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엔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일본 정부가 환율 방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21일(현지 시각) 오전 뉴욕 외환시장에서 151.94엔까지 치솟았던 엔·달러 환율은 30분 뒤부터 하락해 2시간 만에 144.50엔으로 7엔 넘게 하락했다. 직전 거래일보다 1.66% 하락한 147.64엔에 거래를 마쳤다.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은 지난 22일 “일본 정부와 일본 은행 관계자가 엔화 매수, 달러화 매도 등 외환 시장에 개입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22일 오전 1시3분께 146엔대에서 움직이는 엔·달러 환율이 일본 도쿄의 모니터에 비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은 전날 밤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51.90엔대까지 오르자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는 환율 개입을 시행했다. 지난달 22일 24년 만에 엔 매수 개입을 한지 한 달만의 추가 개입이 이뤄지자 엔·달러 환율은 급락해 결국 147엔대 후반에서 마감했다./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공식적인 확인을 거부했지만, 시장에서는 대규모 개입이 이루어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번 개입은 지난달 22일 24년 만에 엔화 대량 매수를 한 지 한 달 만의 추가 개입이다. 지난달 개입에서는 엔화 매수 사상 최대치인 2조 8382억엔(약 27조6400억원)을 투입해 달러 대비 환율을 5엔가량 낮췄다. 이번 개입에도 수조엔이 투입됐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개입 사실을 공개했던 일본 정부가 이번에는 개입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이 같은 조치를 ‘복면(覆面) 개입’이라고 하면서, 시장의 경계심을 높이고 투자자를 견제해 엔화 매도세를 완화하기 위한 노림수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당국의 이 같은 노력에도 엔저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근본적인 원인인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좁혀지지 않은 데다 일본의 무역수지가 11조엔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등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니혼게이자이는 미국에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엔고(高)로 가는 힘이 세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지난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방준비제도가 다음 달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예상대로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12월에는 인상 폭 완화를 고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연준 일부 고위 인사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고 싶어 한다고 전하면서 “11월 FOMC에서는 자이언트 스텝 외에도 12월에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서 0.5%포인트만 인상할 것인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장에 어떻게 설명할지를 정해야 한다”고 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난 21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는 급반등했다. 다우존스지수는 전거래일보다 2.47% 오른 3만1082.56에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는 2.37% 상승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31% 올랐다. 지난 한 주간 다우존스는 4.7%, S&P500은 4.9%, 나스닥은 5.2% 올라 6월 말 이후 주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