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2.79% 하락한 3만516.74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3.88% 떨어진 3749.63을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4.68% 하락한 1만809.23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재무부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28%포인트 급등한 연 3.43%를 기록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는 ‘S&P500 베어마켓’, ‘빅 자이언트 스텝 나오나’, ‘K자 물가의 의미’를 꼽았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전략가인 웨이 리는 13일 투자자 노트에서 “우리는 저가 매수를 하고 있지 않다. 아직 밸류에이션이 개선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고, 연준이 과잉 긴축을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이익에 대한 압력도 계속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모건스탠리의 최고경영자(CEO) 제임스 고먼은 한 컨퍼런스에서 “미국 경제의 침체 확률이 약 30% 정도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50% 정도 된 것 같다. 걱정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했습니다. 방송에서 자세한 내용을 알아 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 S&P500 베어마켓
S&P500이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는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했습니다. 1월 고점 대비 21% 하락했습니다. S&P500은 지난달 20일 장중 한 때 베어마켓에 진입한 적은 있으나, 종가 기준으로는 이날 베어마켓에 진입했습니다. 직전 베어마켓은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다우는 현재 고점 대비 17%, 나스닥은 33% 정도 하락한 상황입니다.
LPL파이낸셜에 따르면 S&P500은 그간 2차 대전 이후 17차례의 베어마켓(19~20% 떨어진 것도 포함)을 경험했습니다. 평균 하락률은 29.6%였고, 평균 지속기간은 11.4개월이었습니다.
S&P500이 베어마켓에 진입한 것은 지난 10일 나온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의 직접적인 영향입니다. 당시 월가 전망인 8.3%보다 높은 8.6%의 물가 상승률이 나왔습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 연준의 강한 긴축 정책이 불가피하고, 긴축 정책은 결국 미국 경제를 침체로 빠뜨릴 것이라는 걱정이 주가를 끌어 내리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가 침체되면 기업 실적은 악화될 것이고, 이는 결국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스토리입니다.
시장 금리는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이날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3.43%로 전 거래일보다 0.28%포인트 급등했습니다. 2020년 3월 이후 하루 변동폭으로는 가장 큰 것입니다. 지난 10일에도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3.15%로 전날보다 0.11%포인트 급등했습니다.
금리에 취약한 테크주가 큰 폭의 주가 하락을 불러 왔습니다. 여기에 더해 비트코인 가격이 2만3000달러 아래로 떨어져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테크주에 대한 투자 심리도 같이 떨어뜨렸습니다.
이날 모건스탠리의 최고경영자(CEO) 제임스 고먼은 한 컨퍼런스에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50%라고 했습니다. 고먼은 “앞서 침체 확률이 약 30% 정도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50% 정도 된 것 같다. 다만, 아직 100%는 아니다. 조금은 걱정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했습니다. 앞서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경제 허리케인’이 오고 있다고 한 것과 맥락이 닿아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미국에서 침체가 온다는 게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월가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블룸버그가 이번 달에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로는 48%가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21%는 ‘경착륙’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경착륙은 침체는 아니라고 봤습니다. 31%만이 더 심한 침체가 올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경제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해야 침체라고 봅니다.
그러나 침체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기업 실적 하락으로 주가가 흔들릴 우려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전략가인 웨이 리는 투자자 노트에서 “우리는 저가 매수를 하고 있지 않다. 아직 밸류에이션이 개선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고, 연준이 과잉 긴축을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이익에 대한 압력도 계속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블랙록은 에너지 가격이 성장에 타격을 주고 노동 비용의 상승이 이익을 갉아 먹을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블랙록은 향후 6~12개월에 대한 자산 배분 전략에서 주식에 대해 ‘중립’입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주식에 비중확대를 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은 기업 이익에 대한 비용 압력이 높아지고 소비자 수요가 둔화될 우려를 제기하면서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윌슨은 S&P500이 8월 중순까지 3400까지 밀릴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제레미 시겔 와튼대 교수는 CNBC에 나와 시장이 이미 침체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면서 “현금이 있다면, 지금 주식을 사도 될 때”라며 “1년 뒤에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시겔 교수도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겔 교수는 주가수익비율(PER)로 보면 주식이 상당히 싼 상태라는 얘기입니다. 현재 S&P500의 주가수익비율은 17배로 10년 평균(16.9배) 수준입니다. 시겔 교수는 테크주를 제외하면 S&P500의 주가수익비율이 13배에 불과하다고 덧붙였습니다.
◇ 빅 자이언트 스텝 나오나
5월 소비자물가 발표 후 오는 14~15일 열리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75%포인트 인상 확률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소위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월가 일각에선 1%포인트 인상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앞서 5월 FOMC가 끝난 후에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0.5% 포인트의 ‘빅스텝 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를 줬습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 워치 툴’에 따르면 6월에 0.75%포인트 인상 확률은 96.7%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주 목요일만 해도 이 확률은 3.6%에 불과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인 10일 21%로 올랐는데, 이날 더 급등한 것입니다.
