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 업체 페라리의 최고경영자(CEO)는 2016년 “페라리의 매력은 요란한 엔진 소리다. 전기로 움직이는 페라리는 절대 생산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페라리가 지난달 전기차와 하이브리드(휘발유 또는 디젤 엔진과 전기 모터 등 2개의 동력원을 함께 사용하는 차) 비중을 대폭 늘릴 것이란 계획을 발표했다.

페라리는 2025년 자체 첫 순수 전기차를 출시하고, 2026년까지 전체 생산 차량 가운데 60%를 하이브리드 혹은 전기차로 채우겠다고 했다.

[페라리의 전기차 출시 계획 영상으로 확인] : https://youtu.be/Iyx4QmD-q2g

페라리 뿐 아니다. 영화 007시리즈의 ‘본드카’로 유명한 영국의 슈퍼카 업체 애스턴마틴은 2025년 내연기관차 생산을 끝내고 2026년부터는 전기자동차 업체로 변신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람보르기니는 내연기관 차량만을 생산하는 현재의 체제를 올해로 끝내기로 했다. 2024년까지 15억 유로(약 2조500억원)를 투입해 2020년대 후반 첫 순수 전기차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슈퍼카는 내연기관 엔진에서 나오는 굉음과 최고 시속 400㎞에 이르는 속도가 핵심 포인트다. 반면 전기차는 모터로 구동하기 때문에 소리가 없고, 아직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속도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 슈퍼카 업체들은 ‘내연기관의 마지막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끝까지 내연기관을 고수할 것이란 얘기를 해왔다.

하지만 유명 슈퍼카 업체들이 하나둘 ‘굉음’을 포기하고, ‘친환경’ 전기차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탄소 감축 추세를 외면하기 어려워졌다는 데 있다. 유럽은 EU 차원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총량으로 관리하면서, 이를 초과할 경우 벌금을 부과한다.

탄소 감축은 고객들의 요구이기도 하다. 슈퍼카를 찾는 소비자 나이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데, 이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 스테판 윙클만 람보르니기 CEO는 “상대적으로 어린 가상화폐 신흥부자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가 슈퍼가 오너로 유입되고 있는데, 지속가능성(기후변화 대응)을 약속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우리 제품을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성능 면에선 전기차의 급가속 능력이 내연기관을 추월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통상 제로백(시속 0㎞에서 100㎞로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초대인데, 일반 내연기관 차량은 5초 넘게 걸린다”고 했다.

앞으로 전기차 제작 능력은 생존을 위한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이근호 교수는 “전기차 제작 기술이 자동차 업체의 미래 생존력을 보여주는 척도로 간주되고 있다”며 “슈퍼카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물론 뒤늦게 전기차 경쟁에 뛰어든 슈퍼카 업체들이 전기차로도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독일 자동차 회사 오펠의 카를 토마스 노이만 전 사장은 뉴욕타임스에 “단순히 전기차를 만들고 그 위에 페라리 로고를 붙인다고 해서 전기슈퍼카가 되는 게 아니다”며 “현재 슈퍼카 업체들이 전기차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하는 위치에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페라리의 전기차 출시 계획 영상으로 확인] : https://youtu.be/Iyx4QmD-q2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