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에서 5년째 호프집을 하는 이모씨는 “올 들어 임대료, 식자재, 인건비, 공과금 등 안 오른 게 없다”고 했다.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작년보다 5% 올랐는데 최저임금만 줘서는 아르바이트 구하긴 불가능하다. 이씨는 “배달 라이더로 몰리다보니 지금은 시급을 1만2000원까지 올려도 아르바이트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주류와 각종 식자재 가격도 올랐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2월 소주 출고 가격을 7.9% 올렸고, 생맥주도 테라가 케그(20L)당 4만2000원에서 올해 4월 4만9000원으로 인상했다. 이씨는 지난 5월 소주 판매 가격을 5000원에서 5500원으로 올렸지만, 매출 비중이 큰 맥주는 아직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 마요네즈·계란·훈제연어와 같은 식재료는 14~55% 뛰었다. 여기에 전기·가스요금도 계속 오르고 있다. 이씨 가게의 6월 전기 사용량은 작년보다 13% 늘었는데, 요금은 43% 증가했다. 임차료도 지난해 월 652만원에서 685만원으로 33만원(5%) 올랐다. 이씨는 “영업이 정상화되긴 했지만 비용이 워낙 많이 증가해 남는 것으로 따지면 코로나 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고 했다.

◇총체적 위기 겪는 자영업자들

자영업자들이 ‘퍼펙트 스톰’(총체적 위기)을 겪고 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5% 오르는 최저임금, 식량 공급망이 흔들리며 폭등한 식자재 가격, 코로나 종식 국면이라는 이유로 건물주들이 올린 임대료, 각종 공과금 등 비용이 급증한 탓이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엔데믹에 지난 2년간 봤던 손실 만회를 기대했지만 여전히 밑지며 장사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이 많다. 올해 5% 오른 최저임금은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시간당 1만원이 넘고, 고깃집이나 술집 같은 근무 강도가 센 곳은 시급이 1만4000원까지 뛰었다. 코로나를 거치며 청년층이 배달 라이더 등으로 빠져나가 아르바이트 구인난이 계속 이어지는 탓이다. 구인 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르바이트 구직 공고는 지난해 1분기보다 40.2% 늘었지만, 지원자는 1.3% 증가에 그쳤다. 대전에서 300평 규모의 식당을 하는 조모씨는 “재료비 상승분만큼 가격을 올릴 수는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휴 수당 등 인건비 부담이라도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들은 코로나에 이어 원자재 가격 급등, 고금리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제는 고임금까지 겹쳐 ‘사중고’로 사업을 접어야 할 지경”이라고 했다.

식자재 상승도 자영업자에게 고통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배추 도매가격은 1년 사이 2배 가까이 뛰었다. 시금치(41%)·상추(122%)·양파(118%) 가격도 폭등했다. 부산 강서구에서 중국집을 하는 최모씨는 “장사한 지 11년째인데 올해처럼 모든 게 한꺼번에 오르는 건 처음”이라며 “작년 1만8000원이던 양파(20kg)를 지난주에는 3만2000원에 샀고, 2만5000원 하던 식용유(업소용 18L)는 세일 가격인데도 6만5000원이나 한다”고 하소연했다.

◇”금리 오르자 임대료까지 들썩”

코로나로 인한 영업 제한이 끝나고 정상 영업이 시작되자 그동안 동결하거나 인하했던 임대료를 다시 올려 받는 건물주도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대로 인근 소규모 상가의 1분기 임대료는 작년 4분기보다 7.9% 뛰었다. 서울 영등포(10%)·광화문(7%), 홍대·합정(5.8%), 공덕 (5.7%) 등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서구에서 PC방을 하는 김종우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장은 “금리까지 크게 오르다 보니 코로나 때 동결하거나 인하한 것까지 반영해 임대료를 20% 이상 올리는 곳이 많다”며 “정부에서 준 보상금은 업주들 피해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기홍 소상공인연합회 이사는 “소상공인들 사이에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는 말이 많다”며 “9월에 이자 상환 유예 조치까지 끝나게 되면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인플레이션 탓에 소비까지 위축되면서 답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공공요금에 대해서는 바우처 제공 등을 통해 비용을 낮춰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