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11% 하락한 3만4411.69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0.02% 떨어진 4391.69를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0.14% 하락한 1만3332.36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재무부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2%포인트 오른 연 2.85%를 기록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불러드, 0.75%p 인상도 옵션’, ‘실적 뒷받침할 소비자 파워’, ‘골드만 “경기 침체 확률 35%”’를 꼽았습니다.

연준 내에서 매파적인 성향을 주도하고 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가 18일 미국외교협회의 가상 행사에서 0.5% 포인트를 초과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게 ‘일상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이를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0.75% 포인트 금리 인상도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라고 보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방송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에 대해 자세히 알아 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불러드, 0.75%p 인상도 옵션

이날 월가 주가는 출렁이다가 다소 하락 마감했습니다.

우선 미 연준의 긴축 정책에 대한 우려로 시장 금리가 오르면서 주가에는 악재가 됐습니다.

최근 연준 내에서 매파적인 성향을 주도하고 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미국외교협회의 가상 행사에서 0.5% 포인트 이상 기준금리를 올리는 게 기본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이를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0.75% 포인트 금리 인상도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라고 보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불러드 총재는 올해 기준금리를 연 3.5%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 /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한 때 연 2.884%까지 오르면 2018년 하반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결국 전 거래일보다 0.02% 포인트 오른 연 2.85%에 마감했습니다.

한 때 조용했던 원자재 가격은 다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기업의 비용 상승을 가져와서 실적에 악영향을 줍니다. 또 인플레를 가속화시켜 소비에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인플레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최근 연준의 분위기와 맞물려서 긴축의 강도가 더 강해질 가능성도 커집니다.

유가는 3주일만의 최고치로 올랐습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1.2% 오른 배럴당 108.21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는 지난 3월 25일 이후 최고치입니다.

최근 중국의 코로나 확산으로 글로벌 원유 수요가 줄 것이라는 전망에 유가 상승세가 주춤하기도 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다 이날은 리비아의 국영 석유 시설에 시위대가 난입해 원유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 등이 겹치면서 상승세를 탔습니다.

전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작년 4분기의 4.0%보다는 높지만, 중국의 올해 목표인 5.5% 안팎에는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또 3월 산업생산은 전년 같은달보다 5.0% 늘었지만, 3월 소매판매는 전년 같은달 보다 3.5% 줄어 코로나 확산에 따른 중국의 성장 둔화 우려를 증폭시켰습니다. 다만, 최근 중국 상하이 등에서 진행되는 강도 높은 코로나 봉쇄는 반영이 되지 않은 수치들입니다.

세계은행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경제 전반의 타격으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4.1%에서 3.2%로 수정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원유 뿐만 아니라 다른 원자재 가격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이날 장중에 10% 뛰어서 100만 BTU당 8.05달러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2008년 9월 이후 약 13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미국이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공급 의존도 축소를 돕기 위해 가능한 모든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출하면서 상승 추세입니다. 여기에 강력한 수요에 맞추기에는 미국 시추사들의 공급 확대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석탄 부족도 천연가스 가격 랠리를 부추기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 추이. /자료=블룸버그

옥수수 가격은 이날 시카고 상품 거래소에서 2.6% 오른 부셸당 8.04달러를 기록해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부셸당 8달러 선을 넘어섰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의 옥수수 생산이 전년 대비 40% 가까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밀 가격은 3.5% 오른 부셸당 11.43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세계 밀 수출 1위인 러시아와 5위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면서 밀 가격도 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날 모건스탠리의 최고투자전략가인 마이크 윌슨은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수많은 비용 압력을 감안할 때 올해 이익 전망들이 너무 낙관적이다”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와 식품 비용의 급등은 이미 높은 인플레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추가적인 세금과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윌슨은 “인플레가 실적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점에 도달했다고 본다”며 “앞으로는 실적 성장에 역풍이 불 것이고, 특히 인플레 압력은 미 연준을 극단적인 매파적 성향을 유지하도록 밀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모건스탠리는 S&P500이 올해 40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 실적 뒷받침할 소비자 파워

