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HAP PHOTO-4920> 주말 입장객 붐비는 춘천 레고랜드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8일 오전 강원 춘천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가 입장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2.5.8 yangdoo@yna.co.kr/2022-05-08 11:28:00/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강원도 산하 강원중도개발공사(이하 GJC)가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를 짓기 위해 투자자들로부터 빌렸던 2000억원 규모 자금에 대해, 강원도가 대신 갚는 대신 GJC의 상환 의무를 정지시키는 법원 회생 절차를 신청해 투자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GJC는 특수목적법인(SPC)로부터 빌렸던 2050억원 규모 채무를 만기였던 전날까지 갚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SPC의 채권에 기초해 증권사 등 기관 투자자 등에게 발행된 같은 금액의 유동화증권(ABCP)도 연쇄적으로 상환 불능 상태에 빠졌다. 레고랜드 건설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번 사태는 만기 전날이었던 지난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GJC 채무에 대한 강원도의 지급 보증을 피하기 위해, GJC에 대해 법정 관리(회생) 신청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김 지사는 “GJC가 빌린 2050억원을 대신 갚는 사태를 방지하고자 GJC에 대해 회생 신청을 하기로 했다”며 “법정 관리인이 제값을 받고 GJC의 자산을 잘 매각하면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의 발언 직후 채권자인 SPC는 만기 연장을 하지 않고 GJC에 지급을 청구했고, 채권이 미상환 상태에 빠진 것이다.

앞서 강원도는 지난 2020년 GJC가 특수목적법인으로부터 이 돈을 빌릴 때 ‘상환이 어려워지면 GJC 대신 갚겠다’는 취지의 지급 보증을 섰다. 그런데 최근 GJC가 실제로 자력으로 이를 갚을 능력이 없는 상황이 되자,최대한 보증 규모를 줄이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회생 절차가 개시되면 GJC가 지고 있는 모든 채무 상환이 동결되고 법정관리인이 개입해 회사의 자산을 매각하는데, 이 매각대금으로 최대한 2050억 대출금을 막고 강원도는 그 만큼 적게 부담을 지겠다는 뜻이다. 레고랜드에 투자한 채권자들의 돈은 최장 수년에 걸치는 회생 절차 기간 동안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채권 시장 업계는 이런 상황이 다른 지방채를 비롯한 채권 시장 투자 심리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용이 있어야 할 지자체가 채무를 보증했다가, 이를 대신 갚아야 할 상황에 처하자 회피하는 모습이 시장의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여러 지자체에서 산하 공사를 통해 인프라·건설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만약 이처럼 지급 보증을 최대한 미루려는 모습을 보이면 누가 선뜻 투자에 나설 수 있겠느냐”며 “최근 고금리로 위축됐던 채권 시장에 다시 한번 찬바람을 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