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새벽에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15% 하락한 3만483.13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0.13% 떨어진 3759.89를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0.15% 하락한 1만1053.08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재무부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15%포인트 떨어진 연 3.16%를 기록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파월 “침체 유발 안 원해”’, ‘발목 잡는 침체 우려’, ‘여전한 ‘매수’ 추천’을 꼽았습니다.

시장 정보 업체 팩트세트가 S&P500 기업들에 대해 1만708건의 투자 의견을 분석해 본 결과, 56.7%가 ‘매수’ 의견이었습니다. 기업 중에서는 뉴욕 지역은행인 시그니처 뱅크 등을 모든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추천했습니다. 영상에서 100% 애널리스트들이 추천한 전체 주식 명단을 공개합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파월 “침체 유발 안 원해”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22일 상원 은행위원회 반기 증언에서 “경제 연착륙이 매우 어려운 과제”라면서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이 경기 침체를 유발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경기 침체에 대해 “확실히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연준 의장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정기적으로 의회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1978년 제정된 험프리 호킨스(Humphrey-Hawkins)법(완전 고용과 균형성장법)에 따른 것이어서 ‘험프리 호킨스’ 증언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22일 미국 상원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날 파월 의장은 구체적인 금리 인상 일정에 대해 추가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계속 금리를 올리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연준은 올 들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서, 3월 0.25%포인트, 5월 0.5%포인트, 6월 0.75%포인트 등 금리 인상 속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은 물가 상승을 잡을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면서, 금리 인상 폭은 물가 상승이 언제 꺾이기 시작하는지에 달렸다고 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결정은 향후 경제 데이터와 경제 전망 변화에 근거해 이뤄질 것”이라며 “매 회의마다 결정을 내릴 것이며, 우리의 입장을 가능한 한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 경제가 현재 강한 상태라는 것도 강조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는 매우 강력하며,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감당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퍼지고 있는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해서 파월 의장은 “현재 특별하게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으나, “확실히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의도하는 결과는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여전히 연착륙이 연준의 목표라고 하면서도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로 전쟁과 원자재 가격, 공급망 문제 등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블룸버그 기고문에서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데 집중하면서 향후 12~18개월 후에 미국 경제가 ‘경착륙’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더들리 전 총재는 2009~2018년 뉴욕연준 총재를 맡으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작년부터는 연준이 금리를 연 3~4%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 /프린스턴대

한편 이날 연준 고위 인사들의 금리 인상 지지 발언은 이어졌습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야후 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7월에 50bp(bp=0.01%포인트)나 75bp를 인상하는 걸 선호한다고 하면서 어느 수준이 될지는 앞으로 몇 주 동안 나올 경제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커 총재는 2개 분기 동안 마이너스(-) 성장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고용이 튼튼한 가운데 나타나는 전례가 없는 것이어서 이런 상황이 와도 침체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75bp가 논의에 있어서 아주 적절해 보인다”며 “데이터에 따라 50bp도 좋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에반스 총재는 “연말로 가면서 25bp를 (인상)하게 될 것”이라며 “100bp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로이터통신의 이코노미스트 대상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미 연준이 7월에 75b 금리를 올리고 9월에는 50bp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는 11월 이전까지는 25bp 금리 인상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이날 페드 워치 툴에 따르면 7월의 75bp 인상 확률은 95.7%였습니다.

◇ 발목 잡는 침체 우려

이날 월가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 출렁였습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데 방점을 찍은 세력은 ‘팔자’ 분위기를 나타냈고, 경기 침체를 유발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데 초점을 맞춘 세력은 ‘사자’ 분위기를 부추겼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월가 3대 증시가 하락 마감했습니다.

이날 금리와 유가는 모두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모두 침체 우려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통상 금리와 유가가 떨어지면 주가 상승 요인이 되지만, 이날은 오히려 침체 신호로 월가가 해석했습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의 경우에는 전날보다 0.15%포인트 하락한 연 3.16%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4일 연 3.5%에 근접하면서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했지만, 1주일 만에 0.4%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것입니다.

유가는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이 3.04% 하락한 배럴당 106.19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 5월12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서부텍사스유(WTI) 가격 추이. /자료=블룸버그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의회에 앞으로 3개월 간 연방 유류세를 면제하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을 요구했습니다. 휘발유에 대한 연방 유류세는 갤런당 18.4센트, 경유의 경우 24.4센트입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유류세보다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주(州) 유류세에 대해서도 일시적으로 면제해줄 것을 각 주에 촉구했습니다.

백악관은 연방과 각 주의 유류세 면제분이 그대로 가격에 반영될 경우 약 3.6%의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백악관은 유류세 면세를 즉시 가격에 반영하고 정유업체가 원유 처리 능력을 확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휘발유 가격을 갤런당 최대 1달러가량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5달러를 넘어서면서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우려가 높아진 상황입니다.

월가 금융회사들은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상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이날 시티그룹은 미국의 성장률 전망을 낮추면서 침체 가능성을 50%로 점쳤습니다. 시티그룹의 네이던 시츠 이코노미스트는 올해와 내년 미국 성장률 전망은 각각 2.3%, 1.7%로 0.3%포인트, 0.4%포인트 낮췄습니다.

