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새벽에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2.83% 상승한 3만38.72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2.6% 오른 3669.91을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2.23% 상승한 1만649.15에 마감했습니다.

[최근 미국 증시 분석 영상으로 바로 확인] : https://youtu.be/0ewfWwCzBzU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예상 넘는 물가에도 반등’, ‘연준 피벗 기준 높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를 꼽았습니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월가 예상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미국 증시는 상승 마감했습니다. 그러자 과도하게 매도했던 월가가 조정에 나섰다는 말이 나옵니다. 비 라일리 자산운용의 수석 전략가인 아트 호건은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그간 증시가 물가 데이터를 보고 아마겟돈으로 다가갔다가, 절벽에서 한 발 물러서면서 ‘이미 가격에 반영했었지’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또 갑자기 주가가 방향을 바꾸면서 숏 커버링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숏 커버링은 과도하게 공매도했다가 손실이 날 것을 우려해서 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가리킵니다. 영상에서 보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수요일과 금요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최근 미국 증시 분석 영상으로 바로 확인] : https://youtu.be/0ewfWwCzBzU

◇ 예상 넘는 물가에도 반등

이날 나온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월가 예상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그간 물가가 월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주가는 하락하는 모양새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날은 예상보다 높은 물가에 하락 출발했다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우지수의 경우 장 초반에 55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가 장중에 바닥에서 1500포인트 반등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전날보다 827포인트(2.83%) 상승 마감했습니다. 다우 상승률은 2020년 11월 9일 이후 가장 컸습니다.

당초 JP모건이 제시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따른 증시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8.3%를 상회하면 S&P500은 5%쯤 급락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둘째, 8.1~8.3% 수준이면 S&P500 1.5~2%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셋째, 8.1%(월가 예상치)를 하회하면 미국 증시 랠리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어긋났습니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8.2%, 전달 대비 0.4%입니다. 월가 전망치인 8.1%, 0.3% 보다 높았습니다. 다만 전년 대비로는 8월의 8.3%보다는 낮은 것입니다. 전달 대비로는 8월의 0.1%보다 가팔라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P500이 2.6% 오르는 등 월가 3대 지수가 모두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미국의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자료=미 노동부

앞서 올 들어 9번의 소비자물가 발표 때는 월가 예상보다 실제 수치가 높게 나오면 예외 없이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특히 9월에는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이 8.1%였는데 8.3%로 나오자 S&P500이 4.3%나 급락했었습니다.

월가 일각에서는 예상 보다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해 오히려 물가 상승세 둔화가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찰스 슈왑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리즈 앤 손더스는 CNBC에 “인플레이션이 마지막 숨을 거두고 여기서부터 둔화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과도하게 매도했던 월가가 조정에 나섰다는 말도 나옵니다. 비 라일리 자산운용의 수석 전략가인 아트 호건은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마치 물가 데이터를 보고 아마겟돈에 한 발 더 나갔다가, 절벽에서 한 발 물러서면서 ‘이미 가격에 반영했었지’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갑자기 주가가 방향을 바꾸면서 숏 커버링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숏 커버링은 공매도했다가 손실이 날 것을 우려해서 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가리킵니다.

한편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는 점차 누그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하는 소비자들의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9월에 5.4%로 나왔습니다. 전달의 5.75%보다 낮아진 것입니다.

다만,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빠르게 둔화될 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9월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6.6% 올라서 1982년 이후 4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전달의 6.3%는 물론이고, 월가 전망인 6.5%보다 높았습니다. 근원 소비자물가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것으로 기저 인플레이션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인플레이션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 시카고의 한 매장에서 소비자가 과일을 고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주 나온 9월 고용 지표가 양호한 모습을 보인데다, 9월 소비자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나옴에 따라 연준의 긴축 기조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9월 미국의 일자리 증가가 26만3000명으로 집계됐는데, 전달의 31만5000명 증가보다는 줄었지만 월가 전망인 25만5000명보다 좋게 나왔습니다. 연준은 오는 11월 1~2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블랙록의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인 릭 라이더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11월 75bp(bp=0.01%포인트) 인상이 “이제 확실하다”며, 시장이 12월과 내년까지도 추가적인 공격적인 인상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바클레이즈는 9월 근원 서비스 물가 지표가 “특히 우려스럽다”면서 11월 75bp 인상에 이어 12월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기존의 50bp에서 75bp로 올렸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와프 시장 지표로 따져 보면 전날만 해도 올해 남은 기간 동안 130bp 인상을 가격에 반영했지만, 소비자물가 발표 후 142bp로 기대를 높였습니다. 최종 금리 예상도 연 4.9% 부근으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미 연준의 11월 기준금리 확률(13일 현재). /자료=시카고상품거래소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 워치 툴에 따르면, 11월 FOMC에서 75bp 인상해 기준금리가 연 3.75~4.0%가 될 확률은 96.6%로 치솟았습니다. 12월 기준금리 확률은 연 4.5~4.75%가 71.6%로 올랐습니다.

◇ 연준 피벗 기준 높다

지난 12일 공개된 연준의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당장 연준의 피벗(방향 전환)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당시 연준은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연 3~3.25%로 올렸습니다.

미국 기준금리 추이. /자료=미 연준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을 연준이 정한 목표(2%)로 되돌리기 위해 단기에 기준금리를 제약적인 수준으로 높이고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회의록은 “많은 참석자들이 지나치게 많이 움직이는 것보다 지나치게 적게 움직이는데 따른 비용이 더 클 수 있음을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일부 참석자는 “필요한 만큼 오랫동안 제약적인 정책 스탠스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일부는 “역사적 경험에 비춰볼 때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한 긴축적 통화정책의 기간을 조기 종료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 결정 후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상당수 위원들은 “최근 물가상승률 지표가 대체로 예상보다 높았고, 이에 따라 물가상승률은 과거 예상했던 것보다 더 느리게 내려가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우려했습니다.

