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새벽에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99% 하락한 3만2245.70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3.2% 떨어진 3991.24를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4.29% 하락한 1만1623.25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재무부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7%포인트 떨어진 연 3.05%를 기록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BOA “10월까지 약세장”’, ‘인플레 피크 가능성’, ‘’자이언트 스텝’ 살아 있나?’를 꼽았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나타날 ‘베어 마켓’은 10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BOA의 수석 투자 전략가 마이클 하트네트는 올해 베어 마켓이 10월19일 끝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올해 베어 마켓에서 S&P500은 3000, 나스닥은 1만 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S&P500이 앞으로 25%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BOA “10월까지 약세장”

S&P500이 2021년 3월 이후 처음으로 4000선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S&P500은 연초 이후 16% 넘게 떨어져서, 고점 대비 20% 넘게 떨어지는 ‘베어 마켓(약세장)’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올해 나타날 ‘베어 마켓’은 10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BOA의 수석 투자 전략가 마이클 하트네트는 올해 베어 마켓이 10월19일 끝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올해 베어 마켓에서 S&P500은 3000, 나스닥은 1만 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S&P500은 여전히 25%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과거 140년간 있었던 19차례의 베어 마켓을 분석해서 그와 같은 결과가 올해도 나타날 것이란 전제 아래에서 분석한 것입니다. 과거 베어 마켓에서 S&P500은 평균 37.3% 하락했고, 지속 기간은 289일이었습니다.

과거 주요 베어 마켓(약세장). /자료=뱅크오브아메리카

그러나 베어 마켓이 아니더라도 연 중에 한 때 14%가 넘는 주가 하락이 나타나는 것은 드문 현상이 아닙니다. JP모건자산운용의 분석에 따르면, 1980년 이후 연중 나타났던 주가 하락폭의 평균은 14%였습니다.

현재 월가의 걱정거리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높은 인플레입니다. 인플레는 피크를 찍을 가능성이 보이고 있지만, 고공 행진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미국의 긴축정책이 불러올 침체 우려입니다. 미 연준은 연착륙을 자신하고 있지만, 긴축은 수요를 줄이기 때문에 경착륙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는 기업 실적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셋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입니다. 이는 원자재, 곡물 가격의 전방위적인 상승 가능성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넷째는 중국의 코로나 봉쇄입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을 주고, 글로벌 경기 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네 가지 걱정거리가 얽히고설키면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주가의 불안감을 가속화시키는 상황입니다.

10일 뉴욕증권거래소 전광판에 표시된 다우지수 종가. /로이터 연합뉴스

이날은 일부 지표가 다소 좋게 나왔지만, 시장 심리를 회복시키지 못했습니다. 예컨대 이날 금리와 유가는 하락세를 보였지만 주가 상승에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이날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7%포인트 떨어진 연 3.05%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최근 시장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연 3% 선보다는 높은 수준이라는 게 부담이 됐습니다. 높은 금리는 테크주에 특히 악재가 됩니다. 메타(-3.7%), 애플(-3.3%), 아마존(-5.2%), 넷플릭스(-4.4%), 알파벳(-2.8%), 테슬라(-9.1%), 마이크로소프트(-3.7%) 등 빅테크들이 일제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은 20.1%나 폭락했습니다. 리비안은 포드 등이 손절매에 나선다는 소식도 나왔습니다. 소프트웨어 회사 팔란티어도 월가 전망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21.3%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국제 유가는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이 6.1% 급락한 배럴당 103.09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유가가 떨어진 것은 중국의 경제 지표 악화로 글로벌 원유 수요가 줄 것이라는 전망 때문입니다. 중국의 4월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3.9% 증가했는데, 이는 전달의 증가율 14.7%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2020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유가 하락은 에너지주에 타격을 줍니다. 이날 정유업체 쉐브론은 6.7%나 급락했습니다.

실적 발표 시즌이 진행되는 가운데, 좋은 실적도 월가 분위기를 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 정보 업체 팩트세트에 따르면, S&P500 기업 중 87% 정도가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이 중 실적이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을 뛰어 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인 비율은 79%로 5년 평균 비율인 77%보다 높았습니다. 하지만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와도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나옵니다. 예컨대 넷플릭스는 실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가입자 감소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35%나 폭락했습니다. 이런 사례들 때문에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들의 실적 발표 전후에 주가는 이번 실적 발표 시즌에 0.1%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통상적으로는 0.8% 상승했었습니다.

◇ 인플레 피크 가능성

이날 발표된 뉴욕연방준비은행의 소비자 기대 조사에 따르면, 4월 미국 소비자들의 1년 기대 인플레는 6.3%로 3월의 6.6%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왔습니다. 휘발유 가격 상승이 주춤하면서 소비자들의 인플레 전망이 떨어진 것입니다. 소비자들의 1년 뒤 휘발유 가격 상승률 전망은 4.4%포인트나 급락한 5.2%를 기록했습니다. 식품 가격 상승률 전망은 0.2%포인트 떨어진 9.4%를 기록해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 추이. /자료=뉴욕연준

그러나 주춤한 1년 기대 인플레와 달리 3년 기대 인플레는 3.9%로 전달 조사의 3.7%보다 0.2%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장기적인 기대 인플레는 여전히 상승 추세를 보이는 것입니다.

4월 소비자물가가 11일 발표될 예정입니다.

