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빅 머니(Big Money): 개발자 초봉 6000만원 시대
지난해 3월,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게임업체 크래프톤이 개발자 연봉을 2000만원 인상했습니다. 앞서 넥슨과 넷마블이 연봉을 800만원씩 인상하겠다고 밝히자, 그보다 1200만원 더 많은 2000만원을 부른 겁니다. 우리나라 개발자 초봉 6000만원 시대가 열리는 결정적 순간이었습니다.
#2. 더 체어(The Chair): 200만원 허먼 밀러 전쟁
판교 테크 기업에서 시작된 허먼 밀러 의자 열풍을 아시나요? 개발자 모시기에 나선 IT 기업들이 너도 나도 미국 명품 사무용 의자인 허먼 밀러 ‘에어론 체어’를 복지 혜택으로 내걸면서 확산한 유행입니다. 네이버도, 카카오 직원도 쓰는 이 200만원짜리 의자는 테크 업계의 인재 유치가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실리콘밸리를 휩쓴 낯선 이름의 의자가 우리나라 IT 업계의 ‘복지 척도’가 된 것이죠.
안녕하세요. 새로운 산업 트렌드가 언제나 궁금한 ‘세상의 모든 줄서기, 라인업!’ 취재팀이 이번 주에는 경기 판교 테크노밸리에 다녀왔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신체제 자본가’들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개방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죠.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는 이런 새로운 자본·기술·인재·문화가 모여드는 본산입니다.
호시탐탐 판교 갈 명분을 찾던 라인업 팀은 최근 파리바게뜨가 판교에서만 매일 250세트 한정 판매하는 ‘개발자 콘셉트’ 과자 때문에 ‘오픈런’이 벌어진다는 소식을 입수했습니다. 파리바게뜨는 ‘스마트한 개발자’ 이미지에서 착안, 머리에 좋다는 브레인 푸드인 ‘호두’를 넣은 이모지(emoji·그림문자😂) 모양 과자인 ‘호감샌드’를 출시했습니다. 판교 매장에서만 파는 ‘한정판 줄서기’ 마케팅이 효과를 보면서 사람들이 매장 앞에 줄을 선다고 하더군요.
[☞판교 빵지순례 영상] https://youtu.be/8a2XGu7NH54
#3. 뉴 리치(New Rich): 판교로 가는 유통업계
11일 ‘빵지순례’를 위해 찾아 간 판교역 주변은 무척 흥미로운 동네였습니다. 길에서 마주친 직장인 열에 여덟은 회사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후드 점퍼, 후줄근한 추리닝(트레이닝복)과 슬리퍼 패션을 한 개발자·엔지니어 집단이었습니다. 목에는 엔씨소프트,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 IT 기업 사원증을 걸고 있었고요.
중숙련 노동이 요구되는 대기업 사무직 일자리는 해마다 쪼그라들고, 그 자리를 ‘신흥 개발 인력’이 메우면서 이제 고용 시장에선 ‘화이트 칼라’ 보다 상위 노동자 집단을 가리키는 ‘후드 티셔츠’ 계층이란 단어가 나올 태세입니다. 소비 지형 변화에 민감한 유통업계는 판교에서 이런 ‘큰 손’ 테크 인력을 향해 구애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테크노밸리·알파돔시티와 맞닿아있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IT 기업의 고소득 남성을 겨냥, 예거 르쿨트르·IWC·오메가·위블로·튜더 등 명품 시계와 톰 브라운·제냐·아미·꼼데가르송 등 명품 패션 라인업을 강화했습니다. 11일 이곳에선 나흘 전(7일) 문을 연 에르메스 매장(국내 2번째 규모) 여파로 사람들이 긴 줄을 서고 있었습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판교점은 명품·시계·주얼리 부문 남성 소비자 비중이 전국 점포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며 “개발자 고객을 잡기 위해 국내 최대 규모 스포츠 매장, 초대형 가전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파리바게뜨의 개발자 빵도 비슷한 맥락. SPC는 지난 5월 판교에 ‘연구소’ 이름을 내건 ‘랩(Lab) 오브 파리바게뜨’ 매장을 열었는데요. 이곳에서 테크노밸리 정체성을 담은 한정판 과자를 판매하는가 하면, IT 기업 직장인들이 좋아하는 샐러드·베이글·커피 신제품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소은수 파리바게뜨 마케팅 담당자는 “판교 특유의 열정, 젊음, 개척자 정신 이미지를 접목해 미래형 매장을 열었다”고 말했습니다.
#4. 초연결(Hyper Connected): 판교 ‘이직의 다리’에서 만난 사람들
판교역 크래프톤 타워, 알파돔 타워 등 건물 네 동을 연결하고 있는 공중 연결통로(구름다리)의 별명은 바로 ‘이직의 다리’. 이날 만난 한 카카오페이 개발자(27)는 “점심 시간에 슬쩍 나가 다리 건너 경쟁사 이직 면접을 하고 와도 될 정도로 가깝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외관 디자인마저 ‘미래 도시’를 연상케하는 이직의 다리는 ‘초연결 사회’의 상징처럼 보였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스티브 짭스 빵’을 사러 간 라인업 취재팀은 이날 이직의 다리 앞에서 개발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 동네는 조만간 다시 찾아와 샅샅이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전하겠습니다. 판교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빵지순례 영상을 유튜브 채널 ‘라인업 LineUp’에서 직접 확인해보세요!
#STORY 조선일보 한경진 기자
#VIDEO 스튜디오광화문 이예은 PD
#유튜브 바로가기 [EP.29 개발자들이 (몰래) 먹는 빵지순례 갔다가 우연히 카카오 직원을 만났다…! in 판교] https://youtu.be/8a2XGu7NH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