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월가 증시에서 대형주 중심의 다우지수는 한 주간 0.38% 하락해 14일 3만4451.23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한 주간 2.39% 떨어져 14일 4392.59를 기록했습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한 주간 3.93% 하락해 1만3351.92에 지난 주를 마감했습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14일 연 2.83%를 기록해 한 주간 0.1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이번 주 주목해 봐야 할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로 ‘인플레 시대 실적’, ‘블랙록 “연준 금리 예측 과하다”’, ‘경기 우려와 월가 주가’를 꼽았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하바드대 교수)이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습니다. 미 연준이 인플레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실업이 늘어나고 결국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서머스는 지난 14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2년 내 ‘경착륙’이 벌어질 확률이 절반을 확실하게 넘어섰고, 아마도 3분의2 이상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방송에서 분석의 근거와 앞으로 전망을 알아 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 인플레 시대 실적
지난 주 대형 금융회사들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지난 1분기(1~3월)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이번 주에도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집니다.
다우지수가 포괄하는 30개 미국 우량주 ‘블루칩’ 중에선 정보통신회사 IBM(19일), 생활용품회사 P&G(20일), 보험사 트래블러스(19일), 화학기업 다우(21일), 제약사 존슨앤드존슨(19일), 카드회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22일), 통신회사 버라이즌(22일) 등 7개 기업이 실적을 발표합니다. 대형 테크주들도 실적을 발표합니다. 19일 스트리밍 회사 넷플릭스, 20일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실적 발표가 있습니다.
시장 정보 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S&P500 기업 중 14%인 69개가 이번 주에 실적을 발표합니다.
아직 실적 발표 시즌 초기이기는 하지만, 실적은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이제까지 실적을 발표한 34개의 S&P500 기업 중 79.4%가 애널리스트의 전망보다 실적이 좋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은 지난 1년간 분기당 평균인 83.1%보다는 낮습니다. 장기 평균인 66%보다는 높습니다.
1분기는 애널리스트들이 실적이 다소 주춤할 것이라고 눈높이를 낮춰 놨기 때문에 ‘어닝 서프라이즈’가 여전히 많은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도 있습니다.
올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속화된 원자재 가격 상승, 그리고 인플레로 인해 자극 받고 있는 임금 상승 등이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이번 실적 시즌에는 이 같은 인플레의 영향을 잘 따져 봐야 합니다.
시장 정보 업체 팩트세트의 집계에 따르면, 1분기 S&P500 기업들의 순이익률은 12.1%를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순이익률은 기업 매출액 대비 당기순이익을 뜻합니다. 기업이 물건과 서비스를 판 것 중에서 각종 비용을 빼고 나면 순수한 이익은 얼마나 되는지 따져 보는 지표입니다. 이는 작년 말 애널리스트들이 추정한 12.3%보다 낮아진 것입니다.
S&P500 기업들의 순이익률은 작년 2분기 13.1%로 정점을 찍고 나서 3분기 연속으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됩니다.
인플레로 인한 비용 증가가 생겼지만, 비용을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 하면 이익은 줄어들 게 됩니다. 기업들이 부담하는 비용의 증가는 생산자물가 상승률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3월 전년 대비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11.2%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앞서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시즌에서 컨퍼런스 콜에서 ‘인플레’를 언급한 S&P500 기업들은 356개로 최근 10년 간 가장 많았습니다. 5년 평균인 144건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입니다.
다만, 비용 증가를 가격이나 납품업체 등에 전가할 수 있다면 실적은 좋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S&P500 기업들이 앞으로 마진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 보고 있습니다. 2분기 순이익률은 12.7%, 3분기는 13.1%, 그리고 4분기는 12.8% 등 1분기보다는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또 S&P500 기업들의 1분기 매출 증가율은 10.8%로 내다보는 등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소비를 유지하면서 매출은 계속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습니다. 5분기 연속으로 매출 증가율이 10%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는 것입니다. 분기별 매출 증가율의 5년 평균은 7.1%, 10년 평균은 4.0%인 것을 감안하면 아직 인플레가 매출에는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 블랙록 “연준 금리 예측 과하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현재 월가가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경로 예측이 너무 과하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월가는 내년 6월의 미 연준 기준금리가 연 3%가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카고 상품 거래소가 시장금리를 갖고 미 연준의 금리 확률을 따지는 ‘페드 워치 툴’에 따르면 내년 6월 연 3% 이상으로 기준금리가 올라갈 확률은 92%에 달합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얀 해치우스는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4% 이상으로 올리게 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블랙록은 현재 월가의 연준 금리 전망은 과하다며, 연준이 금리를 월가 예상과 같이 연 3% 이상으로 높이지는 않고 연 2% 수준까지 올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블랙록 투자 연구소의 부대표 알렉스 브라지어는 “연준은 인플레와 같이 살아가는 것을 선택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브라지어는 “시장은 연준이 금리를 정상화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통화 브레이크를 밟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시나리오에서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확신하기 어려운데, 이번 인플레의 본질은 공급이 주도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인플레는 수요 측면보다는 공급 경색으로 기인했기 때문에 연준은 금리를 많이 올린다고 해서 물가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는 것입니다. 대신 고물가를 용인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블랙록은 이런 예측의 바탕으로 만약 작년에 연준이 2% 물가 목표를 잡겠다고 했으면, 실업률이 거의 10%까지 치솟았을 것이란 분석을 제시했습니다. 이런 결과는 연준이 바라지 않기 때문에 금리를 월가가 전망하는 3% 이상으로 올리지 못할 것이란 예측입니다. 블랙록은 경제를 부양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경제를 침체로 빠지지 않게 하는 중립금리 수준으로 연 2~2.5%를 제시했습니다. 