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매파적인 발언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날 크리스토퍼 월러 미 연준 이사는 CNBC 인터뷰에서 연준이 5월에 0.5%포인트 인상을 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월러 이사는 “나는 선제적인 접근을 선호한다. 5월에 50bp(bp=1%포인트) 올리고, 아마도 6월과 7월에 더 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월러 이사는 “인플레가 아마도 피크에 도달했을지라도, 인플레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일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미 월가에서는 시티그룹이 네 차례 연속 ‘빅스텝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도 최소 두 차례 연속으로 ‘빅스텝 인상’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뉴욕대 머니마켓티어 행사에서 “중립금리 수준으로 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게 최선”이라고 했습니다. 중립금리는 경제 성장 속도를 빠르게도 하지 않고 늦추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로, 연준 위원들은 연 2.4% 내외를 중립금리로 보고 있습니다. 바킨 총재는 “단기적으로 최선의 경로는 중립 범위로 빠르게 이동하고, 이후 팬데믹 시대의 인플레 압력이 완화되고 있는지, 인플레가 얼마나 끈질긴 지 테스트 하는 것”이라며 “필요한 경우 더 행동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연준 내에서 강한 매파 성향을 보이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파이낸셜 타임스(FT) 인터뷰에서 금리를 중립금리 수준으로 올리는 게 인플레를 꺾는데 충분하지 않다며 중립금리 수준 이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앞서 7일 미주리대 연설에서 “금리를 약 연 3.5%까지 올려야 한다”며 “현재 정책 금리는 300bp(bp는 0.01%포인트) 쯤 너무 낮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3월 FOMC에서 홀로 0.5%포인트 인상에 표결을 했던 불러드 총재는 연내 연 3% 이상으로 정책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날 ‘페드 워치 툴’에 따르면, 5월의 0.5%포인트 인상 확률은 86.6%를 기록했고, 6월까지 두 차례 0.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90.2%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다이먼 “폭풍 구름 온다”
미국 최대 은행이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이날 실적발표에서 “미국의 경제 성장은 적어도 2분기와 3분기에 이어지겠지만, 그 이후에 모두가 알고 있는 두 가지 큰 도전 과제가 있다”며 인플레와 양적긴축을 언급했습니다. 다이먼 회장은 “이들은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폭풍 구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라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미 연준이 인플레와 싸우다가 미국 경제를 침체로 빠뜨릴 리스크가 있다는 것을 언급한 것입니다.
다이먼 회장은 1년 전만 해도 미국 경제가 관리 가능한 인플레와 성장이 동반하는 경제적인 ‘골디락스 모먼트’에 있으며, 이는 2023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했는데 관점이 바뀐 것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월례 펀드매니저 조사에서도 펀드매니저들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에 대해 비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4월 조사는 292명의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했으며,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8330억 달러에 달합니다.
조사에 따르면, 경기 악화를 예상한 펀드매니저 비중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2000년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경제 위기 때보다도 경기를 비관하는 투자자 비중이 더 높습니다.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예고로 인해서 펀드매니저들이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펀드매니저들은 이번 조사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를 최대의 테일(꼬리) 리스크로 꼽았습니다. 26%의 펀드매니저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를 리스크로 꼽았습니다. 3월 설문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4위로 밀렸습니다. 테일 리스크 2위는 매파적인 중앙은행이었고, 3위는 인플레였습니다.
펀드매니저들은 올해 연준의 금리 인상 횟수 전망을 기존의 4차례에서 7차례로 늘렸습니다. 3월 FOMC 결과를 반영한 것입니다. 이번 긴축 사이클은 2023년 4월에 끝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투자처에 대해서는 채권, 유로존 주식, 재량소비재 등을 피하고, 대신 현금과 헬스케어, 에너지, 원자재 등을 제시했습니다.
펀드매니저들 다수는 S&P500이 4000선을 하회한 후에 5000선으로 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S&P500이 3637까지 밀리면 연준이 시장을 돕는 ‘연준 풋’ 정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날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에서 열린 한 대담에서 미 연준이 경제 충격 없이 긴축을 단행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하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손을 들어주는 것입니다. 경제가 연착륙하고 인플레를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옐런 장관은 “이는 과거에 이뤄진 적이 있다”며 “불가능한 조합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월가 투자자들이 인플레 시대에도 실적이 좋아질 기업들을 찾고 있습니다. 이번 주부터 실적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임금 상승 등을 헤치고 승자가 될 수 있는 기업들을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둘째, 미국의 이웃나라 캐나다가 선제적으로 ‘빅스텝 인상’을 했습니다. 미국의 ‘빅스텝 인상’ 기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과거와 다른 긴축 시대에 대비해야 하겠습니다. 셋째, 성장과 관리 가능한 인플레가 동반하는 ‘골디락스 경제’를 전망하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경기 침체 리스크를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미 연준과 정부는 ‘연착륙’을 자신하고 있지만, 어려운 과제입니다. 앞으로 미국 경제 추이도 잘 점검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