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던 물가 상승세가 7개월 만에 꺾였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7%(전년 대비)에 그쳐 7월(6.3%)보다 낮아졌다고 2일 통계청이 밝혔다. 2월부터 계속 높아졌던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처음으로 낮아졌다. 8월 물가는 전월 대비로는 0.1% 떨어지며 2020년 11월 이후 21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지난 2월(3.7%)부터 치솟기 시작한 물가 상승률은 6월에 6%에 도달했고, 7월에는 6.3%로 1998년 11월(6.8%)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 유가나 곡물가 같은 대외 변수들의 (하락) 흐름이 완전히 역전되지 않는다면 물가가 정점을 넘어섰을 가능성도 실질적으로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 가격 인상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지난 6월 배럴당 113달러까지 올랐던 두바이유는 8월 97달러로 14% 넘게 하락했다. 이에 따라 8월 국내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19.7% 올라 6월(39.6%)·7월(35.1%) 대비 상승 폭이 크게 줄었다. 전월비로 보면 10% 하락해 1998년 3월(-15.1%)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꺾이면서 소비자 체감도가 큰 쌀, 계란 등 144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도 상승률이 낮아졌다. 8월 상승률은 6.8%로 6월(7.4%), 7월(7.9%)보다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물가는 불안한 상태다. 8월 호박(83.2%)·배추(78%)·오이(69.2%) 등 채소값이 많이 올랐다. 채소·과일·수산물 등 55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4.9% 오르면서 2021년 3월(15.2%) 이후 1년5개월 만에 가장 많이 뛰었다. 외식비(8.8%)는 1992년 10월(8.8%)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물가는 상당 기간 5~6%대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2일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하며 7개월 만에 상승세가 둔화했다. 그러나 채소를 비롯한 농산물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