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음원 서비스 ‘멜론’의 인기곡 투표 ‘최애 수록곡 대전’에서 트로트 가수 임영웅이 방탄소년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표 차이는 무려 41만여 표. 국내 중년 팬덤의 대표 주자가 글로벌 팬덤 아이돌 그룹을 꺾은 셈이다.
‘팬덤 화력전’이 시작된 것은 1차 투표가 열렸던 지난 4월. 임영웅이 전체 294만표 가운데 53만여 표를 휩쓸며, 20만여 표에 그친 아이돌 그룹들을 여유 있게 제치고 1위에 오르자 팬들의 표심(票心)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멜론은 상위 10위에 오른 가수를 상대로 재차 최종 투표를 진행했다.
추격전에 나선 방탄소년단 팬들은 당초 24만여 표에 그쳤던 득표 수를 최종에선 56만여 표로 두 배 이상 끌어올리는 결집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임영웅 팬들은 최종에서 97만여 표를 몰아줘 표 차이(29만→41만표)를 1차 때보다 더욱 크게 벌리며 여유 있게 1위를 지켜냈다. 멜론은 유료 회원권 판매를 위해 ‘무료 회원은 하루 1번’, ‘유료 회원은 하루 5번’ 투표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놨는데, 중년 팬들은 이를 적극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원 업계 관계자는 “구매력과 결집력을 모두 보유한 중년 팬의 저력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했다.
코로나 기간 온라인 주문이 대세가 되면서 대형마트들이 대규모 폐점,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유독 백화점이 ‘혹독한 태풍’을 피해간 것도 바로 중년 고객들의 탄탄한 구매력 덕분이었다. 실제로 롯데·신세계·현대 등 국내 주요 백화점 3사의 VIP 고객 절반가량은 50대 이상이 차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서 연간 4000만원 이상을 쓰는 ‘MVG크라운’ 고객의 50%, 현대백화점에서 연간 5500만원 이상을 쓰는 ‘자스민’ 고객의 61%가 50대 이상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이들 덕분에 국내 백화점들이 역대 최대 매출을 연일 새로 쓸 수 있었다”고 했다.
이처럼 코로나 이후 찾아온 혹독한 인플레이션 등 경제 침체 속에서도 45세 이상 중년층이 시장을 탄탄하게 지키는 ‘주력 소비층’임을 증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연령대별 인구가 가장 많고, 소비 성향이 높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강한 이른바 ‘A세대’의 부상이다.
A세대란?
중년층 가운데 학력·소득 수준이 높고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가치관이나 신기술 수용 면에서도 젊고 개방적인 세대를 뜻한다. Ageless(나이 초월), Attractive(자연스럽고 품위 있는 매력), Advanced(성숙하고 수준 높은 취향)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