이번 실적 발표 시즌에 비용 상승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용을 어디든 전가할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최근 주목 받는 곳은 항공사들입니다. 델타항공이 예상 외로 좋은 전망을 얘기하면서 항공사들이 ‘보복 수요’의 힘을 받아 가격을 쉽게 전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델타항공은 지난 13일 실적 발표에서 최고경영자(CEO) 에드 배스티안이 “지난달(3월) 델타 항공 역사상 가장 많은 매출과 예약이 들어왔다”며 “초여름까지 예약이 매우 활발하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애틀랜타공항에 서 있는 델타항공의 여객기. /AP 연합뉴스

항공사들이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보복 수요 폭증으로 해서 가격을 쉽게 전가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올 들어 항공기에 들어가는 제트유 가격은 158% 폭등했습니다. 이에 항공권 가격 비교 사이트 카약에 따르면 미국 국내선 항공권 가격은 올 들어 38% 올랐고, 국제선 항공권 항공권 가격은 28% 상승했습니다. 3월 소비자물가 조사에서는 한 달 사이 항공요금이 10.7%, 전년 대비 23.6% 오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런데도 예약이 좋은 것입니다.

항공주 외에 비용 상승을 가격 등으로 전가하고 있는 곳으로 눈에 띄는 곳은 에너지와 유틸리티 업종입니다.

시장 정보 업체 팩트세트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순이익률은 1분기에 12.3%로 전망됩니다. 작년 말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했던 12.3%보다도 낮고, 1년 전의 12.8%보다도 낮은 것입니다.

하지만 에너지 업종은 1년 전의 4.6%에서 올해 1분기 11.1%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틸리티도 13.0%에서 15.1%로 오르고, 소재는 11.7%에서 12.7%로, 산업재는 6.7%에서 7.9%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네 업종을 제외하고는 모두 올해 1분기 순이익률 추정치가 하락했습니다.

작년 1분기와 올해 1분기 S&P500 업종별 순이익률 비교. /자료=팩트세트

이런 상황을 묘사하면서 BMO 자산관리의 최고투자전략가인 마영유는 “지금은 가격 결정력이 게임의 이름이다”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인플레로 인해서 소비가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기업들이 가격을 올려 비용을 전가하는 게 가능한 것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소비자들은 인플레로 인한 경제 침체를 우려하기는 해도 일단 카드를 긁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은행들의 1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이런 추세가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티 그룹이 집계한 자사 카드 사용액은 전년 대비 23% 증가. JP모건체이스의 카드 사용액은 29%, 웰스파고의 카드 사용액은 33% 증가했습니다. 일부 은행이 카드 사용액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JP모건체이스의 경우 1분기 카드 사용액이 2364억 달러로 2019년 1분기보다 37%보다 많고, 2020년 최저치를 기록했을 때보다 59% 많았습니다.

카드 사용액이 많은 부문은 여행, 엔터테인먼트, 외식이었는데, JP모건체이스의 경우 1분기에 여행과 외식 부문의 카드 사용액이 64%나 늘었습니다.

문제는 카드론도 늘었다는 것입니다. JP모건체이스의 카드론은 전년 대비 15%, 시티그룹은 7%, 웰스파고는 14% 증가했습니다. 코로나 때 늘었던 저축을 다 쓰고 대출을 늘리고 있다는 뜻은 아닌 지 우려되는 측면입니다. 금리 상승 국면에서 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향후 소비 전망을 어렵게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과연 인플레에 대응해서 가격을 올리는 미국 기업들의 비용 전가가 언제까지 가능할 지 주목해 봐야 하겠습니다.

