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있는 고산돼지 전문점 ‘고도식’은 지난 2018년 11월 오픈했다. 영업한 지 4년. ‘이른바 ‘오픈발’은 끝난 시점이다. 여전히 장사가 잘된다. 1호점인 잠실점은 월 평균 매출 2억원, 2호점인 마포점은 1억3000만원이다.

특히 잠실점 매출을 눈여겨 볼만하다. 매장은 30평대, 테이블이 13개다. 인상적인 매출이다. 대표 메뉴는 등심에 목살, 삼겹살, 가브리살(등심 덧살)이 붙은 ‘알등심’인데, 전체 주문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매일 새 식당이 등장하고, 사라진다. 치열한 경쟁 속 고깃집으로 성공한 정동우씨의 비결은 뭘까?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고도식' 매장 안에서 정동우 사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고도식은 1990년대 서울의 주택을 모티브로 인테리어를 했다./ 김지호 기자

◇정동우 사장의 커리어

1. 가천대 경영학과

2. 맛집 블로거 ‘바비정’

3. 외식 전문 잡지사 ‘월간외식경영’ 기자 겸 컨설턴트

4. 외식 업체 희스토리푸드 마케팅 팀장

5. 외식 컨설팅업체 ‘뜨거운 고도씨’ 대표

6. 고산돼지 전문점 ‘고도식’, 카츠카레 전문점 ‘카린지’, 한식 와인바 ‘미도림’ 사장

정동우씨가 대학생 때부터 운영했던 맛집 블로그. 현재 구독자 수는 1만8320명이다./네이버 블로그 캡처

◇아는 만큼 보인다

정동우 씨는 대학생 때 맛집 블로거로 외식업에 발을 들여, 잡지사 기자, 마케팅 팀장, 외식 컨설팅 업체 대표를 지냈다. 식당을 차리기 전까지 10여년 간 음식업을 들여다 보고, 음식 글을 쓰고, 식당 컨설팅을 했다.

–맛집 블로그도 계획의 하나였나요?

“대학교 3학년 때 외식업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이 생겼는데, 당장 할 수 있는 게 그거였어요. 각지의 맛집을 찾아 음식을 평가하고, 나름대로 성공 원인을 분석한 글을 썼어요. 미숙했지만 챙겨 봐주는 사람도 있었고, 덕분에 프랜차이즈 고깃집 ‘하남돼지집’, 외식업 잡지사 ‘월간외식경영’에서 입사 제의도 받았죠.”

–잡지사 생활은 어땠어요?

“2014년에 인턴 1년, 그 다음 해 정직원으로 1년 근무했습니다. 배움과 새로운 시도의 연속이었어요. ‘홍대 맛집 지도’라는 걸 기획해, 라멘집 ‘하카타분코’, 돈부리집 ‘홍대돈부리’ 등 맛집들을 블로그에 소개했어요. ‘바비정의 포크볼’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전국 돼지고깃집에 대한 리뷰글도 썼습니다. 주말이면 김현수 대표님과 전국의 이름난 식당을 찾아 사장님을 만나 뵙고, 배움을 청할 기회도 있었어요. 정말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외식 업체 마케팅 팀장을 하다 컨설팅 업체를 차리게 된 계기는요?

“마케팅이 식당에 불씨를 지피는 일이라면, 컨설팅은 어떻게 하면 불이 계속 탈지 답을 제시하는 일이에요. 새 메뉴로 SNS에서 화제가 되면 마케팅은 성공한 거지만, 컨설팅은 그로 인해 달라지는 브랜드 가치, 향후 매출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식당의 A부터 Z까지 직접 기획하고 싶었어요. 나중에 직접 식당을 차린 것도 조언자를 넘어 주체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죠.”

기자의 평
정씨는 포트폴리오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장을 보는 안목이 생겼죠. '은퇴하면 치킨집이나 차려야지' 식의 안일한 접근과 확연히 다릅니다. 식당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이기 때문에 망하는 거죠.
고도식의 대표 메뉴 '알등심'이 구워진 모습. 알등심은 등심에 가브리살(등심 덧살), 목살, 삼겹살이 붙은 부위다./김지호 기자

◇고도식 창업자 정동우의 ‘사장의 맛’

식당 기획자 정동우씨가 말하는 잘되는 식당들의 특징

✅사장이 일하는 집

“사장이 있고 없고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리 직원이 훌륭해도 매출이 생계와 직결되는 사장과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죠. 사장이 자리를 지키는 식당은 매장 상태, 손님 응대 등 서비스의 품질이 다릅니다. 인건비를 아끼는 건 덤이죠.”

✅ ‘유니크 굿 포인트(Unique Good Point)’

“우리 가게의 독보적인 매력은 뭘까? 고깃집이라면 가게 고유의 불판, 양식집이라면 한 종류의 파스타를 특별히 잘하는 등 차별화 포인트가 있어야 합니다. 메뉴가 됐든, 인테리어가 됐든 손님들이 내 식당의 이름을 듣고, 떠오르는 무언가가 있다면 성공입니다.”

✅직원들이 잘한다

“직원들의 서비스를 보면 사장의 얼굴이 보인다고 하죠. 브랜드도 하나의 인격이고, 이를 만들어나가는 데 직원의 역할은 핵심적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결국엔 사장의 노력이 필요하죠. 사장의 인품이 좋거나 월급이 높거나. 직원들이 친절한 집은 이유가 있으니까요.”

맛집 제보를 위한 사장의 맛 인스타그램 안내(아이디: sajangs_mat)

[사장의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