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3.57% 하락한 3만1490.07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4.04% 떨어진 3923.68를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4.73% 하락한 1만1418.15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재무부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1%포인트 떨어진 연 2.88%를 기록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인플레 떠넘기기 한계?’, ‘반등 점검 포인트’, ‘골드만삭스의 경고’를 꼽았습니다.

구겐하임 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스콧 마이너드는 마켓워치 인터뷰에서 오는 7월 나스닥은 고점 대비 75%, S&P500은 고점 대비 4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현재 나스닥은 고점 대비 28%, S&P500은 18% 쯤 떨어져 있습니다. 마이너드는 2000년 주식 시장 붕괴를 언급하면서 최근 상황이 “인터넷 버블 붕괴와 유사해 보인다”며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방송에서 증시 붕괴 경고의 근거를 알아 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인플레 떠넘기기 한계?

다우지수가 하루 사이에 1100포인트 넘게 하락하는 등 월가 3대 지수가 크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우지수는 3.57% 급락하면서 2020년 6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습니다. 올 들어 다우가 800포인트 이상 급락한 날은 다섯 번째입니다. 게다가 최근 한 달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이날 월가 주가를 끌어내린 주요 원인은 유통업체들의 ‘어닝 쇼크’입니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비용이 증가하면서 이익이 월가 전망에 못 미치는 일이 나타났습니다. 유통업체들이 인플레 압력을 가격 전가로 소비자들에게 떠 넘기는 게 한계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대형 유통업체 타깃은 주가가 24.9%나 폭락했습니다. 타깃의 분기 매출은 251억7000만 달러로 시장 조사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 전망인 244억9000만 달러를 넘어 섰지만, 주당순이익은 2.19달러로 월가 전망인 3.07달러에 훨씬 못 미쳤습니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깃의 한 매장에 타깃 로고가 붙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타깃의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코넬은 월가 전망에 못 미친 이유로 “예상 밖의 높은 비용 때문”이라며 “일부 비용은 회사의 통제 밖에 있어서, 단기간 비용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습니다.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서 운송 비용이 늘어났으며, 임금 상승 등도 비용이 늘어난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타깃은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올해에만 추가적으로 10억 달러의 운송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날 미국자동차협회(AAA)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567달러로 1년 전의 3.043달러보다 50%나 오른 상태입니다. 한 달 전의 4.087달러보다도 12%나 높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비축유까지 풀면서 유가를 잡으려고 하지만 역부족인 것입니다.

하루 앞서 실적을 발표한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도 ‘어닝 쇼크’를 나타냈습니다. 월마트는 분기 매출이 1415억7000만 달러로 월가 전망인 1390억900만 달러보다 좋았지만 주당순이익이 1.3달러로 월가 전망인 1.48달러에 못 미쳤습니다. 인플레로 인해 비용이 늘어나서 이익이 타격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월마트 주가는 전날 1987년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내면서 11.4% 폭락한 데 이어 이날도 6.8%나 급락했습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 월마트 매장. /AP 연합뉴스

월마트의 CEO 더그 맥밀런은 실적 발표 때 실적이 월가 전망이 못 미칠 것에 대해 “예측하지 못했으며, 비정상적인 환경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월마트는 임금 상승과 물류의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타깃,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어닝 쇼크’는 전반적인 주가 하락을 불렀습니다. 특히 유통업체 주가가 크게 하락했습니다. 온라인 유통 강자인 아마존도 7.2%나 급락했습니다.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 바이 10.5%, 저가 매장인 달러 트리는 14.4% 폭락했습니다. 백화점 업체인 메이시즈도 주가가 10.7%나 폭락했습니다. 유통업의 대표 ETF인 SPDR S&P 리테일은 8.4% 급락했습니다.

전날 나온 미국의 소매판매는 높은 인플레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4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9% 증가했고, 3월에도 1.4%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수요가 아직은 괜찮은 상황에서 유통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가격 상승을 전가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가파르게 임금과 각종 물류 비용이 상승하면서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월가에서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시장 조사업체 팩트세트에 따르면 이번 실적 발표 시즌에서 ‘인플레’를 언급한 기업들의 숫자와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났습니다. 3월15일~5월12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445개 기업 중 377개가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인플레’를 언급했습니다. 팩트세트가 자료를 조사한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인플레를 언급한 비중도 85%에 달했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이 언제까지 가격 상승을 감수하고 소비를 늘릴지도 의문입니다. 앞으로 기업들의 가격 전가가 얼마나 가능하고 이를 미국 소비자들이 얼마나 견딜지 챙겨봐야 하겠습니다.

◇ 반등 점검 포인트

경기 침체의 증거는 아직 없는 가운데 월가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S&P500은 3837.25 선 아래로 떨어지면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는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하게 됩니다.

주가가 반등을 할 수 있을지 따져볼 때 점검해야 할 포인트 네 가지를 살펴 보겠습니다.

첫째, 인플레 피크 여부입니다. 4월 소비자물가가 8.3%로 3월의 8.6%보다 주춤하기는 했지만, 인플레 속도가 급격하게 떨어질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인플레가 고공행진을 한다면 연준의 매파적인 긴축 정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지금은 견조한 모습을 보이는 소비도 결국은 꺾일 수 있습니다. 증권사 에드워드 존스의 분석에 따르면 전달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에 보였듯이 평균 0.6% 수준으로 상승한다면 연말까지 전년 대비 8% 대의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만약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보였던 전달 대비 0.2% 수준으로 상승하면 연말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 후반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연준의 ‘2% 물가’ 목표보다는 높은 수준이 됩니다. 연준도 근원 PCE(개인소비지출) 물가 기준으로 올해 평균 4.1%의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향후 추이 전망. /자료=에드워드존스

둘째, 기업 실적 추세입니다. ‘어닝 쇼크’가 나오기도 하지만, 이번 실적 발표 시즌이 과거보다 나쁜 상황은 아닙니다. 시장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 458개 중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비율은 77.9%였습니다. 장기 평균인 66%보다 높습니다.

