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사태를 거쳐 작년부터 시작된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이를 잡기 위한 주요국의 금리 인상 행렬,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숨 고를 새 없이 이어지면서 개도국들은 ‘연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빠진 상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개도국을 비롯한 저소득 국가 73국 중 56%인 41국이 심각한 부채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했다. 김지섭 기자가 조선머니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개도국을 휩쓸고 있는 디폴트 위기의 배경과 향후 전망 등을 분석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로 고통받는 개도국은 특정 지역에 국한돼 있지 않다.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남미 등에 걸쳐 폭넓게 분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난 12일 디폴트를 선언한 스리랑카를 비롯해 파키스탄, 이집트, 튀니지, 페루, 엘살바도르, 가나, 에티오피아 등을 조만간 백기(白旗)를 들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지목하고 있다. 에콰도르와 레바논, 잠비아 등은 이미 IMF에 구제 요청을 하고, 부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디풀트 국가는 더 늘어날 수 있다. IMF가 팬데믹 기간 ‘국제 채무상환 유예 프로그램’의 대상이 된 개도국 및 저소득 국가 73국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41국(56%)이 사실상 디폴트 초입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만 해도 해당 국가들 중 빚을 갚지 못해 허덕이는 국가들의 비율이 27%였는데 팬데믹 이후 2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주요 개도국들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개도국들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의 신흥국과 달리 자국 내에서 충당할 수 있는 자원이 거의 없어서 가격이 급등한 원자재나 주요 물품을 외국에서 들여와야 한다.
개도국의 디폴트 위기가 갑자기 찾아온 것은 아니다. 팬데믹 이전 10년여간 저금리·저물가가 이어지자 개도국들은 무리한 인프라 투자와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며 대외 부채를 꾸준히 늘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국의 금리 인상은 이자 부담을 가중시켜 디폴트 도미노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도 주요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되면서 개도국들은 큰 위기를 맞은 바 있다.
디폴트가 발생한 개도국과 활발히 금융 거래를 하는 인접국이나 해당 지역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개도국 연쇄 디폴트 위기가 인플레이션과 결합돼 있어 자칫 2010년 튀니지를 기점으로 확산됐던 ‘아랍의 봄’같은 지정학적 위기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잇다.
글로벌 지형 변화에서 중국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2010년대 들어 ‘일대일로 (一帶一路·중국의 육해상 실크로드)’라는 이름의 경제 영토 확장 프로젝트를 펼쳐 왔는데, 이 과정에서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대륙의 수많은 저개발 국가를 포섭했다.
중국에 빚을 많이 진 개도국들이 줄줄이 부도날 경우 미·중 간 패권 경쟁에 불을 붙이는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군사·안보적 요충지가 많은 일대일로 편입 국가들이 디폴트에 빠질 경우 중국이 채무 조정 등을 명분으로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 등 서방 진영과 갈등이 고조되면서 무역이 쇠퇴하고 자원 민족주의가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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