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망 사용료 갈등으로 아마존 계열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가 한국에서만 서비스 화질을 720p로 낮추면서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안녕하세요. ‘세상의 모든 줄서기, 라인업!’입니다. 지난 주말 ‘카카오 먹통 사태’로 대한민국 일상이 멈춰섰습니다. 카카오톡은 물론 택시 호출·지도, 결제, 코인 거래, 본인 인증 등 카카오 기반 서비스가 일제히 중단됐죠.

라인업 취재팀은 공교롭게도 지난 회 촬영을 판교 카카오 아지트 일대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감회가 더욱 남달랐습니다. 불과 며칠 뒤 일어날 먹통 사태를 예상할 수 없었던 터라, 그저 슬리퍼에 추리닝(운동복) 입고 활보하는 개발자들 모습에 즐거워하고, IT 기업 건물들을 잇는 이른바 ‘이직의 다리’를 보며 환호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젊은 세대들은 ‘판교 출신 개발자들이 추리닝 패션으로 꽉 막힌 기업 문화를 박살낸다’면서 그들의 패기를 응원하더군요.

세상의 모든 줄서기, 판교 빵지순례 편. /유튜브 채널 '라인업 LineUp'

그랬던 카카오가 인터넷 사상 초유의 셧다운 사태로 위기를 맞이하면서, 이면의 그림자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카카오는 무료 카카오톡으로 이용자 수를 급격히 늘린 뒤, 비즈니스를 전방위로 확장해 136개 계열사를 거느리게 된 시가총액 22조원의 공룡 플랫폼입니다. 택시 호출 서비스 90%를 장악하고 쇼핑·결제·콘텐츠 산업·금융업까지 진출한 이 회사는 정작 ICT기업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서버 안전 관리와 재난 복구 대응에는 실패했죠. ‘초연결 사회’라는 동전의 뒷면은 결국 ‘초먹통 사회’였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남궁훈, 홍은택(오른쪽) 카카오 대표가 19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궁훈 대표는 이날 사퇴했다. /장련성 기자

그럼에도 여전히 ‘판교 라이프’가 궁금하고, 디지털 산업이 알고 싶은 라인업. 이번 주는 ‘카카오 먹통 사태’ 만큼이나, 현재 IT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망 사용료 분쟁’ 소식을 준비했습니다. 세상의 줄서기 중에서도 ‘보이지 않는 줄서기’죠, 폭증하는 통신 트래픽 이슈를 깔끔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영상 바로보기] https://youtu.be/hVhpTCbHtXg

◇4K 초고화질 못 잃어…한국서 터진 ‘랜선 전쟁’

유튜브 채널 '라인업 LineUp'

①망 사용료 분쟁?

4K 초고화질 영상 시대를 맞아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벌어진 산업계 갈등이다. SK브로드밴드·KT·LG 유플러스 같은 인터넷 통신 기업(ISP·Ineternet Service Provider)이 구글(유튜브)·넷플릭스·메타(페이스북)·네이버·카카오 같은 대형 콘텐츠 기업(CP·Content Provider)에게 트래픽 과부하 책임을 물어 일정 요금(망 사용료)을 부담하라고 요구하면서 다툼이 생겼다.

콘텐츠 기업은 “이미 개별 소비자들에게 인터넷 요금을 받고 사업을 영위하는 통신 업체가 콘텐츠 제공 기업에게 또 다시 돈을 걷는 건 이중과금이자 통행세이며, ‘망 중립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통신 기업은 “콘텐츠 공룡들로 인해 해저케이블 설치 등 국제·국내망 증설 비용이 막대하다”며 “우리의 네트워크 자원을 이용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②망 중립성?

인터넷 통신망은 사회 공공재 성격을 갖고 있어, 권력 집단이나 자본가에게 돈을 받고 더 빠른 회선을 제공하는 등 기술적 차별 대우를 해선 안 된다는 개념이다. 현재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 IT 정책 자문을 하는 미국 콜럼비아 로스쿨 팀 우 교수가 2003년 주창했다. 콘텐츠 기업들은 이 개념을 바탕으로 “대형 플랫폼이 통신 회사에 돈을 지불하는 행위 자체가 인터넷 망의 중립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아 망 사용료 관련 입장을 발표하는 모습. /뉴스1

③한국의 망 사용료 분쟁을 세계가 주목한다?

한국의 망 사용료 분쟁은 2018년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다툼을 시작하면서 본격화했다. SK는 넷플릭스 트래픽 폭증으로 해저 케이블 설치 등 많은 비용이 발생하자 ‘네트워크 자원 이용 대가’를 요구하는 한편, 2019년 방통위에 갈등 중재를 신청했다. 이에 넷플릭스는 2020년 4월 서울중앙지법에 SK에 망 사용료를 지불할 의무가 없다는 확인을 구하는 민사 소송(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 2021년 6월 1심 법원은 SK브로드밴드 손을 들어줬고, 양측 항소로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유튜브 채널 '라인업 LineUp'

소송과 별개로 현재 우리 국회에는 망 사용료 관련 법안 7건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해당 판결과 법안들이 어떤 결론에 이르든 국제 사회에 리딩 케이스(선례)가 될 전망이다. 콘텐츠 기업 대부분이 미국 기업인 관계로 한·미 통상 이슈로 옮겨갈 조짐도 보인다. 브라이언트 트릭 미국 무역대표부(USTR) 한국 담당 부대표보는 최근 미 대사관 관계자들과 방통위를 방문하기도 했다.

④몇 년 묵은 갈등, 왜 지금 난리?

한국 국회에서 망 사용료 법이 통과 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 빅테크들이 여론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유튜브의 거텀 아난드 아태 지역 총괄 부사장은 9월 20일 자사 블로그에서 “망 이용료를 부과하면 콘텐츠 플랫폼(유튜브)과 국내 창작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만 이익을 챙기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안 통과 반대 서명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구글이 후원하는 사단법인 오픈넷의 ‘망중립성 수호 서명’ 캠페인에는 21일 현재 약 26만명이 참여한 상황이다.

아마존 계열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트위치는 9월 29일, “30일부터 한국 시청자에게만 서비스 화질을 1080픽셀(화소수)에서 720픽셀로 낮춰 적용하겠다”고 공지했다. 이날은 연중 최대 게임 이벤트인 2022 롤드컵(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개막일이었다. 트위치는 “네트워크 요금 등 한국 내 서비스 제공 비용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어 도입한 조치”라며 사실상 망 사용료 부과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STORY 조선일보 한경진 기자

#VIDEO 스튜디오광화문 이예은 PD

#유튜브 바로가기 https://youtu.be/hVhpTCbHtXg

※이번 영상은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이자 미래 세상을 내다 본 천재 예술가, 백남준 걸작 ‘M200’(1991)을 배경으로 촬영했습니다. 모차르트 사망 200주년을 기념한 이 작품은 86개의 TV 모니터에서 모차르트 레퀴엠을 비롯 팝 음악, 기계음이 흘러나오는 비디오 심포니입니다.

비디오 아트 거장, 백남준의 걸작 'M200'(1991)은 서울 정동1928아트센터 ‘두손 갤러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