다만 몇몇 위원들은 경제에 미칠 부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금리 인상 속도를 ‘체크(calibrate)’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했습니다.

한편 월가의 연준의 피벗 기대와 관련해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의 긴축 기조 선회를 의미하는 피봇의 기준이 “매우 높다”고 밝혔습니다. 연준 회의록과 같은 맥락입니다.

카시카리 총재는 12일 위스콘신 타운홀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매우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뒤집을 수 있다”면서도 “서비스 인플레이션, 임금 인플레이션, 노동 시장 등 기저 인플레이션이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직 별로 없기 때문에 그 같은 변경의 기준은 매우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연준의 정책 피벗과 관련해 여전히 “거리가 상당히 멀다”고 본다며 “보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연준이 4% 위, 아마도 4.5% 정도까지 금리를 올린 뒤 금리 인상을 멈추고 그간의 긴축이 경제에 작동하는 동안 상당 기간 그 지점에서 머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연방준비은행 총재 /로이터 연합뉴스

연준의 기준금리가 연 4.5% 쯤까지 간 뒤에는 인상을 멈추고 경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는 카시카리 총재 뿐 아니라 다수의 연준 고위 인사들이 하고 있습니다. 9월 FOMC 후 나온 점도표에서는 향후 기준금리를 연말 연 4.4%, 내년 연 4.6%로 신호를 줬는데, 그 수준이 잠정적으로 최종 금리가 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앞서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는 5일 노스웨스턴 대학교 연설에서 “연말까지 통화정책이 완만히 제한적(moderately restrictive)인 수준, 즉 기준금리가 연 4~4.5%인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면서 “그 다음 그 (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경제나 물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완화적인 빠른 전환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말이 통화 완화로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연준이 내년 중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월가 일각의 전망에 대해서는 “그렇게 빨리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지난 10일 전미경제협회 행사에서 내년 3월 이후 금리를 4.5% 수준으로 올리고 이후 상황을 보기 위해 인상을 잠정 중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습니다.

◇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일 미국 첨단 반도체 장비와 인공지능, 수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칩에 대한 중국 수출 통제를 발표했습니다. 상무부는 이 날 성명을 통해 “중국이 인공지능칩과 반도체를 대량살상무기를 비롯한 첨단 무기 시스템와 인권 유린 등에 사용하고 있다”며 수출 통제 사유를 밝혔습니다. 미국은 그 동안 중국에 대해 EDA(설계 자동화), CPU(중앙처리장치)/GPU(그래픽처리장치) 등 첨단 반도체 관련 규제를 해왔지만 특정 기술이나 제품이 아닌 포괄적인 규제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규제 발표 이후 관련 기업들의 주가 급락했습니다.

엔비디아 로고가 찍힌 반도체. /로이터 연합뉴스

세부 사항을 보면 14나노 이하 로직칩, 18나노 이하 D램 칩, 128단 이상 낸드 칩 제조에 사용되는 장비의 수출을 금지했고, 중국 대표 반도체 기업인 YMTC, CXMT 등을 포함해 31개 기업을 미검증 수출통제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단,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이 외국기업이 보유한 중국 반도체 설비에 대해서는 1년의 유예기간을 적용했습니다.

미중 기술 전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핵심은 반도체입니다. 미국은 자국 기업들이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는 반도체 기술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기업들의 투자 그리고 세계 1위 반도체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SMIC는 최근 7나노 기술 개발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스마트폰의 핵심 칩인 AP를 비롯하여 첨단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 수준입니다. CXMT는 17나노 D램을 생산해서 로컬 PC, 가전기업들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YMTC는 올해 말부터 192단 3D 낸드를 양산할 계획인데 현재 176단을 생산중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빠른 속도입니다. 하이곤(Hygon Information)과 화웨이는 올해 차이나 모바일 등 중국 국유 통신기업들이 발주하는 데이터센터의 핵심 칩인 CPU의 20% 이상을 수주하면서 인텔, AMD가 과점해온 CPU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기술 수준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 YMTC, CXMT를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고 실제 규제로 이어졌습니다. 미국의 규제 속에서 중국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느냐가 관건입니다.

미국 대표 반도체 장비 기업인 KLA(검사 장비 1위), AMAT(증착 장비 1위), LAM(식각 장비 1위)는 미국 상무부의 규제 발표 이후 중국으로 신규 장비 공급을 중단하는 한편, 인력을 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기업들의 2021년 중국 매출 비중은 30% 전후이며 향후 중국 매출 감소가 불가피합니다. EDA, CPU, GPU 등을 생산하는 다른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 컴퓨터 내부에 칩들이 설치돼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쟁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이루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기술 개발 속도를 최대한 늦추려는 미국과 반도체 자립 속도를 높이려는 중국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이러한 대외 여건 속에서 어떤 기업들이 실적을 통해 경쟁력을 입증할 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미국 소비자물가가 여전히 고공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간 높은 물가에 놀라는 모양새를 보였던 월가가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짝 반등에 그치고 말지, 아니면 미니 랠리를 보일 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둘째, 미 연준은 당장 긴축의 고삐를 늦출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미국 고용이 여전히 양호하고, 물가 상승률도 높기 때문에 당분간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긴축 시대를 감안한 투자 전략을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미국이 대중 반도체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첨단 반도체 장비와 인공지능, 수퍼컴퓨터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에 대한 대중국 수출 통제를 한다는 것입니다. 미중의 반도체 갈등이 월가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 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