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의 닭 특수부위 전문점 송계옥은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맛집’으로 유명합니다. 주말에는 기본 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탓에 오후 3~4시쯤이면 저녁식사를 하려는 손님들로 가게 앞은 북적입니다. 긴 대기줄은 맛집의 상징과 같지만 사장에게는 부담스러운 꼬리표이기도 합니다. 손님은 기다림 자체만으로 불만이 생기고, 음식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죠.

송계옥 우지호(34) 대표는 “맛있는 음식만으로는 기다림에 대한 보답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의 목표는 맛있는 음식을 넘어 만족스러운 경험을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송계옥 잠실 본점 주방 앞에 있는 우지호 대표. 우 대표는 맛있는 음식을 넘어 만족스러운 경험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이를 위해 그는 음식 맛만큼 친절한 서비스를 중시한다./김지호 기자

◇요식업도 결국 서비스업...‘서비스 품질’ 위해 직영만 한다

송계옥은 직영을 고수합니다. 개업 후 손님이 몰리자 가맹 문의만 200건 이상 들어왔죠. 우 대표는 모두 거절했습니다. 음식점은 ‘음식’을 넘어 ‘경험’을 파는 곳이라는 우 대표의 경영 철학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 직영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송계옥은 맛 만큼이나 서비스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가맹점은 음식 맛은 비슷하게 유지할 수 있지만, 서비스까지 지켜내기가 쉽지 않죠. 요식업은 서비스업이잖아요. 음식점은 음식을 넘어 소비하는 ‘경험’을 파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가게마다 서비스가 달라지는 순간 브랜드 가치는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그걸 지켜볼 자신이 없었어요.”

– 다들 가맹점을 많이 내주면서 브랜드를 키우려고 하지 않나요?

“같은 브랜드 치킨 집인데도 가게마다 만족도가 다르지 않나요? 어떤 곳은 종업원이 친절해서 기분 좋게 먹고 나오고, 어떤 곳은 오래된 치킨무가 나와서 실망하고 말이죠. 가맹점 확장으로 성공하는 방식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송계옥은 어느 지점이든 제가 직접 관리하는 본점만큼 손님을 만족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송계옥의 대표 메뉴들. 가운데 메인 메뉴인 '닭 모둠구이 대'를 중심으로, 왼쪽부터 '지도리우동', '야끼 오니기리', '야채 모둠구이', '봄나물 퉁퉁장 된장찌개', '송계옥 비빔면'./송계옥 인스타그램

– 가게들 모두 2030 소비자가 많은 ‘핫플(핫플레이스)’이네요. 위치 선정 기준이 있나요?

“상권의 크기부터 봐요. 소비자의 연령층, 구매력, 유동인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죠. 다만, 상권 안에서도 임대료가 비싼 중심지는 피해요. 실제로 송계옥 1·2호점인 잠실점, 성수점은 주택가에 위치해 있어요. 큰 권리 보증금을 낼 여력이 없어서 구석으로 들어갔습니다. 창업 비용을 아끼는 대신 보다 나은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면, 손님들이 찾아와 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죠.”

– 접근성이 떨어지는데도 손님이 많네요.

“잠실 본점은 작년 3월에 개업했는데 첫 달 매출이 1억원을 넘었어요. 생각보다 잘 나와서 놀랐죠. 1년 3개월이 지난 올 6월, 4개 가게의 총 매출은 7억원 정도입니다. 브랜드 전체로 보면 7배 늘어난 거죠. 평균을 내면 지점당 월 매출은 1억7500만원 정도 됩니다.”

– 주변에 비슷한 메뉴를 파는 경쟁 업체가 생기진 않았나요?

“많이 생겼죠. 메뉴 구성까지 그대로 따라 하는 곳들도 있어요. 똑같은 닭 특수부위를 파는데, 사이드 메뉴, 심지어 시그니처인 ‘얼그레이 하이볼’까지 따라했더라고요. 서울에서 송계옥과 비슷한 식당이 30곳쯤 생겼습니다. 요식업은 특허 개념이 없어서 문제 삼기도 어려워요. 그래서 더 신선한 음식과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주체는 직원, 직원들의 ‘태도’에 집중해야

송계옥은 직원들이 손님 테이블에서 고기를 직접 구워줍니다. 염통, 목살, 연골 등 각 부위를 설명과 함께 알맞은 굽기로 구워주고, 곁들여 먹기 좋은 소스를 추천합니다. 손님은 먹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송계옥의 온라인 리뷰에는 ‘직원이 친절하다’는 등 서비스에 대한 좋은 반응이 많습니다.

– 송계옥 리뷰를 보면 ‘친절하다’는 평이 많던데.

“직원 교육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어요(웃음). 서비스의 주체는 직원이잖아요. 손님은 ‘내가 대접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길 원해요. 그건 결국 직원의 역할이죠. 직원들이 열심히 하는 걸 손님들도 알아봐 주시는 것 같습니다.”

– 하는 일이 많으면, 직원이 그만큼 더 필요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현재 지점 4곳의 직원과 아르바이트를 합치면 80명이 넘어요. 직원들은 손님 주문을 받고, 테이블을 세팅하는 등 기본 업무 외에도 고기를 직접 구워주고, 친절하게 메뉴도 추천해줘요. 그만큼 일손이 더 필요하고, 인건비도 많이 들죠.”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송계옥 잠실점'의 한 테이블에 우지호 대표가 앉아 있다. 송계옥은 특수부위가 생소한 손님들을 위해 직원들이 설명과 함께 고기를 직접 구워준다./김지호 기자

– 직원들 교육도 만만찮을 것 같은데.