주당순이익(EPS) 전망도 나쁘지 않습니다. 시장 정보 업체 팩스세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들의 S&P500 기업들의 EPS는 올해 229.22달러로 작년의 208.48달러보다 9.9%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PS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140.46달러로 떨어졌다가 작년에 50% 가까이 반등했습니다. 이것과 비교하면 낮아 보이지만 10% 가까운 실적 상승이 전망되는 것은 긍정적입니다. 또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163.13달러와 비교하면 올해 40% 가까이 주당 순이익이 늘어나는 것으로 전망하는 것입니다. 월가 일각에서 우려하는 경기 침체만 없다는 기업 실적의 증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추이와 전망. /자료=팩트세트

셋째, 주가 고평가 여부입니다.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에 대비해서 주가가 고평가돼 있는지를 알아보는 지표가 주가수익비율(PER)입니다. 올 들어 주가 하락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은 10년 평균 수준으로 하락한 상황입니다. 팩트세트가 지난 12일 기준으로 산출한 S&P500의 주가수익비율은 16.6배로 지난 10년간 평균인 16.9배보다 낮아졌습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확산되던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입니다. 이 비율은 작년 한 때 고평가 논란이 일었을 때 22배를 넘었습니다. 증권사 에드워드 존스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5차례의 연준 긴축 사이클 때 S&P500의 주가수익비율은 평균 20%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30% 가까이 하락한 것입니다. 주가수익비율 하락폭만 보면 상당한 주가 조정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미 연준의 긴축 사이클과 주가수익비율(PER) 추이 비교. /자료=에드워드존스

넷째, 투자 심리입니다. 시장의 공포가 크게 증가하면서 공포 지수로도 불리는 변동성 지수인 VIX 지수는 31 쯤까지 상승했습니다. 월가에서는 40이 넘어가야 시장에 극단적인 공포가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하는 데 아직 이 수준에는 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개인투자자연합이 집계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약세장 심리도 4월 마지막 주에 59.4%까지 갔다가 5월 둘째 주에 49.0%로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월가의 베테랑 투자자 마크 모비우스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아직 바닥은 아니며, 바닥의 시작에 있다”며 “바닥은 모든 투자자들이 희망을 포기할 때 온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 골드만삭스의 경고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솔로몬이 “연준의 금리 인상이 기업에 예측 못한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뉴스1

솔로몬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자신의 고객들에게 “연준이 인플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경기 침체나 다른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기업들이 과거와 달리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솔로몬은 연준의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은 “기업 비즈니스에 예측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영향을 줄 것”이라며 “언젠가 침체가 있을 수 있다는 합리적인 사실을 생각해야만 하고, 모두가 알고 있듯이 매우 매우 느리고 부진한 성장세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솔로몬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도 ‘극단적으로 징벌적인’ 인플레가 경제에 세금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성장 둔화와 자산 가격의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솔로몬은 향후 1~2년 사이에 경기 침체가 나타날 확률이 적어도 30%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다만,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시장 금리를 갖고 추정하는 1년 후 경기침체 확률은 3.7%에 불과합니다.

솔로몬은 “우리는 인플레를 없애야 한다”며 “현재 인플레는 극단적으로 징벌적이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특히 악영향을 주고 있고 사회에 커다란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솔로몬은 자산 가격에 대해서도 “우리는 긴축적인 금융 조건을 보고 있다”며 “좀 더 제한적인 금융 정책 환경에 들어가면서 자산 가격에서 나타나는 일들은 놀랍지 않다”고 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전략가들은 최근 올해 S&P500 전망을 기존의 4700에서 4300으로 낮췄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가능성은 낮다고 했지만, 경기침체가 동반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3600까지 갈 수 있다고 봤습니다.

앞서 골드만삭스의 수석 회장이자 전 최고경영자(CEO)인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CBS에 출연해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 “분명히 ‘매우 매우’ 큰 리스크”라며 “미국은 경기 침체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블랭크페인은 “침체가 아직 케이크에서 구워지지 않았다(not baked in the cake)”라면서도 “침체를 피하기에는 ‘좁은 통로’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아직 경기 침체 가능성이 시장에 완전히 반영된 것은 아니고, 침체를 피하기도 어려울 것이란 얘기입니다.

월가에서는 비관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2000년 테크 버블 붕괴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는 전문가도 나왔습니다. 구겐하임 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스콧 마이너드는 마켓워치 인터뷰에서 오는 7월에 나스닥은 고점 대비 75%, S&P500은 고점 대비 4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현재 나스닥은 고점 대비 28%, S&P500은 18% 쯤 떨어져 있습니다. 마이너드는 2000년 주식 시장 붕괴를 언급하면서 최근 상황이 “인터넷 버블 붕괴와 유사해 보인다”며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스캇 마이너드 구겐하임 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구겐하임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높은 인플레로 인해 기업들의 비용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월가에서는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비용 증가를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 실적도 잘 챙겨야 하겠습니다. 둘째, 월가에서 주가 출렁임이 강합니다. 출렁임이 강하고 리스크가 많은 게 주식 시장입니다. 각종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자신만의 투자 판단 원칙을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셋째, 월가의 ‘빅 하우스’인 골드만삭스가 경기 침체와 주가 하락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인플레가 정점을 찍고 확 꺾일지, 고공행진을 할지 다양한 견해들이 나옵니다. 인플레에 대비하는 투자 마인드를 기본으로 갖고, 리스크에 대비하는 투자를 고민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