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33% 하락한 3만1730.30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0.13% 떨어진 3930.08을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0.06% 상승한 1만1370.96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재무부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7%포인트 떨어진 연 2.84%를 기록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시티 “거품 꺼지는 중”’, ‘불러드의 후퇴?’, ‘디즈니 실적 음미’를 꼽았습니다.

시티그룹은 12일 투자자 노트에서 “통화 긴축 정책과 테크 주식의 붕괴로 인해서 미국 주식이 거품 영역에서 벗어나고 있어 수익률이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시티그룹의 전략가 더크 윌러는 “미국이 거품 영역에서 벗어나면서 미국 주식의 리스크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지금부터는 ‘보통 이하’의 수익률이 예상되며 성장주보다는 값싼 가치주를 추천한다”고 했습니다. 방송에서 앞으로 미국 증시 전망을 자세히 알아 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시티 “거품 꺼지는 중”

이날 월가 증시는 하락 추세를 보이다 장 막판에 급반등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나스닥은 마감 때 소폭이나마 전날보다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S&P500은 베어마켓(약세장)까지 근접했다가 회복됐는데, 상승으로 마감하지는 못 했습니다. S&P500은 3837.25 선 아래로 떨어지면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는 베어마켓에 진입하게 됩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앞에 행인들이 걸어가는 모습. /AFP 연합뉴스

금리 하락세도 테크주 반등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2.84%로 마감해서 전날보다 0.07% 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지난 5일 빅스텝 인상을 결정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에 연 3% 대로 올랐지만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날은 그 동안 크게 하락했던 밈 주식들이 급등하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대표적인 밈 주식인 게임스톱은 10.1%, AMC엔터테인먼트는 8% 상승했고, 전기차 업체 루시드는 13.2%, 리비안은 17.96% 급등했습니다. TD아메리트레이드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주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테크주들을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날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8.3%로 3월의 8.5%보다는 낮았지만, 인플레가 급격하게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할 수 있다는 기대보다는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강화시키면서 월가의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높은 인플레를 잡기 위해 연준이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펴면 경제가 침체로 향해갈 것이라는 두려움에 주식 매도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응해서 저가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출렁임은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날 나온 4월 생산자물가는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생산자물가는 2~3개월 후에 소비자물가에 반영이 되므로 향후 소비자물가도 둔화될 수 있다는 신호입니다. 미 노동부는 4월 생산자 물가가 전년 대비 11%, 전달 대비 0.5%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3월의 전년 대비 11.5%, 1.6%보다 낮아진 것입니다.

미국의 전년 대비 생산자물가 상승률 추이. /자료=미 노동부

월가에서는 비관론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중입니다.

시티그룹은 이날 투자자 노트에서 “통화 긴축 정책과 테크 주식의 붕괴로 인해서 미국 주식이 거품 영역에서 벗어나고 있어 수익률이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시티그룹의 전략가 더크 윌러는 “미국이 거품 영역에서 벗어나면서 미국 주식의 리스크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지금부터는 ‘보통 이하’의 수익률이 예상되며 성장주보다는 값싼 가치주를 추천한다”고 했습니다.

시티는 미국 주식이 2020년 10월 거품 영역에 진입했다고 분석했으며, 거품의 대부분은 이익이 나지 않는 미국 테크 기업들에 거품이 집중됐다고 했습니다. 거품이 빠지면서 나스닥100지수의 경우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작년 11월 29배에서 최근 20배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이는 2020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라 테크주에 하락 압력이 있다고 보고, 가치주를 추천했습니다. 다만 시티는 미국 부동산은 아직 버블 영역은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월가의 베테랑 투자자로 꼽히는 마크 모비우스도 이날 CNBC 인터뷰에서 S&P500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85살의 모비우스는 세계적인 자산 운용사였던 템플턴에서 펀드 매니저로 이름을 날리다가 모비우스 캐피털 파트너스를 공동 창업했습니다. 모비우스는 “암호화폐가 비관론의 선행 지표가 되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포기하고 있어, 아마도 S&P500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라고 했습니다. 모비우스는 “아직 바닥은 아니며, 바닥의 시작에 있다”며 “바닥은 모든 투자자들이 희망을 포기할 때 온다”고 했습니다.

월가의 베테랑 투자자 마크 모비우스. /조선일보DB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2만6000달러 아래에서 거래되면서 1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달러와 1대1로 가치를 유지하겠다는 스테이블 코인들이 흔들리면서 코인 시장에 한파가 오고 있습니다. CNBC는 하루만에 코인 시장에서 가격 하락으로 2000억 달러(약 260조원)가 공중에 사라졌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 불러드의 후퇴?

연준 내에서 가장 강경하게 긴축을 추진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던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소위 ‘자이언트 스텝’ 인상이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자이언트 스텝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불러드 총재는 올해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의결권도 갖고 있는데다, 그간 강하게 주장했던 내용이 대부분 실제 연준의 긴축 정책에 반영되고 있어 한 마디 한 마디가 주목받는 상황입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 /로이터 연합뉴스

불러드 총재는 지난 11일 야후 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75bp(bp=0.01%포인트) 인상에 대한 견해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나의 기본 가정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앞서 지난달 19일 외교협회 행사에서 “올해 기준금리를 연 3.5% 내외까지 올리려면 신속히 움직여야 하고 0.75%포인트 인상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해서 자이언트 스텝 인상 논의에 불을 지핀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날은 태도를 바꾼 것입니다. 다만,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연 3.5%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은 유지했습니다.