“네. 어렵습니다. 역할별로 매뉴얼을 만들었어요. 매장마다 ‘테이블링’ 담당 1명은 입장, 자리 안내 및 결제, ‘그릴링’ 담당 3~4명은 반찬 세팅, 고기 굽기 및 소스 설명, ‘서브빌첵’ 담당 2~3명은 주류와 음식 서빙, 하이볼 제조, 불 판 세팅 등을 하죠. 유기적으로 각자 맡은 일을 하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 엄청 디테일하네요. 직원들이 힘들어하겠어요.

“힘들어하죠. 실제로 다른 고깃집에서 일하는 것보다 배는 힘들 거예요. 특히 특수부위를 처음 접하는 손님들은 질문이 많아요. ‘이건 무슨 부위냐’ ‘무슨 소스랑 먹는 게 좋냐’ 등 끝이 없죠. 이때 직원들은 말동무가 되어주는 동시에 주변 테이블의 고기가 타지 않게 신경 써야 해요.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쁘기 때문에 그만큼 집중을 해야 합니다.”

– 직원 채용 과정도 까다로울 것 같은데.

“꼭 그렇진 않아요. 알바 플랫폼에 채용 공고를 올리고, 주변에서 소개를 받습니다. 전공, 경력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요. 오로지 일에 대한 의지만 봅니다. 저도 요식업과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다가 송계옥을 열었잖아요. 태도가 좋고, 의지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경력이 화려한 사람도 막상 일을 시켜보면 성실한 대학생 아르바이트보다 못할 때도 있죠. 그래서 1주일 정도 같이 일을 해보고 앞으로 함께 할지 말지를 결정합니다.”

송계옥 시그니처 음료인 '얼그레이 하이볼'. 홍차, 위스키, 탄산수, 레몬을 혼합해 만들었다./송계옥 인스타그램

◇23세 최연소 직원 연봉은 4000만원...좋은 직원은 좋은 대우 원한다

– 요식업 경험이 전혀 없으셨나요?

“없었습니다. 저는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를 나왔어요. 취업이 잘돼 ‘취업 깡패’라는 말을 듣는 학과였죠. 하지만 적성에는 맞지 않더라고요. 학문적 연구에 진심인 동기들을 보면서 ‘내 길은 아니다’ 싶었죠. 첫 직장으로 현대모비스 본사의 구매팀에서 일했어요. 시장조사 및 상품 거래 단가를 계산하는 일을 했죠.”

– 공대를 나와 대기업 다니던 분이 어떻게 음식점을?

“어릴 때부터 음식 장사를 하는 게 꿈이었어요. 학업, 취업에 떠밀려 뒤늦게 꿈을 좇기 시작한 거죠.”

– 직장 생활이 창업에 도움이 됐나요?

“그럼요. 조직 생활의 ‘맛’을 봤죠. 어떤 일을 하는지 만큼 누구와 일을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일한 만큼 받아야 일할 맛이 난다는 것(웃음). 좋은 직원은 결국 좋은 대우를 원하고, 받아야 해요. 송계옥은 직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만큼 대우를 해주려고 노력하죠.”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송계옥 잠실점 외관/송계옥 인스타그램

– 사장이 생각하는 직원들의 ‘좋은 대우’는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월급 봉투가 두둑해야죠. 창업할 때부터 경쟁 업체들의 직원 월급, 복지 등을 꼼꼼히 따져봤어요. 실제 비슷한 규모 식당들의 직원 임금을 조사해 표로 만든 뒤 적정 임금을 결정했습니다. 송계옥은 현재 홀 서빙 직원은 평균 시급 1만4000원, 주방 직원은 1만3800원 정도를 받아요. 이번 달은 격려 차원에서 전 직원 월급을 10만원씩 올려주기도 했어요. 보수 만큼은 높은 편이라고 자부합니다.”

– 실제 송계옥 직원들의 임금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입사 1년 차인 매니저 중에서 연봉 5500만원을 받는 분도 있어요. 매니저는 매장마다 홀 매니저, 주방 매니저 한 명씩 있어요. 각 매니저는 월급 외에도 매장 월 순수익의 1%를 인센티브로 받습니다. 최연소 매니저는 올해 23살인데 연봉이 4000만원이에요.”

– 인건비가 부담되진 않나요?

“부담이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실제로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마땅히 받아야 합니다. 직원들한테만 좋은 건 아니예요. 직원들이 열심히 해주면 송계옥은 장사가 잘되고,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니까요. 송계옥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일할 분이라면 나이, 전공, 경력 불문 언제나 환영입니다.”

– 사업 확장을 위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계신가요?

“음식과 서비스의 품질을 지킬 수 있는 선에서 수도권 중심으로 직영점을 늘려갈 생각이에요. 1년 3개월만에 벌써 잠실 본점과 성수, 판교, 교대 등 4곳을 열었잖아요. 오는 9월 압구정에 또 하나 낼 계획이구요. 고맙게도 찾아주는 손님이 많아서 지점마다 웨이팅이 1~2시간 정도 걸립니다. 맛과 서비스를 유지하려는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닭고기 구이의 본고장인 춘천에서도 매장을 하나 내고 싶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