시티그룹의 글로벌 성장 전망 수정. /자료=시티그룹

네이던 시츠는 세 가지 침체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는 통상적인 침체입니다. 실업률이 몇 %쯤 오르면서 여러 분기 동안 약한 성장을 하는 것입니다. 대신 인플레이션은 하락하는 상황입니다. 두 번째는 고통 속에서 인플레이션을 잡는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스태그플레이션입니다. 물가도 못 잡으면서 성장률은 하락하는 상황입니다. 시티그룹은 첫 번째 시나리오를 기대한다고 하기는 했습니다.

도이치뱅크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티안 제빙도 한 인터뷰에서 “전세계적으로 침체 가능성이 50%라고 말할 수 있다”며 “금리가 올라가면서 2023년 하반기에 침체가 올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미국 경제가 내년 3분기와 4분기에 -3.1%, -0.4% 등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침체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도이치뱅크의 미국 경제 전망. /자료=도이치뱅크

반면 UBS는 미국이나 세계 경제가 내년이나 내후년에 침체에 들어서지는 않겠지만, 경착륙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했습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내년의 경기 침체 확률을 15%에서 30%로 높였습니다. 향후 2년 내에 경기 침체 확률은 기존의 35%에서 48%로 높여 전망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달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앞으로 12개월 내 미국 경제가 침체에 직면할 가능성은 44%로 지난 4월 조사 때의 28%에서 크게 높아졌습니다.

◇ 여전한 ‘매수’ 추천

S&P500 기준으로 베어마켓(약세장)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매수’ 추천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시장 정보 업체 팩트세트가 S&P500 기업들에 대해 1만708건의 투자 의견을 분석해 본 결과, 56.7%가 ‘매수’ 의견이었습니다. 37.7%는 ‘중립’ 의견이었고, ‘매도’ 의견은 5.4%였습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S&P500 기업 매수 추천 비중(초록색) 추이. /자료=팩트세트

이는 5년 평균과 비교하면 ‘매수’ 비중이 높은 수준입니다. ‘매수’ 의견의 5년 평균은 53.3%입니다. 또 작년 3월 이후 15개월 연속으로 56% 이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1년 9월 이후 그 이전까지 오랜 기간 동안 55% 이상을 넘어본 적이 없습니다. ‘매수’ 추천 비중은 지난 2월 57.4%보다는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팩트세트의 애널리스트 존 버터스는 약세장에도 불구하고 ‘매수’ 비중이 높은 이유는 아직까지 기업 실적 전망이 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팩트세트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의 2분기 실적 전망은 다소 낮아지는 추세지만, 하반기의 실적 전망은 상향 추세입니다.

2분기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전망은 지난 3월 말 56.06달러에서 지난달 말 55.36달러로 1.3%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3분기 EPS 전망은 59.26달러에서 59.52달러로 0.4%, 4분기 EPS 전망은 60.74달러에서 60.78달러로 0.2% 상승했습니다.

매수 의견을 업종별로 보면 정보기술(IT)가 65%, 에너지가 64%, 통신 서비스 61% 등이 높은 수준이지만 필수 소비재는 39%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업 중에서는 뉴욕 지역은행인 시그니처 뱅크, 리츠인 알렉산드리아 리얼 에스테이트 에쿼티즈, 보험회사이자 리스크 관리 솔루션 업체인 어슈어런트를 담당 애널리스트 100%가 매수 추천을 했습니다. 이밖에도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98%), 마이크로소프트(95%) 등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매수 추천 비율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현실화된다면 EPS 등 실적 전망도 악화될 수 있습니다. 소시에테 제네럴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경기 침체 시기에 S&P500은 평균 33% 떨어졌고 EPS도 20%대 중반 정도로 하락했습니다. 아직 경기 침체가 현실화된 게 아니어서 애널리스트들의 EPS 전망 자체는 그대로일지 몰라도 실제 경기 침체가 오면 EPS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경기 침체기의 S&P500 주가와 주당순이익(EPS) 하락률 비교. /자료=소시에테제네럴

소시에테 제네럴은 전형적인 침체가 온다면 S&P500은 3200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만약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 1970년대와 같은 일이 벌어지면 S&P500은 2525까지 밀릴 수 있다고 봤습니다. 현재 주가 수준보다 33%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연준은 침체를 의도하지는 않고 있고, 금리 인상이 침체를 유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어떻게든 연착륙으로 경제를 끌고 가보겠다는 것입니다. 물가를 잡으면서 경제를 침체를 빠뜨리지 않는 연착륙 묘수를 찾아가기를 기대합니다. 둘째, 월가 금융회사들이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침체가 나타날 확률을 높여 잡고 있습니다. 주가에도 침체 확률이 반영되고 있습니다. 거꾸로 침체 우려가 줄어 든다면 주가에 호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각종 경제 지표들을 잘 챙겨봐야 하겠습니다. 셋째,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여전히 S&P500 기업들에 대한 ‘매수’ 추천을 과거 보다 높은 수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업 실적 악화나 둔화 우려가 아직은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침체가 현실화되면 기업 실적도 나빠질 것입니다. 실적에 대한 영향도 잘 따져 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