블랙록은 인플레가 연준의 물가 목표인 2%보다는 높은 3%에서 멈출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 연준은 명확하게 중립금리 수준을 밝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점도표를 보면 평균 연 2.4%쯤을 중립금리로 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많은 연준 고위 인사들이 인플레를 잡기 위해 중립금리 수준으로 빠르게 가야 한다고 하고 있고, 일부는 중립금리보다 더 높게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연준 내 영향력 ‘톱3′ 안에 드는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4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정책을 중립적인 수준으로 되돌려야 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가 중립이나 그 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실질 금리를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블랙록의 전망이 맞을 지 주목됩니다. 블랙록의 전망이 맞는다면 향후 주가에는 상당한 호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주에도 연준 고위 인사들의 공개 발언은 이어집니다. 특히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21일 국제통화기금(IMF)가 주최하는 좌담 행사에 나와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과 글로벌 경제에 대해서 얘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파월 의장이 5월 0.5%포인트 인상 전망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신호를 줄 지 관심사입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18일), 찰스 에반스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19일),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총재(20일) 등 지역연방은행 총재들의 공개 발언도 예정돼 있습니다. 오는 5월 3~4일 열리는 5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 지 미리 가늠하는 기회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 경기 우려와 월가 주가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하바드대 교수)이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습니다. 미 연준이 인플레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실업이 늘어나고 결국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서머스는 지난 14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2년간 ‘경착륙’ 확률이 확실하게 절반을 넘어섰고, 아마도 3분의2 이상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서머스는 최근 물가, 실업률과 경기 침체의 관계를 분석한 논문도 내놨습니다. 서머스는 “역사적인 사례를 볼 때, 인플레가 5% 이상이고 실업률이 4% 보다 낮았을 때 2년 후에 경제가 침체가 들어서지 않은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5%, 실업률은 3.6%입니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 현재 고용 시장이 좋은 만큼 오히려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4월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향후 12개월 안에 경기 침체가 올 확률이 평균 28%라고 했습니다. 이는 1년 전 조사의 13%에서 크게 높아진 것입니다. 1분기 조사에서는 이 확률이 18%였습니다.
월가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경기가 침체하면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전반적인 주가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시티그룹은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와 경기 침체 가능성을 따져 봤습니다.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신청은 3월 마지막 주에 16만7000명으로 1968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4월 첫 주도 18만5000명으로 코로나 팬데믹 직전의 20만명 선 내외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티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신규 실업수당 신청이 바닥을 치고 나서 평균 13개월 후에 경기 침체가 나타났습니다. 경기 침체가 주가에 영향을 주려면 아직 멀었다는 얘기입니다.
또 시티그룹은 금리 인상 사이클도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에 주가에 당장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봤습니다. 금리 인상기가 어느 정도 진행되어야 경기가 꺾이는 모양새가 나오고 그 때가 돼야 주가도 경기 침체에 조금은 선행해서 꺾이기 때문입니다.
시티그룹은 1960년 이후 11차례의 금리 인상기 때 S&P500 주가 동향을 분석해 봤습니다. 기준금리의 평균 인상 폭은 5.22%포인트였고, 그 기간 동안 S&P500은 평균 6.6% 상승했습니다. ‘오일 쇼크’로 경제가 경착륙했던, 1972~1974년에는 주가가 무려 21.3%나 빠졌습니다. 하지만 바로 직전 금리인상기인 2015~2018년 금리 인상기 때는 주가가 28.8%나 올랐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5번의 금리 인상기 때는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고 9~12개월 후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금리 인상이 끝났을 때가 경기 침체가 오는 신호로 보는 게 맞는 듯 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연착륙’ 사례로 들었던 1965년, 1984년, 1995년에는 금리 인상기임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가 오지 않았습니다.
시티그룹은 타이타닉호에 비유를 했습니다. 빙산이 앞에 있다고 본다고 해도, 방향을 바꾸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선장이 가끔은 빙산을 피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경기 침체가 나타난다고 해도 연착륙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주가는 그다지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금리를 올렸지만 연착륙 했던 시기의 S&P500 성적을 보면, 1983~1984년 12%, 1994~1995년 9% 등 상승했던 시기가 많았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본격적인 실적 발표 시즌입니다.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 임금 상승세로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타격을 받을 우려가 큽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살아나갈 꾀를 내겠지요. 비용 상승을 남에게 떠 넘기면 실적은 좋아집니다. 인플레 시대에 어떤 기업이 보석이 될지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둘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에서 현재 월가가 내놓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이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향후 시장 전망을 두고 이처럼 다양한 얘기가 나옵니다. 현재 시장은 한쪽 방향으로 쏠리지 않는 만큼 다양한 의견을 듣고 판단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셋째, 미 연준의 긴축 정책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증시는 미래를 보고 움직이는 만큼 아직 침체 증거가 없어도 침체 가능성을 우려하는 게 월가입니다. 경기가 꺾이면 기업 실적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침체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잘 점검해 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