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새벽에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02% 하락한 3만3546.32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0.31% 떨어진 3946.56을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0.35% 하락한 1만1144.96에 마감했습니다.
[불러드 총재 발언 분석 영상으로 확인] : https://youtu.be/1xMfeeAaR78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불러드의 차트’, ‘월마트 vs 타깃’, ‘반도체 수요 어디로’를 꼽았습니다.
연준 고위 인사 중 대표적인 매파로 꼽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이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의 한 마디가 또 시장에 영향을 줬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17일 켄터키주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자신의 연준 최종금리 전망을 더 높인다고 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기자들에게 “과거에 나는 4.75~5%라고 했었다”며 “하지만 오늘 분석에 바탕을 두면, 5~5.25%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최소 수준이다”라고 했습니다. 최종금리가 연 5.25% 이상은 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방송에서 발언의 의미와 시장에 끼친 영향에 대해 알아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수요일과 금요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불러드 총재 발언 분석 영상으로 확인] : https://youtu.be/1xMfeeAaR78
◇ 불러드의 차트
연준 고위 인사 중 대표적인 매파로 꼽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이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의 한 마디가 또 시장에 영향을 줬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이날 켄터키주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자신의 연준 최종금리 전망을 더 높인다고 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기자들에게 “과거에 나는 4.75~5%라고 했었다”며 “오늘 분석에 바탕을 두면, 5~5.25%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최소 수준이다”라고 했습니다. 최종금리가 연 5.25% 이상은 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더욱이 불러드 총재가 행사에서 구체적으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청중들에게 보여준 차트는 더 높은 수준의 최종금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암시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정책금리는 아직 충분히 제약적인 구간에 있지 않다”며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보여준 차트에서 충분히 제약적인 금리 수준 범위가 5~7%로 제시돼 있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테일러 준칙에 의거해서 제약적인 금리 범위를 제시했습니다. 테일러 준칙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해서 적정한 정책 금리 수준을 산정하는 것으로 실제 인플레이션율과 성장률이 각각 인플레이션 목표와 잠재성장률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계산해서 가중치를 주고 적정 금리를 따집니다. 1993년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가 테일러 준칙에 따른 중앙은행 금리 결정 공식을 내놨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이를 근거로 제시한 것입니다.
불러드 총재는 “통화 정책의 변화는 관찰된 인플레이션에 제한적인 영향만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시장은 2023년에 디스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월가가 10월 소비자물가 등에 환호하면서 너무 앞서 나간다는 얘기입니다.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7.7% 올라, 월가 전망인 7.9% 상승보다 낮게 나왔고 이에 ‘인플레 피크’ 심리가 월가에서 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클리블랜드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하는 중간값CPI(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추이를 보면 여전히 꺾이고 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중간CPI 상승률은 한 달 물가 상승의 중간값(median)에 해당하는 품목의 물가 상승률로 물가 상승세가 얼마나 광범위한지 따질 수 있는 지표입니다.
불러드 총재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금리는 오르고 주가는 떨어지는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이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1%포인트나 오른 연 3.77%를 기록했습니다.
앞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종 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수준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9월 FOMC 후에 나온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연말 연 4.4%, 내년 연 4.6%를 제시했지만 12월 FOMC 후에 제시될 점도표에서 내년의 최종 금리는 더 높아질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12월 FOMC는 다음달 13~14일 열릴 예정입니다. 불러드 총재의 매파적인 입장이 얼마나 반영될지 관심사입니다.