제프리스, 바클레이즈 등은 6월 금리 인상 전망을 50bp에서 75bp(bp=0.01%포인트)로 수정했습니다.
제프리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아네타 마코우스카는 투자자 노트에서 5월 소비자물가와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는 “연준이 선제적인 긴축에 나서도록 기어를 바꾸게 만드는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했습니다. 5월 소비자물가는 8.6%로 1981년 12월 이후 가장 높았고, 6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는 50.2로 전월 대비 8.2 하락하며 관련 집계가 시작된 197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바클레이즈의 이코노미스트인 조나단 밀라도 투자자 노트에서 “미 연준은 6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시장을 놀라게 할 이유가 생겼다”며 “우리는 6월15일 75bp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으로 바꾼다”고 했습니다.
월가 일각에서는 1%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회의 테이블에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글로벌 외환분석가인 스티븐 잉글랜더는 “미 연준이 인플레 대응에 늦었다는 개념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100bp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잉글랜더는 6월 FOMC에서 100bp 인상 확률을 10%로 제시했습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연준이 75bp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월가 ‘빅 하우스’들은 6월에는 ‘빅스텝 인상’ 전망을 유지하면서 그 이후에 긴축 속도를 높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6월과 7월에는 0.5%포인트 인상 전망을 유지했지만, 9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을 0.25%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올렸습니다.
JP모건은 “파월 의장은 시장의 기대를 놀라게 하기 보다는 기대를 가이드 하기를 원한다고 제시해 왔다. 금리를 크게 올려서 놀라게 하지는 않을 것이고, 6월에는 50bp 인상의 경로를 걸을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다만 6월 FOMC에서 새로운 금리 인상 경로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올해 연말 금리 신호를 3월에 제시했던 연 1.875%에서 연 2.625%로 올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 K자 물가의 의미
5월 소비자물가에서 특이한 점은 전체 소비자물가의 방향과 근원 소비자물가의 방향이 엇갈렸다는 것입니다.
전체 소비자물가는 전달(8.3%)보다 높은 8.6%였지만, 변동성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달(6.2%)보다 낮은 6.0%였습니다. 소위 ‘K자 물가’의 방향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증권사 에드워드 존스에 따르면, 이런 차이는 지난 10년 동안에 가장 큰 것입니다.
향후 미 연준의 긴축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물가 방향을 전망하는 데 이를 고려해야 합니다.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고개를 숙인다면 물가의 피크 아웃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소비자물가에서 에너지와 식품은 22%를 차지합니다. 주거 비용은 3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는 60%, 상품은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가격은 앞으로도 소비자 물가를 괴롭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국제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 대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13일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0.22% 오른 배럴당 120.93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전미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갤런당 5달러를 넘었습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휘발유 부담도 늘고 있습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잰디는 전형적인 미국 가계의 한 달 휘발유 부담액이 1년 전에 비해 160달러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휘발유 가격은 여름 드라이빙 시즌을 맞아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JP모건의 나타샤 카네바 원자재 전략 담당은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8월까지 갤런당 6.2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에선 가격이 오르는 게 수요를 위축시켜 한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가스버디의 석유 분석 대표인 패트릭 디한은 이런 이유로 갤런당 5.25달러를 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한편 근원 물가를 보면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도 보입니다.
차량용 반도체 병목 현상이 풀리면서 그간 물가를 밀어 올렸던 중고차 가격이나 신차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항공료의 경우 너무 많이 치솟으면 여행 수요가 줄어서 안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게다가 주택 시장에서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신청이 줄고 거래도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택 가격이 주춤하면 주거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테크 감원 현상으로 인해 임금 상승도 억제될 수 있는 여지가 보입니다.
여기에 재고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물가가 계속해서 오르기는 어렵다는 전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소매 재고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회복됐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S&P500이 약세장에 진입했습니다. 월가에서는 높은 인플레를 잡기 위한 미 연준의 긴축 정책으로 경제 침체가 나타날까 걱정이 많습니다. 침체 가능성에 따라 앞으로 주가가 출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리스크 관리를 우선하면서 투자 전략을 검토해야 하겠습니다. 둘째, 미 연준이 긴축의 강도를 예고한 것보다 더 높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앞서 연준은 긴축의 대체적인 경로를 미리 알려주는 방식으로 정책을 펴왔습니다. 연준이 어떤 신호를 주는 지 눈 여겨 봐야 하겠습니다. 셋째, 인플레가 정점을 찍고 내려올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높은 인플레가 주가를 옥죄는 만큼, 거꾸로 인플레 완화 소식은 주가에 호재가 될 수 있습니다. 인플레 추이를 잘 챙겨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