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새벽에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56% 하락한 3만946.99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2.01% 떨어진 3821.55를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2.98% 하락한 1만1181.54에 마감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베어마켓 랠리가 뭐길래’, ‘유통 재고의 ‘채찍 효과’’, ‘침체 반영 주가는’을 꼽았습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 사이언자산운용 대표가 유통 업체들의 재고가 늘어나는 게 미 연준의 금리 인하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채찍 효과’를 언급하자 월가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마이클 버리 사이언자산운용 대표는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뤘던 영화 ‘빅쇼트’(2016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주인공의 실제 모델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위기 때 공매도로 8억 달러(약 1조300억원)를 벌었습니다. 오늘 방송에서 채찍 효과가 뭐길래 금리 인하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인지 알아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영상 보러 가기] : https://youtu.be/h2iZmrEdQfQ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베어마켓 랠리가 뭐길래

지난주 6% 넘게 올랐던 S&P500은 이번 주 들어 이틀 연속 하락했습니다. 지난주에 S&P500은 6.5%, 나스닥은 7.5%, 다우는 5.4% 상승하면서 오랜만에 상승장을 보여줬지만, 이번주는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베어마켓(약세장) 랠리’ 얘기가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베어마켓 랠리는 약세장이 진행되는 와중에 잠시 상승장이 펼쳐지는 것을 가리킵니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모건스탠리의 최고투자책임자 마이크 윌슨은 ‘베어마켓 랠리’가 진행되면서 5~7%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금리가 일시적으로 떨어지고 유가 상승 우려가 완화되면서 잠시 랠리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윌슨은 S&P500 기준으로 420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윌슨은 결국 기업 실적 악화 등을 반영하면서 하락세로 돌아서 S&P500은 올해 3400~35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는 경우 3000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베어마켓 랠리는 기존 하락장에서도 나타나서 저가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던져줬습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2007년 10월부터 나타났던 베어마켓은 2009년 3월까지 S&P500을 57%나 끌어내렸습니다. 그런데 2007년 가을부터 2008년 여름까지 8%, 12%, 7%씩 오르는 베어마켓 랠리가 나타났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08년 가을에는 18%, 24%나 오르는 베어마켓 랠리를 보였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베어마켓 랠리. /자료=야후파이낸스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붕괴 때도 베어마켓 랠리가 나타났었습니다. 2000년 3월부터 2002년 10월까지 S&P500은 49%나 폭락했습니다. 그 사이에 19% 이상 오르는 베어마켓 랠리가 네 번이나 나타났고, 그보다 작은 베어마켓 랠리도 있었습니다.

닷컴 버블 붕괴 때 베어마켓 랠리. /자료=야후파이낸스

이번에도 지난주 반짝 상승이 이어지지 못하는 베어마켓 랠리의 하나로 그치고 말지 주목됩니다.

다만 낙관론을 펼치는 JP모건의 전략가인 마르코 콜라노빅은 연기금과 국부펀드들의 반기 말 리밸런싱으로 이번 주에만 S&P500이 7%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주가 하락으로 주식 보유 비중이 줄어든 경우 주식을 더 담으려고 하기 때문에 주가가 오른다는 것입니다. 1분기 말에도 리밸런싱 효과로 주가가 올랐다는 것입니다. 당시 S&P500은 10%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콜라노빅은 연말에 S&P500이 4800까지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한편 이날 나온 콘퍼런스보드가 집계한 6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8.7을 기록했습니다. 5월의 103.2보다 하락한 것은 물론, 작년 2월 이후 16개월만에 가장 낮은 것입니다. 휘발유와 음식료 가격 상승 등으로 소비자들의 심리가 나빠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콘퍼런스보드가 집계한 소비자신뢰지수 추이. /자료=콘퍼런스보드

이날 연준 고위 인사들은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CNBC와 인터뷰에서 “침체는 당장에 우리의 기본 논거가 아니다”라며 “나는 경제가 강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분명 금융 환경이 긴축됐고, 나는 올해 성장이 지난해와 비교해 약간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를 수치화하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1.5%라고 했습니다. 1984년 이후 가장 빠른 성장률이었던 지난해 5.7%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침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 /로이터 연합뉴스

