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75% 하락한 3만1253.13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0.58% 떨어진 3900.79를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0.26% 하락한 1만1388.50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재무부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5%포인트 떨어진 연 2.84%를 기록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공포 과도 vs 바닥 멀었다’, ‘”거친 증시도 연준 못 바꿔”’, ‘유통 공룡 실적 음미’를 꼽았습니다.

연초부터 미국 주식에 ‘수퍼 버블’이 형성됐다고 주장해 오던 제레미 그랜섬 GMO 공동창업자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지금의 약세장이 2000년 닷컴 버블 때보다 심하다면서 S&P500이 45%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방송에서 다양한 향후 주가 전망을 알아 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공포 과도 vs 바닥 멀었다

이날 월가 주가는 반등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 하고 하락세로 마감했습니다. 2020년 6월 이후 최악의 날을 보냈던 전날보다는 덜 했지만, 매도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날에 S&P500은 4% 떨어지면서 시가총액이 1조5000억 달러나 사라졌습니다. 이날까지 S&P500은 고점 대비 19.05% 떨어져 베어마켓(약세장) 진입을 앞두게 됐습니다. 월가에서 베어마켓은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는 것을 가리킵니다.

월가에서는 과연 높은 인플레와 그에 대응한 연준의 강력한 긴축 정책이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냐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는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주가 하락을 불러오게 됩니다.

월가의 대표적인 낙관론자인 JP모건의 전략가 마르코 콜라노빅은 미국 경제가 곧 침체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과도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콜라노빅은 이런 과도한 공포감이 오히려 주가 반등에 여지를 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콜라노빅은 투자자 노트에서 “우리는 수렁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며 “올해 침체는 없을 것이며, 소비자 활동이 재개되면서 ‘여름 성장’이 나타날 것이고 중국도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을 쓸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마르코 콜라노빅 JP모건 글로벌 전략가. /콜라노빅 트위터

골드만삭스의 전략가인 데이비드 코스틴도 투자자 노트에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향후 2년간 경기 침체가 나타날 확률이 아직은 35% 쯤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코스틴은 미국 경제가 침체로 가면 주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코스틴은 CNBC에 출연해 “2차 대전 이후 12번의 경기 침체에서 S&P500은 고점에서 저점까지 중간값 기준으로 24% 쯤 떨어졌다”며 “올해 1월 고점인 4800선 부근에서 이 정도 하락할 경우 주가는 약 3650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기 침체가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주가가 더 떨어질 지 가늠할 수 있다는 분석은 다른 증권사에서도 나왔습니다. 에버코어의 수석 전략가인 줄리안 엠마누엘은 “최근 세 번의 경기 침체를 동반하지 않았던 베어마켓(약세장)에서는 평균 21.3% 떨어진 뒤에 반등을 했다”며 “하지만 최근 세 번의 경기 침체를 동반했던 베어마켓에선 주가가 평균 47.9% 하락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경기 침체를 동반하지 않았던 베어마켓은 미국에서 2018년, 2011년, 1998년 나타났고, 경기 침체가 동반한 베어마켓은 2020년, 2007~2009년, 2000~2002년 나타났습니다. 이번에 경기 침체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최근 주가 수준이 바닥에 가깝다는 얘기입니다. LPL 파이낸셜도 과거 침체가 없었던 베어마켓의 경우 고점 대비 23~25% 쯤 떨어졌을 때 바닥이 형성됐다고 했습니다.

미국에서 경기 침체가 조만간 불가피하다고 보는 도이치뱅크는 이날 S&P500 전망을 최악의 경우 3000까지로 낮춰 잡았습니다. 도이치뱅크는 내년 말에서 2024년 초에 경기 침체가 확실하게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다만 도이치뱅크의 전략가 빈키 차다는 연말까지는 ‘안도 랠리’가 있으면서 4750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전략가 사비타 서브라마니언도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와 더불어서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때를 회상하게 한다면서 최악의 경우 32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버블 붕괴론자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연초부터 미국 주식에 ‘수퍼 버블’이 형성됐다고 주장해 오던 제레미 그랜섬 GMO 공동창업자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지금의 약세장이 2000년 닷컴 버블 때보다 심하다면서 S&P500이 45%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구겐하임 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스콧 마이너드도 최근 마켓워치 인터뷰에서 “인터넷 버블 붕괴와 유사해 보인다”며 오는 7월에 나스닥은 고점 대비 75%, S&P500은 고점 대비 4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제레미 그랜섬 GMO 설립자. /GMO

한편 최근 코인 시장의 급락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 얀 해치우스는 최근 분석 보고서에서 암호화폐 시장이 작년 말 2조3000억 달러에서 최근 1조3000억 달러로 절반 가까이 쪼그라 들었지만 암호자산이 가계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3%에 불과해 영향력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 가계의 순자산은 150조 달러에 달하고, 이 중 주식은 29%에 달합니다. 다만, 주가 하락이 소비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는 있습니다.