대신 불러드 총재는 6월과 7월 연달아 0.5%포인트, 즉 빅스텝 인상을 하는 것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는 “지금으로서는 좋은 벤치마크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좋은 계획이다”며 “나는 연말까지 중립금리를 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올해 앞으로 남은 FOMC는 5차례입니다. 매번 0.5%포인트 올리더라도 지금보다 2.5%포인트 더 올리는 것입니다. 현재 기준금리가 연 0.75~1%이므로 남은 회의에서 매번 빅스텝 인상을 해야 기준금리 상단이 불러드 총재가 얘기한 연 3.5%에 겨우 도달하게 됩니다.

자이언트 스텝에 대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가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안은 아니라고 했지만,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일부 지역연방은행 총재들이 배제하지 않는다고 해서 여전히 불씨는 살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자이언트 스텝을 고려하는 연준 고위 인사가 다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날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75bp 인상에 대해서 “일차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날 미 상원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임에 대해 찬성 80 대 반대 19로 승인했습니다. 파월 의장이 이끄는 연준의 긴축 정책에 대해 초당적으로 지지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앞으로 4년간 더 의장직을 수행하게 됩니다. 한편 파월은 이날 마켓플레이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75bp 인상은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다음 두 번의 회의에서 50bp 올릴 것이라고 기존에 했던 얘기를 반복했습니다. 4월 소비자물가가 8.3%를 기록한 게 기존 연준 입장을 바꿀 변수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미 상원에서 연임 인준을 받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파월 의장에 앞서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도 상원의 인준을 통과했고, 신임 연준 이사인 필립 제퍼슨과 리사 쿡도 상원의 인준을 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파월 2기’ 연준의 진용이 거의 갖춰졌습니다.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으로 지명된 바이클 바 전 재무부 차관보가 추가로 상원 인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새로운 이사들의 성향에 따라 긴축 정책의 강도가 바뀔지 주목됩니다. 일단 블룸버그의 분석에 따르면 리사 쿡은 비둘기파적 성향, 필립 제퍼슨은 중립적인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현재 지역연방준비은행 총재 중에서 매파 성향이 강한 불러드와 메스터가 의결권을 갖고 있는데, 비둘기파 성향의 이사들이 추가되면서 긴축 정책이 더 강해지기 보다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연준 고위 인사들의 성향. /자료=블룸버그

◇ 디즈니 실적 음미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 월트디즈니가 지난 11일 장 마감 후 2022회계연도 2분기(1~3월)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리오프닝 수요로 테마파크 실적이 급증했고 디즈니의 OTT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는 경쟁사인 넷플릭스와 달리 지난 분기 790만명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OTT부문의 적자도 큰 폭으로 확대됐습니다. 이날 디즈니 주가는 0.9% 하락했습니다.

한 스마트폰에 표시된 디즈니 플러스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디즈니는 디즈니월드라는 테마파크와 호텔뿐 아니라 ABC, ESPN 등 거대 방송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도 마블스튜디오를 비롯한 다양한 스튜디오를 통해 영화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거대 미디어그룹입니다. 또한 미키마우스, 스파이더맨 등 다양한 캐릭터 상품 판매를 통해 확고한 매출과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디즈니는 이러한 강력한 브랜드와 컨텐츠를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OTT시장에 본격 진출했습니다. 투자자들은 디즈니의 OTT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의 성공 여부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분기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 수 증가는 긍정적이지만 적자가 다시 확대되었다는 점은 부정적입니다.

디즈니의 OTT전략은 디즈니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강력한 브랜드와 컨텐츠를 통해 생태계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경쟁사들과 차별화됩니다. 디즈니는 그 동안 영화로 상영된 컨텐츠를 통해 테마파크를 꾸미고, 캐릭터상품을 판매하고, 컨텐츠를 다시 다른 방송채널들에 유통하는 독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거대한 매출과 이익을 얻어 왔습니다. 이러한 생태계를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스트리밍산업으로 확장하고자 디즈니플러스라는 서비스를 출시했고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디즈니는 올해 330억 달러(약 42조5000억원)을 컨텐츠에 투자하고 OTT와 오프라인 사업의 연계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디즈니 월드 테마파크. /AFP 연합뉴스

투자자들은 디즈니플러스의 실적에 대해 우려하지만 디즈니의 경영진은 이번 실적 발표 이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OTT사업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표현했습니다. 디즈니는 2024년까지 현재 1억3700만명인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수를 2억3000만~2억6000만 명으로 확대하고 이익 또한 2024년을 기점으로 흑자로 전환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애플, 나이키,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등 글로벌 최고 수준의 브랜드기업들은 자사 몰 또는 앱, 구독서비스를 통해 DTC(Direct to Consumer, 소비자 직접 거래) 사업을 강화하고 견고한 생태계를 구축해가고 있습니다. 디즈니의 OTT 사업도 생태계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디즈니가 밝힌 목표 가입자 수와 실적을 달성하며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 지 향후 흐름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월가에서 비관론과 낙관론이 부딪히고 있습니다. 미 연준이 인플레를 잡기 위해 강력한 긴축 정책을 펴면서 어떤 충격을 줄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월가의 베테랑 투자자 모비우스는 “바닥은 모든 투자자들이 희망을 포기할 때 온다”고 했습니다. 쉽지 않은 장세로 보입니다. 리스크 관리에 주력할 때로 보입니다. 둘째, 미 연준이 더 강력한 긴축 정책을 들고 나올 지 월가가 따져 보고 있습니다. 자이언트 스텝, 즉 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가늠해 보고 있는 것입니다. 연준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시장이 출렁입니다. 연준의 입에 주목해 보시기 바랍니다. 셋째, 디즈니 처럼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진 기업들의 실적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높습니다. 기존에 쌓은 브랜드 이미지를 들고 새로운 사업 영역에 진출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브랜드 가치가 주가에 어떤 영향을 줄 지도 잘 점검해 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