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회사채(한전채) 금리가 한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가는 등 단기 자금 시장이 한숨 돌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금리 상승, 한국전력의 자금난,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시장을 흔들 수 있는 문제들이 산재해 있어 안정세로 접어들 때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 나주 본사 전경. /한국전력

16일 채권 시장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한전채 발행 입찰에서 2년물과 3년물이 각각 5.7%, 5.8%에 낙찰돼 4200억원, 700억원어치 발행됐다. 직전에 발행된 한전채 2~3년물 금리(연 5.95%)에 비해 0.15%포인트 이상 하락한 수치다. 한전채 2년물 발행 금리는 지난 8일 5.99%까지 올라 곧 6% 선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한전채 3년물 금리 역시 이날 연 5.410%를 기록해 한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직전 발행된 한전채 금리와 비교하면 일단 급한 불은 꺼진 듯하다”며 “금융 당국이 한전채 발행을 자제하고 은행 대출로 전환할 것을 지시한 데다 한국은행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이 금리 안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회사채 시장의 투자 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국고채와 회사채의 금리 차이 (신용 스프레드)는 여전히 크다. 3년 만기 국고채와 AA-급 회사채 간 금리 차는 16일 기준 1.608%포인트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이다. 회사채 금리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단기자금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91일 만기 기업어음(CP) 금리도 16일 5.25%를 기록해 지난 9일 13년 10개월 만에 5%를 넘은 이후 연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의 타격을 가장 심하게 입은 프로잭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시장은 지자체 ABCP 등 A1 등급도 발행금리가 9%에 달하는 상황이다.

김 연구원은 “기업들의 신용도를 반영하는 CP 금리 상승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여전히 어렵다는 의미”라며 “한전의 자금난은 2조∼3조원의 은행 대출만으로는 풀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한전채 발행이 계속될 수밖에 없고 시장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