윌리엄스 총재는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연준의 금리가 내년 어느 시점에 4%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으며, 다음 회의에서 연준은 50bp(bp=0.01%포인트)나 75bp 금리 인상을 논의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링크드인과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으로 미국 경제 성장이 2% 밑으로 둔화될 수는 있지만, 성장을 멈추지 않을 정도의 충분한 모멘텀이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데일리 총재는 7월에 75bp 인상이 좋을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미국 경제가 튼튼하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스위스에서 열린 UBS 주최 행사의 패널 토론에서 침체 리스크에 대한 질문에 대해 불러드 총재는 “미국의 개인 소비 지출은 강하고, 경제의 리오프닝, 코로나 지원, 높은 수준의 부, 강한 고용 시장 등으로 인해서 가계가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경제가 속도를 늦추기는 하겠지만 성장 트렌드 아래로 떨어지기 보다는 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 유통 재고의 ‘채찍 효과’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 사이언자산운용 대표가 유통 업체들의 재고가 늘어나는 게 미 연준의 금리 인하까지 이어진다는 ‘채찍 효과’를 언급한 트위트를 보낸 것에 월가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채찍 효과’는 소를 몰 때 긴 채찍을 사용하면 손잡이 부분에서 작은 힘이 가해져도 끝부분에서는 큰 힘이 생기는 데에서 붙여진 명칭입니다. 아주 사소하고 미미한 요인이 엄청난 결과를 불러온다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와 유사한 현상입니다.

마이클 버리 사이언자산운용 대표는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뤘던 영화 ‘빅쇼트’(2016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주인공의 실제 모델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위기 때 공매도로 8억 달러(약 1조300억원)를 벌었습니다.

버리는 지난 27일 트위터에 ‘유통업체의 공급 과잉은 채찍 효과(bullwhip effect)이다. 구글링을 해 보라. 투자 노력에 대해 이해할 가치가 있다. 이 같은 디플레이션 펄스(진동)는 -> 올 하반기 소비자물가(CPI)의 디스인플레이션 -> 연준의 금리와 양적긴축(QT) 반전 -> 사이클’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에는 CNN이 보도한 ‘반품할 물건은 그대로 보관하라: 상점들이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상품을 반환하지 않으면 보상하는 걸 검토 중’이라는 기사를 링크해 놨습니다.

마이클 버리의 트위트. /트위터

미국 유통업체들의 재고는 4월 현재 6972억 달러로 코로나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의 6605억달러를 넘어섰고, 역대 최대 수준입니다.

타깃, 월마트, 갭 등 미국의 유통업체들은 1분기 실적 발표 때 재고가 너무 많이 쌓이고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작업복, 봄 의류, 정원 물품, 장난감 등의 재고가 넘쳐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보관 비용 등 때문에 실적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까지 했습니다.

CNN의 보도에 따르면, 유통업체의 1달러 매출에 순이익은 1~5센트 정도 됨. 그런데 소비자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반품을 하게 되면 1달러 반품 당 15~30센트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차라리 반품 의사가 있는 물건을 받지 않고 대신 보상하는 방안을 일부 유통업체가 검토 중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미국 유통업체들은 늘어나는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대규모 할인 판매를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버리의 얘기는 이런 게 단순히 유통업에서 벌어지는 일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거시 경제적으로 영향을 줘서 결국 미 연준이 금리를 낮추는 반전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하는 것입니다.

유통업체의 늘어나는 재고의 성격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혁신주 투자의 대표 주자인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에 출연해 “내 45년 경력에서 이렇게 재고가 많이 늘어난 것은 본 적이 없다”고 재고 문제를 다시 언급하면서 이미 미국이 경기 침체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급격한 수요 위축 때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부 수요 위축이 있겠지만 그걸로는 설명이 안 되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공급망 병목의 해소에 따른 공급 과잉 문제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 설립자이자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이안 셰퍼드슨은 최근 노트에서 공급망 압력이 완화되면서 수요 위축보다는 공급 과잉이 나타나서 마진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현재 미국 유통업체들의 재고는 수요 감소로 인해 증가한 것이기 보다는 공급망 병목이 해소되면서 나타나는 것이라는 해석을 했습니다. 경기 침체 전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재고 급증과는 다른 양상이라는 얘기입니다. 또 마진 압박도 경기 하강이 나타날 때 통상 타나나는 인건비 상승과 수요 하락의 조합이 아닌, 공급 증가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서 나타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셰퍼드슨의 관점에서 보면, 인플레이션은 조만간 하향 추세를 보여서 투자자들이 미 연준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에 침체 리스크가 약화되는 걸 보게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소비심리는 나빠지는 것으로 나왔지만, 실제 소비는 생각보다는 견조할 수 있습니다. 전날 나이키의 실적 발표 때 최고재무책임자 매튜 프렌드는 “소비자 행동에 대해 상세하게 모니터하고 있지만, 현재 수요 후퇴의 조짐을 발견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나이키는 연간으로 두 자릿수 초반의 매출 증가를 전망한다고 했습니다.

