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덮친 초(超) 인플레이션은 구매력 저하에 직면한 가계뿐 아니라 기업의 생존도 위협한다. 가격 전가력이 있는 기업들은 인플레이션하에서도 마진율을 방어할 수 있고, 가격을 못 올린 업체가 도태되는 사이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 김지섭 기자가 조선일보 머니채널에 출연해 가격 전가력이 높은 기업들을 소개했다.

◇매출총이익률, 재고율이 주요 지표

<YONHAP PHOTO-4160> 기대인플레 사상 최대폭 급등한 3.9%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한국은행의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5월(3.3%)보다 0.6%포인트 오른 3.9%로 집계됐다.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고, 0.6%포인트 상승 폭은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 기록이다. 사진은 29일 서울 명동거리. 2022.6.29 mjkang@yna.co.kr/2022-06-29 14:52:57/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가격 전가력을 보유한 업종을 가려내는 데 가장 널리 활용되는 지표는 매출 대비 총이익률(GPM)이다. 메리츠증권이 미국 내 20여 세부 업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제약바이오, 음식료·담배, 의료 장비·서비스, 소프트웨어·컴퓨터서비스, IT하드웨어 등의 가격 전가력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디어, 약국·식료품점, 헬스케어 서비스 등은 전가력이 낮은 편이었다.

GPM 외에 재고율(在庫率)도 가격 전가력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다. 재고가 적을수록 공급이 귀해져 생산자 우위 시장이 만들어지면 가격 전가가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20여 세부 업종을 대상으로 현 재고 수준과 ‘재고 대비 주문량(주문-재고 스프레드)’을 분석한 결과 ‘전자 및 영상, 통신장비’ 업종을 비롯해 기타 운수(선박·철도·항공), 음료, 의약 업종의 가격 전가력이 가장 높았다. 재고는 많지 않은데 주문이 몰리면서 기업이 가격을 올리기 좋은 여건인 것이다. 반면 섬유제품, 펄프·종이, 가죽·신발 등의 업종은 재고가 쌓여있지만 주문이 많지 않아서 원가 상승에도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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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시즈캔디 찾아라

테슬라의 로고.

업종만으로 가격 전가력을 모두 판가름할 수는 없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거나 점유율이 높고,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만이 인플레이션 시기에 비용 상승 압력을 비교적 쉽게 소비자에게 떠넘길 수 있다.

단골로 등장하는 사례가 100년 전통의 미국의 유명 수제 초콜릿 브랜드 ‘시즈캔디’이다. 워런 버핏은 1972년 이 회사를 인수해 인플레이션이 극심했던 1970년대에 설비투자 없이 캔디와 초콜릿 가격을 매년 야금야금 올리는 방식으로 이익을 늘렸다. 가격이 조금 올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충성 고객이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버핏은 이를 간파한 것이다. 버핏 인수 후 10년간 시즈캔디의 영업이익은 연평균 18%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시즈캔디처럼 큰 고민 없이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기업으로 글로벌 브랜드 가치가 최상위권인 애플, 테슬라, 나이키, 코카콜라, 프록터앤드갬블(P&G) 등을 첫손에 꼽는다. 실제로 테슬라의 경우 모델3(롱레인지) 가격을 지난 1년 사이 24%(5999만원→7429만원)나 올렸다. 가파른 가격 인상에도 테슬라의 지난 1분기 차량 인도 대수는 31만대로 전년 대비 68%나 늘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28억4000만달러)이 379%나 증가했고, 매출총이익률은 전년 대비 6.4%포인트 늘어난 32.9%를 기록했다.

고소득층이 주요 타깃인 명품 브랜드들도 가격을 비교적 자유롭게 전가하는 기업군에 속한다. 디올, 루이비통, 셀린느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LVMH는 지난해에만 주요 모델 가격을 20~30% 이상 올렸으나 순이익(120억유로)은 전년 대비 156%나 증가했다. 매출총이익률(68.3%)은 전년보다 3.8%포인트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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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전가력, 실적으로 증명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스탠더드앤푸어스(S&P) 등 지수 사업자들이 산출하는 퀄리티(quality) 지수를 참고하는 것도 가격 전가력이 높은 기업들을 선별하는 방법이다. 판매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있는 기업은 영업이익을 꾸준히 높게 유지할 수 있고, 무리해서 빚을 낼 필요도 없다는 점에 착안해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 부채비율 등을 토대로 산출한 지수다.

주식시장에는 이 지수들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들도 다수 상장돼 거래된다. 총자산규모(AUM)가 100억3840만달러(약 13조원)에 달하는 미국의 MTUM(종목명)이 대표적이다. MTUM의 비중 상위 기업인 존슨앤드존슨(4.62%), 애플(3.77%), 나이키(3.54%), 코스트코(3.43%), 메타(3.29%), 마이크로소프트(3.05%) 등은 가격 전가력이 높은 대표 기업으로 볼 수 있다.

가격 전가력(퀄리티 점수)이 좋은 기업 중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기업들을 골라 투자하는 상품도 있다.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기업에 투자하는 MOAT(미국 상장)와 ‘KINDEX 미국Widemoat 가치주’(국내 상장), 배당이 꾸준히 증가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DGRW(미국 상장) ETF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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