한편 연준 내 비둘기파 인사로 분류되는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CNBC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을 멈춰야 할 것으로 염두에 둬야 할 수준으로는 “연 4.75%에서 연 5.25% 범위에서 어디쯤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데일리 총재는 정책금리를 일정수준까지 끌어올린 후 잠시 기다리는 것이 전략이라면서 “일시 정지는 현재 선택사항 가운데 없다.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현시점의 논의는 페이스 조절이다”라며 긴축 기조가 끝나가는 것은 아니란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비둘기파라고 해서 금리 인상을 멈춰야 한다고 얘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 것입니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월가 전망보다는 낮았지만, 연준 고위 인사들은 인플레이션을 잡았다는 더 확실한 증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파월 의장이 11월 FOMC 후에 얘기했듯이 금리 인상 폭은 점차 줄여 나가는 것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월가 기관들의 전망은 최종 금리 예측을 조금 더 올리는 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12월 금리 인상 전망은 0.5%포인트로 유지하면서, 내년에 추가로 5월에 0.25%포인트를 더 올릴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습니다. 앞서는 내년 2월과 3월 0.25%포인트씩 올리면 연 4.75~5%에서 금리 인상을 멈출 것으로 전망했었습니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의 최종금리 전망은 연 5~5.25%가 됐습니다.
◇ 월마트 vs 타깃
미국 소비가 전반적으로는 아직까지 좋은 모습인데, 유통업체 별로 실적의 차이를 보이면서 소비에 이상 신호는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10월 소매판매는 전달 대비 1.3% 증가했습니다. 이는 8개월래 최고치이며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0%를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휘발유와 자동차를 제외한 10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9% 증가했습니다. 특히 소매판매의 13개 범주 중 자동차 딜러, 식품 매장, 레스토랑 등 9개 범주가 증가세를 보여 미국 내 소비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점을 나타냈습니다.
소비가 좋다는 것은 기업 실적에는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미 연준이 긴축을 계속 강도 높게 해야 한다는 논리의 근거가 되기도 하는 ‘양날의 칼’입니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의 실적은 편차를 보였습니다. 좀 뜯어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산층이 많이 찾는 마트 체인인 타깃의 경우에는 3분기에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타깃의 주당순이익(EPS)은 1.54달러로 월가 전망인 2.13달러에 훨씬 못 미쳤습니다. 3분기 전체 순익은 전년보다 50%나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매출은 265억 달러로 월가 전망인 264억 달러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나왔습니다. 유통업체의 경우 동일 매장 매출 증가율이 중요한데. 타깃은 작년 대비 동일 매장 매출이 2.7%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타깃은 4분기에는 동일 매장 매출이 한 자릿수 대 비율의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습니다.
반면 미국 최대의 유통업체 월마트는 좋은 성적을 발표했습니다. 주당순이익(EPS)은 1.5달러로 월가 전망인 1.32달러 보다 높았습니다. 매출은 1528억 달러로 역시 월가 전망 1477억 달러보다 높았습니다. 특히 미국 내 동일 매장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2% 증가해 월가 전망인 3.6%를 뛰어 넘었습니다. 월마트는 연간 전망도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미국 소비자들의 행동에 소득에 따라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타깃을 주로 이용하는 소비층은 월마트 이용 소비층보다 소득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 자료를 보면, 타깃의 이용자 중 연간 2만5000 달러 이하 소득을 버는 소비자 비중은 10% 정도이고, 10만 달러 이상 버는 소비자는 40%에 육박했습니다. 월마트 이용자 중 2만5000 달러 이하 버는 소비자는 15%쯤 되고, 10만 달러 이상은 30%로 타깃보다 비중이 적습니다. 시장 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타깃 이용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7만9000달러이고 월마트 이용 가구의 평균 소득은 6만2000달러입니다.
또 매장 구성도 차이가 큽니다. 월마트는 전체 매출의 56%가 식품 매장에서 나옵니다. 월마트 매장은 신선식품 보다는 유통기한이 긴 과자, 캔류 등에 집중돼 있습니다. 그러나 타깃은 식품 비중이 약 20%입니다. 대신 의류, 가전, 장식품 등의 비중이 높습니다.
또 타깃은 스타벅스와 전략적으로 제휴해서 타깃 매장에는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지만, 월마트에는 서브웨이와 제휴해 대부분의 월마트 매장에 서브웨이가 들어와 있는 것도 차이점이라고 합니다.