◇ 골드만 “경기 침체 확률 35%”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얀 해치우스는 지난 17일 분석 보고서를 통해 미국 경제가 향후 2년 내에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을 35%로 제시했습니다. 향후 1년 내 경기 침체 확률은 약 15%로 제시했습니다.

얀 해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골드만삭스

해치우스는 미 연준이 자신하고 있는 ‘연착륙’에 성공하기 위한 도전 과제도 제시했습니다. 구인과 일자리의 격차를 줄이는 게 최우선이라고 했습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지난 2월 현재 1130만 개의 구인 공고를 냈지만, 실제로 일자리를 구한 노동자는 670만명이었습니다. 이런 구인-구직 미스매치는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기업 구인(실선)과 취업자(점선)의 격차 추이. /자료=미 노동부

해치우스는 연준이 금융 조건을 긴축적으로 만들어서 기업들의 구인 자리를 줄이는 한편 실업은 급격하게 늘리지 않는 데 성공해서 임금 증가율을 물가 목표인 2%에 맞는 속도로 늦추는 것을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다만 미국 역사에서 볼 때 구인과 일자리 사이의 큰 폭의 격차가 줄어드는 것은 경기 침체기에만 일어났던 만큼, ‘연착륙’을 달성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해치우스는 “액면 그대로 볼 때, 역사적 패턴은 연준이 연착륙을 향한 험난한 경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을 시사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코로나 이후 노동 공급이 정상화되고 있고, 내구재 가격도 정상화되면서 연준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경기 침체가 불가피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은 14번의 긴축 사이클이 있었는데, 11번은 2년 내에 경기 침체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중 8번만이 연준의 긴축이 부분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연착륙이나 다소 부드러운 착륙이 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블룸버그가 4월 첫째 주에 실시한 이코노미스트 대상 설문 조사에서는 27.5%가 미국의 경기 침체를 전망했습니다. 이는 한 달 전의 20%보다 높아진 것입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하바드대 교수)은 앞으로 2년간 미국 경제의 침체 확률이 3분의2 이상일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서머스는 과거 역사적인 사례를 들어 인플레가 5% 이상이고 실업률이 4% 보다 낮았을 때 2년 후에 경제가 침체가 들어서지 않은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 크리스티안 뮤엘러-글리스만은 경기 침체 우려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우선 월가에서 대표적인 경기 침체 징후로 보는 2년 만기 국채 금리와 10년 만기 국채 금리의 역전 현상에 대해선 1980년 대 후반 이후 장단기 금리 역전과 경기 침체 사이에는 평균 20개월의 격차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또 VIX 등 변동성지수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연준의 긴축 우려로 1분기에 급등했지만 현재는 상당히 하락했다고 했습니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주식은 ‘비중 확대’ 투자 의견을 유지했습니다. 뮤엘러-글리스만은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매파적 정책의 조합이 경기 침체가 없더라도 조정의 리스크를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주식이 인플레이션을 이길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릴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시티그룹은 이날 “올해 침체 리스크는 제한적이지만, 내년 중반 이후로는 크게 상승할 것”이라며 “주가가 이미 이런 내용을 반영하기 시작했지만, 내년 상반기에 가장 강하게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 기업 실적은 10% 가까이 타격을 받고, S&P500도 20% 가까이 떨어져서 3650까지 밀릴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미 연준의 ‘빅스텝’ 금리 인상폭으로 0.5%포인트가 아니라 0.75%포인트도 고려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만큼 인플레 잡기가 연준의 가장 다급한 과제가 된 것입니다.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 연준이 물가를 잡을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둘째, 인플레 와중에 기업들은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떠넘겨서 실적을 유지하라고 합니다.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을 감당할 여력이 있다면 가능한 얘기입니다. 기업 실적을 전망하기 위해선 미국 소비자들의 움직임도 따져 봐야 하겠습니다. 셋째, 월가에서 경기 침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임 없이 나옵니다. 연준의 긴축이 경기 침체를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내놓는 시나리오를 따져 보고 투자에 임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