월가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상은 전년 대비 8.1%로, 3월의 8.5%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3월에는 1981년 12월 이후로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습니다. 전달 대비로 상승률 예상은 0.2%로 3월의 1.2%보다는 속도를 줄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뺀 근원 소비자물가는 4월에 전년 대비 6.0%로 3월의 6.5%보다는 상승폭이 주춤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작년 인플레 흐름을 보면, 3월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였다가 4월에 4.2%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5월에 5.0%로 5% 대를 기록하기 시작했으며, 10월에 6.2%로 6%대에 올라섰습니다. 즉, 4월부터 급격하게 전년 대비 상승률이 오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역기저효과를 생각하면, 올해는 4월부터 전년 대비 물가 상승률이 주춤해야 합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자료=미 연준

국제 유가가 2~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영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로 급격하게 올랐다가 4월 들어서는 미국 등의 비축유 방출, 중국의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원유 수요 감소 전망 등으로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소비자물가가 4월에 상승 속도를 조금 줄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식품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국제 곡물 가격은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뺀 근원 물가에서도 약 30%를 차지하는 월세 등 주거 비용이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직 미국에서 주택 가격이 확 꺾이는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고용시장이 여전히 좋은 모습입니다. 그래서 임금 상승 우려도 큰 상황입니다.

4월 미국 고용은 42만8000명 증가했습니다. 월가 전망 38만명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12개월 연속 월 40만명 이상 일자리 증가가 있는 것입니다. 실업률은 3.6%로 2020년 2월 50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던 3.5%에 근접하는 모습입니다.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5.5%로 3월의 5.6%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미 연준이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아직은 금리 인상 초기입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미 연준이 인플레를 식힐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했습니다.

이날 골드만삭스의 전략가 데이비드 코스틴은 투자자 노트를 통해 “증시의 출렁임은 인플레 경로가 분명해질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향후 증시 경로는 연준의 인플레 전투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습니다.

◇ ‘자이언트 스텝’ 살아 있나?

지난 주 있었던 5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나온 긴축 정책은 3월 FOMC에서 발표됐던 내용보다 더 강해진 수준입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75 bp (bp=0.01%포인트)인상은 FOMC가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안이 아니다”라고 해서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은 불식시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향후 두 번의 회의에서 50bp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인식이 위원회에 퍼져 있다”고 해서 6월과 7월 연속적인 빅스텝 인상 가능성에 대한 신호를 줬습니다. 6월과 7월 빅스텝 인상을 하면 기준금리는 연 1.75~2%에 도달하게 됩니다. 3월에 연말까지 연 1.9% 올리겠다는 신호를 준 것보다 더 강한 긴축 신호를 준 것입니다. 여기에 6월부터는 양적긴축도 더해집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가 시장 금리를 갖고 미 연준의 금리 인상 확률을 따지는 ‘페드 워치 툴’에 따르면, 6월에 미 연준이 0.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90.8%입니다. 0.7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9.2%입니다.

파월이 일축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월가 일각에서는 ‘자이언트 스텝’에 베팅을 하고 있습니다. 자이언트 스텝은 한 번에 기준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것을 가리킵니다.

앞서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주 마켓 뉴스 인터내셔널과 인터뷰에서 75bp 인상을 포함해 그 어떤 선택지도 테이블 위에서 치우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는 9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자신은 향후 몇 달 동안 75bp 인상 가능성이 낮다고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도 테이블 위에서 치우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파월 의장이 가능성이 낮다고는 했지만, 연준 내에서 ‘자이언트 스텝’ 논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한편 보스틱 애틀랜타연은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50bp보다 큰 폭으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보스틱 총재는 50bp 인상에 대해 “이미 상당히 공격적인 조치”라며 “이 보다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속도와 흐름을 유지하면서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확인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보스틱 총재는 중립 금리를 연 2~2.5% 사이에 있다고 하면서, 일단 중립 수준에 도달하면 멈춰서서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보스틱 총재는 “우리는 여러 번, 아마도 두 번, 혹은 세 번 (금리를 50bp) 움직일 것이며, 이후 잠시 멈춰서 경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목표치인 2%에 가까워지는지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이언트 스텝’ 카드는 살아 있지만, 연준이 쉽게 쓰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자이언트 스텝까지 하면 연준이 긴축을 늦게 했다는 실수를 인정한다고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연준이 금리 인상에 실기를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연준 내 매파 인사들마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와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 6일 후버연구소 주최 통화정책 컨퍼런스에 참석해 연준이 시장과 최대한 많은 소통에 나섰으며 인플레 대응에 크게 뒤처진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월러 이사는 작년 9월 물가 상승 문제가 분명해지면서 긴축 시그널을 주기 시작했고 이는 시장 금리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낳았다고 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도 자신 등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것을 주장하면서 시장이 그런 발언들을 가격에 반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페드 워치 툴에 따르면 시장 금리는 연말에 연준이 연 2.5% 이상으로 금리를 올릴 확률을 88%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미 연준의 올해 12월 기준금리 확률(9일 현재). /자료=시카고상품거래소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월가에서 약세장을 예측하는 전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높은 인플레, 긴축정책, 전쟁, 코로나 등 월가에 걱정거리가 적지 않습니다. 월가를 둘러싼 걱정거리들이 언제나 해소될 수 있을지 점검해 봐야 하겠습니다. 둘째, 40여년만의 최고 수준을 보였던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점에서 바로 내려 올지, 상당기간 높은 수준에서 횡보할 지 전망이 엇갈립니다. 앞으로 인플레가 어떤 움직임을 보이냐가 시장 심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물가 움직임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미 연준의 긴축 정책을 둘러싼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20년 만에 처음보는 ‘빅스텝 인상’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불안한 것입니다. 미 연준이 경기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으면서도 물가를 잡는 묘수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해 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