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새벽에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81% 하락한 3만2910.90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1.08% 떨어진 4115.77을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0.74% 하락한 1만2086.27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재무부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5%포인트 오른 연 3.03%를 기록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인텔의 경고’, ‘스태그플레이션 논쟁’, ‘재고는 인플레 꺾일 증거’를 꼽았습니다.

캐시 우드는 8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나의 투자 커리어 와중에 이렇게 재고가 치솟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재고 이슈로 보면 현재 큰 리스크는 디플레이션”이라고 했습니다 캐시우드 분석의 이유와 발언의 시사점을 방송에서 자세히 알아 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인텔의 경고

이틀 간 올랐던 월가 3대 지수가 이날은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이날 컴퓨터 CPU(중앙처리장치) 반도체 분야의 최대 업체인 인텔이 경기 상황을 안 좋게 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도체 주식을 중심으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인텔은 5.3% 급락했고, AMD는 3.2%, 엔비디아는 1.5% 하락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2.4% 하락했습니다.

인텔의 최고재무책임자 데이비드 진스너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컨퍼런스에서 “거시 경제 측면에서 확실하게 약해지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우리에게 영향이 있을 것이고, 반도체 산업 뿐만이 아니라 사실상 모든 분야, 전세계 기업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진스너는 하반기 전망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이미 전망한 수치가 너무 낙관적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 /인텔

글로벌 투자은행 중에서는 가장 먼저 미국의 경기 침체를 경고했던 도이치은행은 이날 경기 침체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얘기했습니다. 도이치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매튜 루체티는 내년 말 미국 경제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경기 침체에 돌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앞서 나온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의 미국의 2분기 성장률 모니터링 데이터도 시장 심리를 약화시켰습니다. 애틀랜타연방은행이 각종 경제지표들을 갖고 실시간으로 성장률을 모니터링하는 ‘GDP 나우’에 따르면, 2분기 미국의 성장률은 0.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수치는 한 주일 전만 해도 1.3%였습니다.

이날 금리와 유가 모두 상승세를 보였는데, 이것도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5%포인트 오르면서 연 3.03%를 기록해 다시 연 3%대로 올라섰습니다.

국제 유가는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이 2.26% 오른 배럴당 122.11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3월 초 이후 3개월만에 다시 배럴당 120달러 대에 진입한 것입니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라 경제 활동이 조금씩 둔화되고 있다는 지표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날 모기지은행협회에 따르면, 지난주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신청 건수는 전주 대비 6.5% 감소했습니다. 모기지 신청 건수는 2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국영 모기지 업체인 프레디 맥에 따르면, 지난주 30년 만기 모기지 평균 고정 금리는 연 5.09%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고점인 연 5.3%보다는 다소 떨어졌지만, 1년 전의 연 2.99%와 비교하면 2%포인트 정도 올라간 것입니다. 시장 금리 상승세에 따라 모기지 신청도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8일 의회에 출석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AP 연합뉴스

한편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날 하원 세입위원회에 출석, 미국 정부가 대중국 고율 관세를 일부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대중 관세 인하가 치솟는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언급해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했습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인 2018년 중국과 무역 갈등을 겪으면서 2200여개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후 2020년 초 1단계 무역 합의로 549개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대중 관세를 낮추면 기업 실적에 도움이 되면서 증시에는 호재가 될 수 있습니다.

◇ 스태그플레이션 논쟁

이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 경제 성장률을 수정 발표했습니다. 작년 말 전망 때 올해 세계 경제는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번에는 3.0% 성장할 것으로 수정했습니다. 미국 경제도 올해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습니다. OECD는 작년 말에는 올해 미국 경제가 3.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자료=OECD

OECD는 인플레이션 압박이 확대되는 가운데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과는 양상이 다르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로 크게 네 가지를 들었습니다.

첫째, 선진 경제들이 과거보다 경제의 에너지 의존도가 훨씬 낮아졌다고 했습니다. 미국만 봐도 ‘오일 쇼크’의 영향이 과거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고 했습니다.

둘째, 현재 중앙은행들은 과거보다 독립적이라고 했습니다. 또 중앙은행들이 가격 안정과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해서 명시적인 목표를 갖고 있는 게 차이라고 했습니다. 과거와 달리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지 않도록 잘 붙들어 매야 한다는 자신들의 역할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셋째, 선진 경제는 이전보다 더 유연하게 바뀌어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오일 쇼크나 다른 공급 쇼크가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을 불러올 가능성이 과거보다 낮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과거에 있었던 집단적인 협상의 범위가 줄었고, 자동적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매커니즘도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노동조합 가입도 줄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넷째,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 쌓인 저축이 많다고 했습니다.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득 감소를 상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전날 세계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세계은행은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했습니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을 기존의 3.2%에서 2.9%로 낮췄고, 미국 성장 전망도 2.5%로 1.2%포인트 하향 조정했습니다.