월마트와 타깃의 이런 차이를 볼 때 고인플레이션으로 타격을 받은 중산층 이상이 월마트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월마트는 시장 점유율 상승의 약 75%는 연간 10만 달러 이상 버는 가구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식품 등 필수소비재는 가격이 올라도 어쩔 수 없이 지출이 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산층 이상은 금리 상승이나 경기 침체 우려에 지갑을 닫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최근 빅테크의 대규모 감원 소식으로 중산층 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전반적인 소매판매가 좋다고 해도 소득층 별로 보면 소비 행태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날 나온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은 22만2000명으로 월가 전망인 22만5000명보다 적었을 뿐만 아니라 전주보다 4000명 감소했습니다. 아직 대규모 감원의 여파는 고용 통계 상 나타나고 있지 않는 것입니다.
월가의 관심은 연말 쇼핑 시즌에 소비가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미국 소비자들의 동향이 미국 경제와 증시의 향후 방향을 전망하는 데 중요합니다.
◇ 반도체 수요 어디로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는 지난 16일 장 마감 후 2023 회계년도 3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등 여러 우려들에 비해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엔비디아는 현재 주력 사업부인 데이터센터 부문과 게이밍 부문이 모두 시장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먼저 데이터센터 부문을 살펴보면 지난 3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31% 성장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지난 분기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에 관해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수요가 좋았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다소 부진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지난 분기에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과 기술 개발 및 제품 공급 협약을 체결하는 등 대기업들의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에도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중국 수요와 관련해서는 우려가 있습니다. 최근 미국 정부는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통해 엔비디아의 고성능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 바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이에 대응해 중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을 주력 모델인 H100이 아니라 낮은 등급 모델인 A100으로 대체했으며 수출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데이터센터 수요가 예상만큼 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엔비디아도 이와 관련해 지난 3분기 비교적 큰 규모의 재고 비용을 반영했습니다.
게이밍 부문은 암호화폐 가격 하락, PC 수요 부진으로 올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해왔습니다. 지난 3분기에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이러한 매출 감소가 마무리가 국면에 있으며 재고 관련 비용도 4분기가 지나면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실제 유통채널의 판매율이 좋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고 대작 게임이 유저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으며 그래픽 카드 신제품의 초기 반응이 좋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난해 매출에 크게 기여했던 암호화폐 채굴 관련 매출에 대해서는 향후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게이밍 부문은 팬데믹 이전에 보여왔던 꾸준한 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엔비디아는 매출은 예상한 수준이었지만 지난 3분기 재고 비용이 7억 달러 이상 발생하면서 이익 면에서는 시장의 기대치를 하회했습니다. 향후 수요를 고려해서 폐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재고를 비용처리한 것입니다. 이번 재고 비용은 주로 중국 데이터센터용 제품에서 발생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중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을 규제 받지 않는 제품으로 대체했지만 최근 중국의 코로나 봉쇄 등으로 인해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해 자신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재고 비용이 향후 수익성의 관건입니다.
반도체 기업들이 엇갈린 실적들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경기 둔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등 여러 이슈가 있지만 반도체 제품 별로 전혀 다른 수요를 보이고 있고 기업들의 재고 관리에 따라 수익성이 차별화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발표하는 실적과 향후 전망을 면밀히 살펴야 할 시기입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미 연준의 고위 인사가 최종 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며 구체적인 수준을 제시했습니다. 현재 월가가 예상하는 것보다 다소 높은 수준입니다. 미 연준의 긴축이 어디까지 갈지 따져 봐야 하겠습니다. 둘째, 미국의 소비가 소득에 따라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비는 경기 둔화를 감지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과연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할지 경착륙으로 갈지 주목해 봐야 하겠습니다. 셋째,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의 수요는 경기의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다만 경기 움직임에 다소 앞서서 반도체 주가가 움직인다는 것 기억해 두셔야 할 것 같습니다.