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08% 상승한 3만2223.42에 마감했습니다. 반면 S&P500은 0.39% 떨어진 4008.01을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1.2% 하락한 1만1662.79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재무부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5%포인트 떨어진 연 2.88%를 기록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주가 누르는 침체 우려’, ‘주가 바닥은 어디?’, ‘버냉키 “연준의 실수”’를 꼽았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나타날 ‘베어마켓’은 10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BOA의 수석 투자 전략가 마이클 하트네트는 올해 베어마켓이 10월 19일 끝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S&P500은 3000, 나스닥은 1만 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금보다 30% 이상 낮은 것입니다. BOA는 “과거 140년간 있었던 19차례의 베어마켓을 분석해서 도출한 결과”라고 했습니다. 방송에서 다양한 증시 전망을 소개합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주가 누르는 침체 우려

지난 주까지 월가 3대 지수는 6~7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다우지수는 2.1% 떨어지면서 7주 연속 하락했습니다. 2001년 7월 이후 7주 연속 하락은 처음입니다. S&P500은 2.4%, 나스닥은 2.8% 떨어지면서 6주 연속 하락했습니다. S&P500은 2011년 6월, 나스닥은 2012년 11월 이후 가장 긴 하락세입니다.

이날 월가 증시에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 리스크가 부각 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날 나온 중국의 4월 경제 지표가 코로나 봉쇄로 인한 악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4월 중국의 광공업생산은 전년 같은 달보다 2.9% 감소했습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월가 전망인 0.5% 증가와 거꾸로 간 것입니다. 또 4월 소매판매도 전년 같은 달보다 11.1%나 감소했습니다. 이는 월가 전망 6.6% 감소보다 훨씬 크게 줄어든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3월말 경제 수도인 상하이를 봉쇄하기 시작한 데 이어 중국 전역에서 부분 봉쇄와 해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중국 소매판매 월별 증감률 추이. /자료=중국국가통계국

미국에선 골드만삭스가 올해 성장률 전망을 낮췄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얀 해치우스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의 2.6%에서 2.4%로 낮췄음. 또 내년 성장률 전망은 2.2%에서 1.6%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연준의 긴축 정책 강도가 예상보다 강해지면서 성장이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회장이자 전 최고경영자(CEO)인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CBS에 출연해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 “분명히 ‘매우 매우’ 큰 리스크”라며 “미국은 경기 침체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블랭크페인은 “침체가 아직 케이크에서 구워지지 않았다(not baked in the cake)”라면서도 “침체를 피하기에는 ‘좁은 통로’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아직 경기 침체 가능성이 시장에 완전히 반영된 것은 아니고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입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수석 회장. /로이터 뉴스1

앞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12일 NPR 마켓플레이스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를 야기하기 않으면서 물가 상승세를 억제하는 이른바 ‘연착륙’은 “달성하기 꽤 어려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연착륙을 자신하던 모습에서 다소 후퇴한 듯한 뉘앙스를 보여준 것입니다. 파월 의장은 “우리가 연착륙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사실상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달려 있을 수 있다”며, 그런 요인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사건과 공급망 병목 현상을 꼽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월 의장은 “연착륙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 연준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에 제시한 경제 전망에서는 미국 경제가 올해 2.8%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성장률 전망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골드만삭스 이외에도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성장 전망을 낮추고 있습니다.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이 분기별로 진행하는 경제 전문가 조사 결과가 지난 13일에 발표됐습니다. 2분기 조사에 응답한 34명의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이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1분기 조사의 3.7%에서 확 낮아진 것입니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2.7%에서 2.3%로 낮아졌습니다.

한편 지난 주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인수 작업을 일시적으로 보류하겠다고 했던 트위터 주가는 이날도 8.2% 급락했습니다. 지난 13일에는 9.7% 급락했습니다. 머스크가 440억 달러에 달하는 트위터 인수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주가 바닥은 어디?

월가 주가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는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가 핵심적인 논란 거리입니다.

일단 경기 침체가 없어도 주식은 베어마켓(약세장)이 올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LPL파이낸셜의 분석에 따르면, 2차 대전 이후에 경기 침체가 없이 S&P500이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는 베어마켓은 4차례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것은 1987년으로 경기 침체가 없었는데도 S&P500이 33.5% 하락했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경기 침체가 없었는데도 베어마켓에 근접했던 경우(19% 정도 떨어진 경우임)가 1998년(19.3% 하락), 2011년(19.4%), 2018년(19.8%) 등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지난 12일 장중에 3858을 터치하면서 S&P500이 고전 대비 19.6% 떨어져 베어마켓에 근접했습니다.

조정 국면만 따져 보면, 2차 대전 이후 24차례의 조정 국면이 있었는데 S&P500은 평균 14.3% 하락했고, 지속 기간은 133일이었습니다. 올해는 16일 현재까지 연초 대비 16% 정도 하락했고, 127일 지났습니다.

주가 조정기의 S&P500 변화와 지속 기간. /자료=LPL파이낸셜

JP모건의 전략가 마르코 콜라노빅은 16일 투자자 노트에서 주식 시장이 다른 금융 시장에 비해 과도하게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을 크게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JP모건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주식 시장은 조만간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을 70% 정도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은 50%, 하이일드 채권 시장은 30%, 금리 시장은 20%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콜라노빅은 “향후 6~12개월에 걸쳐 경기 침체 가능성은 낮다고 보기 때문에, 리스크 친화적인 스탠스를 유지한다”고 했습니다.