세계은행은 “세계 경제가 미약한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는 시기로 접어들 수 있으며, 이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높인다”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상당하다”고 했습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있었던 1970년대와 비교하면서 “2021~2024년 세계 경제의 성장 속도가 2.7%포인트 둔화할 것으로 예측되는 데, 이는 1976~1979년 나타났던 침체 속도의 2배를 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창업자. /브리지워터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의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도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고했습니다. 달리오는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 리뷰(AFR)와 인터뷰에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제약을 받게 되면서, 2024년에는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많은 금융자산에 조정 또는 하향 움직임을 초래할 수 있는 긴축 모드에 있다고 본다”며 “이로 인한 고통은 커질 것이고 중앙은행들이 다음 (미국) 대선이 있는 2024년 즈음에 아마도 다시 완화에 나서도록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 “재고는 인플레 꺾일 증거”

혁신 기술주 투자의 대표 주자인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미국 기업들의 많은 재고는 인플레이션이 주춤할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캐시 우드는 8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나의 투자 커리어 와중이 이렇게 재고가 치솟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이런 재고 이슈는 우리가 인플레이션이 풀릴 것이라고 얘기해 왔던 경기 순환적인 이유를 강하게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캐시 우드는 1970년대 후반부터 투자 업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연합뉴스

월마트, 타깃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재고 문제가 상당하다고 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1분기 실적 발표 때 재고 비용 등으로 인해 ‘어닝 쇼크’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타깃은 전날 상품 재고가 늘고 있고 통상적이지 않은 운송과 연료 비용의 상승 등을 이유로 이번 분기의 영업 이익률 전망을 약 2%로 낮춘다고 했습니다. 앞서 실적 발표때는 이번 분기 영업 이익률을 약 5.3% 쯤으로 전망했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지만, 캐시 우드는 “현재 큰 리스크는 디플레이션”이라고 했습니다. 가격이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시기에는 성장이 희소해져서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됩니다.

투자자들은 향후 인플레이션 상황을 가늠하기 위해 이번 주에 나오는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 8.5%로 피크(정점)을 찍은 후 4월 8.3%로 다소 주춤해진 상황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8% 대에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월가에서는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8%대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월가의 5월 소비자물가의 전년 대비 상승률 전망은 평균 8.3%입니다. 월가 이코노미스트의 전망 범위는 8.0~8.5%입니다. 주요 투자은행의 전망치를 보면, 모건스탠리가 8.5%,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골드만삭스가 8.3%, JP모건이 8.1% 상승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월가는 5월 전달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로는 평균 0.7%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전망 범위는 0.6~0.9%입니다. 전달 대비로는 4월의 0.3%보다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입니다. 3월의 1.2%보다는 둔화되겠지만 속도가 크게 줄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작년 인플레 흐름을 보면, 3월 2.6%였다가 4월에 4.2%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5월에 5.0%로 5% 대를 기록하기 시작했으며, 10월에 6.2%로 6%대에 올라섰습니다. 즉, 4월부터 급격하게 전년 대비 상승률이 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역기저효과를 생각하면, 올해는 4월부터 전년 대비 물가 상승률이 주춤해야 하는데 4월에도 크게 주춤하지는 않았습니다.

미국의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자료=미 연준

한편 채권시장에선 다양한 금리 전망이 나오면서 뜨거운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금리가 계속 오를지, 아니면 반대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져서 금리가 떨어질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브리지워터는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연 4%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스탠다드차타드 등은 JP모건의 제이먼 다이먼 회장이 경고했던 ‘경제 허리케인’이 온다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연 2.25% 부근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이번 분기에 미국 성장이 둔화될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 연준이 긴축 정책을 펼친 효과가 벌써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연준의 얘기대로 연착륙 가능성이 높을 지, 아니면 월가에서 베팅이 늘어나는 대로 경착륙 가능성이 높을 지 따져 봐야 하겠습니다. 둘째,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도 고공 행진을 하면서 경기는 침체에 빠지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과거와 상황이 달라진 것도 감안하면서 앞을 내다봐야 하겠습니다. 셋째, 미국 물가가 정점을 찍고 빠르게 하강할지, 아니면 계속 고공 행진을 할 지 논란이 있습니다. 물가 지표는 미 연준의 긴축 강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추이를 잘 챙겨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