미국 가계의 순자산과 암호자산 추이(왼쪽), 그리고 가계가 보유한 다양한 자산들의 변화 추이. /자료=골드만삭스

이날 나온 경제지표는 미국의 경기가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여줬습니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은 21만8000명으로 전주보다 2만1000명 늘어났으며, 월가 전망 20만명을 웃돌았습니다.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한 5월 지역 제조업 활동 지수는 2.6으로 전달의 17.6보다 크게 하락했습니다. 4월 기존주택 판매는 전달보다 2.4% 줄어들면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시장금리를 갖고 향후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전망한 것에 따르면 내년 4월의 경기 침체 확률은 3.7%에 불과합니다. 이 확률이 30%는 넘어야 경기 침체 가능성이 가시화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시장 금리로 추정한 미국의 경기 침체 확률 추이. /자료=뉴욕연준

◇ “거친 증시도 연준 못 바꿔”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연방은행 총재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주식 시장의 거친 한 주가 놀랍지 않다”면서 연준은 긴축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집중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조지 총재는 인플레를 낮추기 위해 여전히 50bp(bp=0.01%포인트)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증시 요동에도 불구하고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긴축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고, 긴축 경로도 이미 예고한 것에서 바꿀 필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조지 총재는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표권도 갖고 있습니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연방준비은행 총재. /로인터 연합뉴스

앞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도 5월 FOMC 후 기자회견에서 “주식 시장이나 부동산 시장 등 어느 특정한 시장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있으며 광범위한 금융 조건에 집중하고 있다”며 “한 시장의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에 타깃을 잡고 있지 않으며, 어느 수준이 좋고 나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조지 총재는 이날 “우리는 시장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전달하는 데 노력하고 있으며, 시장이 긴축을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그것은 특별히 주식 시장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금융 환경이 더 긴축적으로 되는 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조지 총재는 50bp 인상에 대해선 “매우 편안하게 느낀다”고 했습니다. 한편 50bp 보다 큰 폭의 자이언트 스텝에 대해서는 “뭔가 매우 다른 상황이 나타나야 한다”며 부정적으로 얘기했습니다.

앞서 전날 연준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인 찰스 에반스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뉴욕의 한 행사에서 “다음 달 회의와 아마도 그 이후 회의에서 기준 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될 것”이라며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두 차례 ‘빅스텝 인상’이 더 있을 것이란 신호를 준 것에 힘을 보탰습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최로 열린 ‘퓨처 오브 에브리싱’ 라이브 이벤트에서 연준의 인플레 억제 의지를 의심하지 말라며 ‘매파’적인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습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가 확실히 설득력 있게 내려와야만 하며, 그 때까지 우리는 밀어 붙일(Keep Pushing) 생각”이라며 “만일 광범위하게 이해되는 중립적 수준을 지나쳐야 한다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날 현재 페드 워치 툴에 따르면, 6월에 미 연준이 0.5%포인트 이상 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100%입니다. 0.5%포인트 인상 확률은 93.1%이고, 이보다 더 높게 인상할 확률이 6.9%입니다. 7월까지 두 차례 0.5%포인트 이상 금리를 올릴 확률도 100%입니다.

페드 워치 툴이 추정한 6월 미국 기준금리 확률(19일 현재). /자료=시카고상품거래소

당분간 연준이 증시에 우호적인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적다는 전제 아래에서 투자 전략을 짜야 할 것입니다. 이달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글로벌 펀드 매니저 조사에서 펀드 매니저들은 연준이 월가를 도우러 나서는 ‘연준 풋’은 S&P500이 3529가 돼야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이는 현재보다 9.5% 쯤 더 떨어져야 되는 수준입니다.

◇ 유통 공룡 실적 음미

미국 대표 유통기업 타깃은 지난 18일 부진한 2022년 1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주가는 하루 사이 25%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이날도 5.1% 추가 하락했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유통기업 월마트, 타킷이 연이어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향후 미국 소비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타깃은 미국 전역에 2000개 가까운 매장을 보유한 할인 유통기업. 식료품, 가전, 화장품 등 모든 카테고리의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어 미국 소비시장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실적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지난해까지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미국 뉴욕에 있는 타깃의 한 매장. /로이터 연합뉴스

타겟의 실적을 보면 2020년, 2021년 매출 성장률이 특히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고가제품인 가전, 자전거 등 내구재들의 판매가 늘면서 전체 매출이 성장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대형 유통기업의 특성 상 지난 2년간의 매출 성장은 이례적이었습니다.

타깃은 지난 1분기 전년대비 매출은 4% 성장했으나 영업이익 43% 급감했습니다. 매출이 예상보다 부진했고 매입원가가 상승, 인건비 상승, 물류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하회했습니다. 인플레가 매출과 원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인건비 상승이 수익성을 구조적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타깃의 인력은 45만명이며, 경쟁사인 월마트의 인력은 230만명에 달합니다.

한편 월마트의 자회사인 샘스클럽의 지난 분기 실적 세부내역을 보면 가전, 내구재 매출의 역성장이 확인됩니다. 코로나 이후 특수를 누려왔던 수요들이 감소하고 있고,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고 있으며 해외여행 등에 쓰는 비용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최근 유통업체들은 높아진 시간당 임금과 인력 부족으로 인원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인건비, 물류비, 매입원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매출 부진이 이어지면 이익도 부진할 전망입니다.

민간소비는 미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로 최근 유통업체들의 실적 부진은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이례적으로 좋았던 수요들이 정상화되고 있으며 과거와는 다른 비용 환경이 관련 기업들의 실적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아래에서 실적이 차별화되는 기업들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월가에서 경기 침체 우려를 얼마나 주가에 반영해야 하는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 공포가 과도하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이제부터 반영이 시작되고 있다는 관점이 있습니다. 경기 침체는 소비 부진과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져 주가에 악재입니다. 향후 추이를 잘 챙겨야 하겠습니다. 둘째, 연준 고위 인사들이 최근 월가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긴축 정책의 방향과 속도를 바꾸지 않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인플레 잡기가 최우선이기 때문입니다. 그간 월가는 연준의 도와줄 것이란 기대가 컸습니다. 이제는 연준의 도움 없이 주가 방향을 잡아가는 것에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셋째, 미국의 유통 공룡들이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인플레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지만, 미국 소비의 방향이 바뀌는 건 아닌 지 잘 뜯어 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