◇ 침체 반영 주가는

시티그룹이 올해 연말 S&P500 전망을 기존의 4700에서 4200으로 낮췄습니다. 낮춘 이유는 올해 침체 가능성을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시티의 미국 주식 전략가 스콧 크로너트는 지난 3월 내놨던 기존 S&P500 전망인 4700은 밸류에이션에 지정학적 우려는 반영이 돼 있지만 침체에 관련해서는 연착륙을 가정했었다며 이번에는 침체 가능성을 더 반영해서 주가 전망을 내놨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향후 경제에 대해 침체 강도에 따라 세 가지 시나리오를 내면서 시나리오별 확률을 반영해서 평균 주가 전망을 내놓은 것입니다.

시티그룹의 침체 시나리오별 주가 전망. /자료=시티그룹

우선 미국 경제의 연착륙(soft landing) 시나리오 확률은 50%로 봤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공급망 충격도 완화되면서 성장 경로가 유지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S&P500 은 기존 전망과 같이 4700까지 갈 수 있다고 봤습니다. 두 번째는 약한 침체(mild recession) 시나리오로 확률은 40%였습니다. 공급망 충격이 완화되지 않지만 장기적인 인플레 기대는 억제되는 상황입니다. 이 경우 연말 S&P500은 3650으로 현재보다 다소 떨어지는 수준으로 전망했습니다. 세 번째는 심각한 침체(severe recession) 시나리오로 확률은 5%에 불과합니다. 연준이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글로벌 성장이 더뎌지는데도 금리를 올리는 상황입니다. 최종 금리도 지금 예상한 것보다 더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이 경우 연말 S&P500은 3150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시티는 글로벌 침체 확률은 50%로 보고 있습니다. 이 세 경우를 확률대로 섞어 봤더니 S&P500 전망이 4200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UBS도 하반기 전망을 내놓으면서 향후 연착륙(soft landing)이냐, 침체(slump)냐,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냐, 리플레이션(reflation, 회복)이냐라는 네 가지 시나리오로 주가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UBS의 시나리오별 주가 전망. /자료=UBS

마크 헤펠레 최고투자책임자가 이끄는 UBS글로벌 자산운용의 최근 하반기 전망에서 미국 경제의 연착륙 확률을 40%로 시티와 마찬가지로 가장 높게 봤습니다. 연착륙의 경우엔 S&P500이 현재와 비슷한 수준인 3900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경우 가치주와 금융, 에너지 업종이 유망한 것으로 제시했습니다.

침체 확률은 30%로 봤습니다. S&P500은 3300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경우에는 헬스케어와 같은 방어적 성격의 업종이 상대적으로 나을 것으로 봤습니다. 또 배당주도 방어적인 성격이 있을 것으로 제시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 확률은 20%입니다. S&P500은 역시 3300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경우에는 현금 확보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리플레이션이 나타날 확률은 10%에 불과하다고 봤습니다. 이 경우 S&P500은 4500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이 경우 모든 업종이 다 좋겠으나, 그간 약세장에서 타격을 받이 많이 받았던 성장주가 더 강한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미국 경제의 침체 확률을 어떻게 보냐에 따라서 주가 전망도 갈리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가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연준의 긴축으로 인한 밸류에이션 악화는 많이 주가에 반영된 상태이므로, 추가로 기업 실적 악화나 개선이 어떻게 되느냐가 향후 주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월가 증시의 반등이 약세장 와중에 반짝 상승세로 그치고 말지 논란입니다. 단기 주가를 점치는 것은 전문가들도 어려워하는 일입니다. 하루하루 주가에 매몰되기 보다는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세우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둘째, 미국 유통 업체들의 재고가 급증하는 게 어떤 파장을 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수요가 약화되는 침체의 신호인지, 공급망 병목이 완화되는 신호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입니다. 향후 추이를 챙겨봐야 하겠습니다. 셋째, 월가에서 다양한 침체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향후 주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앞으로 경기 침체가 올 것이냐가 주가 전망의 큰 방향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을 잘 따져 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