현재 시장에 반영된 경기 침체 확률. /자료=JP모건

UBS는 주식 시장이 경기 위축 가능성을 40% 쯤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봤는데, 이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대체로 12개월 동안 S&P500이 평균 12% 올랐다는 분석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주가 바닥을 보려면 더 있어야 한다는 분석도 적지 않습니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나타날 ‘베어마켓’은 10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BOA의 수석 투자 전략가 마이클 하트네트는 올해 베어 마켓이 10월19일 끝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S&P500은 3000, 나스닥은 1만 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BOA는 이는 과거 140년간 있었던 19차례의 베어마켓을 분석해서 그와 같은 결과가 올해도 나타날 것이란 전제에서 분석한 것입니다. 과거 베어마켓에서 S&P500은 평균 37.3% 하락했고, 지속 기간은 289일이었습니다.

마이클 하트네트 뱅크오브아메리카 전략가. /뱅크오브아메리카

시장 분석 회사인 데이터트렉은 여전히 월가 주가에 경기 침체 가능성이 덜 반영됐다면서 주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데이터트렉의 공동 창업자인 니콜라스 코라스는 지난 10일 투자자 노트에서 “S&P500 지수가 4000에도 침체 가능성은 거의 제로(0)가 반영됐다”며 “경기 침체 가능성이 50대50이라는 게 반영된다면 S&P500은 3525가 돼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실제로 전형적인 경기 침체가 나타난다면 S&P500은 3000선 즈음에서 거래돼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모건스탠리의 최고투자책임자 마이크 윌슨은 16일 투자자 노트에서 최근 미국 주식의 반등은 베어마켓 랠리에 불과하다며, S&P500은 34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업 실적과 경제 지표의 둔화가 아직 완전히 주가에 반영돼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이날 올해 S&P500 전망을 기존의 4700에서 4300으로 낮췄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가능성은 낮다고 했지만, 경기침체가 동반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3600까지 갈 수 있다고 봤습니다.

◇ 버냉키 “연준의 실수”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실수를 저질렀다”고 했습니다. 버냉키는 언제 인플레이션 억제 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복잡한 문제”라면서도 “문제는 그들(현 연준)의 대응이 왜 늦었느냐는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은 실수였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들도 실수였다는 점에 동의하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벤 버냉키 미 연준 전 의장. /로이터 뉴스1

버냉키는 “선제적 안내(포워드 가이더스)가 연준이 인플레 문제에 느리게 대응하도록 했다”며 이같이 지적했습니다.

다만,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불가피했던 점은 인정했습니다.

버냉키는 “파월 의장은 내가 의장을 역임했던 2013년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 당시 연준의 일원이었다”며 “당시 매우 좋지 않은 경험이었고, 파월 의장은 미국인들에게 최대한 많은 경고 시그널을 보내 그러한 상황을 피하고 싶어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버냉키는 “지난해 중반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은 연준의 이 같은 점진주의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뒤늦게 긴축에 들어가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버냉키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내년이나 후년에 성장이 낮아지는 시기가 올 것인데, 실업이 높아지면서 인플레가 여전히 높은 시기가 있을 것”이라며 “이를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연준 내 영향력 ‘빅3′ 중의 한 명인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현재의 시장 변동성이나 유동성 악화는 예상했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예상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출렁임이기 때문에 연준이 제대로 시장을 이끌고 있고, 시장 안정을 위해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윌리엄스 총재는 이날 모기지은행협회가 뉴욕에서 개최한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환경에서 많은 불확실성과 이벤트가 발생하고 있고, 또한 통화정책이 정상적인 금리 방향으로 강하게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며 “미국 국채 시장의 경우 일부 변동성은 그 같은 정보를 소화하는 과정”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또 “유동성 악화는 시장의 변동성 증가와 대체로 부합하기 때문에 시장 기능에 문제는 없어 보인다”라고 했습니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 /로이터 연합뉴스

5월 FOMC에서 0.5%포인트라는 ‘빅스텝 인상’을 하자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3% 대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에 모기지 금리도 상승세입니다. 국영 모기지 업체 프레디 맥에 따르면, 미국의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는 연 5.3%까지 올랐습니다.

윌리엄스 총재는 이날 연준의 최대 과제는 인플레를 낮추는 것이라고 다시 강조했습니다. 그는 5월에 이어 6월과 7월에도 50bp(bp=0.01%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파월 연준 의장의 견해에 동의한다고 했습니다.

한편 윌리엄스 총재는 “연준은 대차대조표 축소를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주택저당증권(MBS) 매각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있지만 향후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라고 언급해 양적긴축에 더 강하게 나설 수 있다고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월가가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낮추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강한 긴축으로 경기가 생각보다 더 주춤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다만 경기 침체까지 올 것인지를 두고는 갑론을박입니다. 경기 위축은 기업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경기 움직임도 챙겨봐야 하겠습니다. 둘째, 주가 하락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다양한 의견이 나옵니다. 주가 방향을 예측하는 것은 전문가들도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이 주가를 예측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따져 보면서 투자자 스스로 판단력을 키워야 하겠습니다. 셋째, 미 연준의 긴축 정책이 이미 예고한 경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적어 보입니다. 오히려 더 강해질 여지도 있습니다. 연준의 힌트에 주목해 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